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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호남정맥(終)

호남정맥....6구간 ; 추령~장군봉~연자봉~신선봉~소죽엄재~순창세제~상왕봉~백학봉~곡두재 16km 10시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6. 3. 2.

2016년 2월 29일


출근해야하지만 땡땡이를 치기로 작정.

막상 사정이 있어 못나간다고 연락을 하려니 용기가 안난다.

그래 메시지로 대신하려했는데 전송 실패~ 이런 낭패로군.


밤새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진 옷과 신발이 뽀송해졌다.

청국장에 밥말아먹고 기운차게 새 출발~


오후에 내린다던 눈발이 아침부터 날리기 시작~


고향에서 지척에 있는 내장산이지만 중학교다닐때

남자선배들과 어울려 입구까지 한번 왔었는데

히히덕거리느라 무얼 봤었는지 생각도 안나고...


또 한번은 추석연휴때 친구들과 내장사에 왔다가

길가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감을 바라보며

군침만 흘리고 갔었지.


결혼해서도 두어번 친목회원들과 단풍놀이와 등산을 왔었는데,

단풍나무 아래에서 사진찍은 기억뿐 어디가 어딘줄 모르겠다.


춥다고 옷을 껴입고 점점 거칠어지는 날씨땜에

겁먹어보이는 남편이 장군봉에서다.

장군감으로는 안보이네요 ㅋㅋ




하늘이 깜깜해지니 산천초목이 얼어붙은듯~


내장사 입구와 케이블카가 보이고~ 


연자봉 가는길~


눈이 오락가락.

바람도 오락가락

구름도 덩달아 오락가락

우리마음속 불안감도 오락가락


신선봉 가는길이 오늘날씨처럼 어지럽군.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에 오른것은 평생 기억할것 같다.

호남정맥중에 눈맞으며 마음 졸이면서 올라왔기에...


당신은 이번이 다섯번째라 했던가~

그래도 오늘 오른 신선봉이 제일 기억에 남겠지요?



상고대가 보고싶어 눈산행을 부러워했었는데...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

길 잃을까 겁나고 미끄러져서 다칠까 걱정된다.



보기는 예쁜데...이런 길만 있으면 괜찮겠는데...


이렇게 어둡고 험한 길이라 정맥길에서

벗어나 있는 까치봉은 못가겠네ㅠㅠ 


소동근재 방향으로~


다행이 3월 2일 부터 입산 통제라네.


파릇파릇 돋아나던 새싹과 벙그러지던

꽃송이들이 된서리 맞은격이네.

다행히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손발도 별로 안 시러우니 얼어 죽지는 않겠지....


소죽엄재....무슨 뜻이 있을까?


문경새재처럼 높다는 의미의 새재봉인가보네.


눈발때문에 뵈는게 이것뿐이네.

멈출듯 하다가도 점점 거세지는 눈발이 심상치 않다.


지금 상황이 안 좋아서 간식타임인데 사진만 찍고 갑니다. 


맞아~이 소나무가 눈을 맞고 있구나.

눈때뮨에 장갑을 벗었다 끼었다 하며

사진찍기도 힘들지만 너 만은 꼭 담아 갈거야.


이런 눈을 맞으며 여기 올때가 아닌것 같은데...

뭔가 잘못 될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어찌해야하나!


백학봉지나 백양사 쪽으로 내려가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알바중이네~

되돌아가 구암사 방향으로 진행하다 봉우리에 오르니 전망은 좋다.


곡두재로 내려가는 길인지 알고 가다 바위와 낭떨어지를 만나

되돌아가서 길없는 산을 가로 세로로 질러 푹푹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나왔다.

1시간 넘게 알바를 하고나니 어디로든 탈출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든다.


곡두재에 도착하니 눈은 계속오고 날은 어두워져서

길을 잃을까봐 감상굴재로 넘어갈 엄두가 안난다.

낼은 날씨가 더 춥다는데 계속 눈이오고 있으니,

산행을 이만 접는게 용기있는 일일지도 몰라!


저 산을 드디어 내려왔구나 무사히!!


마을로 내려오니 5시 30분이 지났고, 덕흥마을 회관 앞에서 노을진 하늘이 보인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 연락하라는 복흥파출소 전단지를 발견하고

바로 전화를 걸어 정읍으로 나갈 택시를 보내달라 부탁했다.

ㅋㅋㅋ 이러다 전국 파출소 단골로 소문나겠다.


정읍시장통에서 돼지국밥을 먹은다음 숙소를 잡아 쉬고, 아침 첫차로

집에 오는데 버스안에서 바라본 맑은 하늘과 눈 쌓인 산들이 한폭의 그림같다.

원래 계획대로 천치재까지 오늘 산행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고 다음에 이어가야할 구간이 늘어나 염려되지만,

한치 앞도 알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기에 운명이라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