<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수오의 어려움>
오직 '나'만은 지켜야 한다.
내 밭을 떠메고 도망칠수 있는자가 있을까?
밭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집을 머리에 이고 달아날수 있는자가 있을까?
집도 지킬 필요가 없다.
유독 이른바 '나' 라는 것은 그 성질이 달아나길 잘 하며 들고 남이 무상하다.
잠깐이라도 살피지 않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이익과 벼슬이 유혹하면 가 버리고,
궁상각치우의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흐르는 것을 들으면 가 버리고,
푸른 눈썹 흰 이를 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면 가 버린다.
가서는 돌아올줄 모르니 잡아도 끌어올 수가 없다.
그러니 천하에 '나'처럼 잃기 쉬운 것이 없다.
굴레를 씌우고 동아줄을 동이고 빗장으로 잠그고
자물쇠로 채워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