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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나 어렸을적에

고모 그리고 사랑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0. 9.

"엄마, 뭐해?"

"응~인자 막 느그 고모가 오셔서 얘기하고 있다."

"와아~잘 됐네! 이제 고모 오셔서 안심심허것소 ㅋㅋ 우리 고모좀 바꿔줏씨요~"

"야는 꼭 우리 고모라고 허드라. 누가  즈그 고모 아니라고 허능가~고모, 전화 받으시겨"

"여보세요, 아이고 너냐! 그새도 잘 지내고 있지야? 얘들이랑 김 서방도 모두 무탈허고?"

"예~ 고모도 건강히 잘 지내셨어요? 엄마랑 오래오래 계시다 가세요~"

"글씨,한 댓달 있을라고 왔는디 어째 쌀 자루가 두개밖에 안 보여서 두어달 밖에 못 있을랑개비다"

"ㅋㅋ걱정마시고 내가 쌀 팔아가지고 고창 내려갈팅게 잘 지내고 계세용"

"느그 어매 허능것 봐서 있을란다, 씨누다고 구박허먼 언능가불고, 허허허~"

 

돌아가신 아버지를 얼굴생김과 목소리까지 쏙 빼닮은 큰 고모가

올해도 친정(고모와 나는 친정이 같다)에 오셨다.

해마다 봄이나 여름에 오셔서 홀로계신 엄마와 두세달씩 계시다 가시는 고모인지라,

매년 봄이 되면 엄마는 애타게 고모를 기다리신다.

시누, 올케사이라지만 언니, 동생처럼 아웅다웅 하시며 화기애매한 분위기를 즐기시는듯~

어느 날은 전화를 걸어보면

"지금 화투치느라고 바쁘다야, 느그 고모가 내 돈을 다 따가버렸어야~

아매도 자갈논 두어마지기값 요량은 될 것이다.

늙은이가 끄뜩허먼 둘러먹어싸서 어디 재판소라도 가봐야지 억울혀서 못살것다"

"아따 성님은, 내가 언지 둘러 먹었다고 그러시우~

성님이 따 먹고도 안가져간게 내가 줏어다가 몇번 써 먹은거 밖에는 없고만" .........

 

그러다가 어느날은

"느그 고모가 어제 아침참에 가버렸다~

나이도 나 보단 다섯살이나 많은디도 어찌 그리 강단도 있고, 총력도 밝은지 몰라야.

여그 계심서도 아침이면 일어나서 동네 한바꾸 돌고

뒷밭에 가서 풀 뽑고,반찬거리 뜯어가지고 오시드라.

하루는 동호에 가서 반지락(바지락 조개)캐갖고 와서 한나절내 쪼각지까서 조개젓 담그고,

내가 아퍼서 일 못한다고 들랑날랑 밭에 나가서 참깨도 갈아놓고, 고구마도 심어놓았당게.

꼬사리도 날마다 댕기면서 끊어다 삶아서 말려놓고,..

시상에나 아직 맛도 덜들은 단감도 내가 높아서 못 따먹는다고

나무에 올라가서 한 바구니나 따서 놓았다.

자기 가면 심심허다고 울지말고 입맛이나 다시라고~

당신은 이빨이 안 좋아서 먹는것도 못 자시고

일만 허시다 가셔서 속이 짠허고 서운허다" 하신다.

그렇게 엄마 마음을 뒤벼놓고 가신 고모는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해서,

진담반 농담반으로 엄마를 골려먹기도 하고 걱정해주기도 하시면서 지내신다.

 

어릴적 고모가 우리 집에 오실때면 동호, 줄포 바닷가에서 조개와 소라,

까내미(골뱅이)등을 잡아 고무다라이에 가득담아 머리에 이고서 먼길을 오셨다.

바다가 뭔지도 모르는 우리들은 고모가 들려주는 바닷가를 상상하며,

별미인 비릿하고 쫄깃한 먹거리에 마냥 행복했었다.

어느때인가는 누런 밀가루푸대종이에 싼 호떡을 겁나게 사오셔서

생후 7~8년만에 신기한 호떡맛을 본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여자지만 걸걸하시면서도 행동도 빠르고 ,무뚝뚝하게 유머를

곧잘 날리시는 "情"많은 고모를 우리식구들은 다 좋아한다.

특히 "이거 조개젓이랑 꼬사리는 암도 주지말고 놔 두었다 성자오면 줏씨요."

하면서 나를 더 챙기시는 고모를 나는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것 같다.(표현한적은 없음)

 

오래전에 나도 결혼하여 조카들의 고모가 되었는데...

난 우리 고모처럼 조카들의 좋은 고모가 못 되주는게 항상 미안해진다.

우리 애들과 엇 비슷하게 태어난 조카들이라 우리애들에게 치여서

조카들 돌아볼새가 없었다고 애써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고...콩 한쪽도 나누는 마음(사랑)이 부족함이다.

사랑과 배려는 나눌수록 커지고  전염된다는데...난 내 안에만 가둬놓고 있는 것 같다.

 

이 봄! 따뜻한 햇살과 산들 바람이 꽁꽁 언 대지를 어르고 감싸 안아서

연초록 새싹을 키워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나도 내 안의 사랑을 모두에게  나눠줘야되나? 나눠 줄까? 나눠줘야겠지? 나눠주고 싶다!!ㅋㅋㅋ

 

2013년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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