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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호남정맥(終)

호남정맥....10구간 ; 과치재~연산~만덕산~호남정맥 중간지점 ~수양산~국수봉~최고봉~유둔재 약 26km 13시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6. 5. 3.

2016년 5월 1일

 

춥지도 덥지도 않아 야영하기 좋은 날씨인데도 

자다깨다 뒤척이며 토끼잠을 잔다.

새벽 4시에 일어나니 하현달빛과 

별빛이 은은하고 차소리도 멈춰 고요하다.

서둘러 밥먹고 도시락 싸고 뒷설거지 한다음 

5분 거리의 과치재로 간다.


오늘 걸을 구간거리가 멀어 마음을 다지고

신발끈도 단단히 조여맨다.



굴다리 지나 등로로 들어서 오르막을 치는데

길들이 일어서서 맞아주며 콧등을 치려한다.

연산이라서 연한 길인줄 알았등만 

연이어 봉우리를 넘어넘어 가는군.


어제 지나온 과치재 방향을 돌아보고...


오르막을 헉헉거리며 오를만큼 올라왔으니 

여기가 정상인가 했는데 아니구만~ㅠㅠ



드디어 연산 정상.

힘이 다 빠져 서서 인증샷 할 기운 없으이~



준.희님 반갑고 고마우요~^^



어제는 고도가 낮아 꽃이 다 지고 안보이더만,

군데군데 늦깎기 철쭉꽃들이 보인다.




방아재에서 도로 건너 다시 산길로 만덕산을 향해간다.



산중턱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줄지어 핀 둥글레꽃



백두대간 할때, 육십령에서 새벽에 밧줄잡고 할미봉을 

힘들게 오르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는데....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 나게 하는 만만치 않은 만덕산 할미봉.

할무니들이 심술이 많으신가벼~





높이 올라오니 전망은 끝내주는군!


만덕산을 내려오며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멧돼지인줄알고 살펴보니 부부가 고사리을 꺽고 있다.

고사리를 많이 끊으셨냐 물었더니 별로 없다해서 

위에는 많더라고 알려드려서 험한 오르막을 올라가셨는지 기척이 없다.

내려오면서 보니 아래쪽이 더 많은데 생고생 시킨것 같다ㅋㅋㅋ



바람솔솔~

간식먹고 한숨 자고가기 딱 좋은곳.


453.6봉 내려왔으니 임도 좌측 500 m 지점

우측 산길에 있을 리본을 찾아야 한다.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시작되는 금,호남정맥을 포함한 

호남정맥 중간지점을 통과.



수양산 갈림길 바위위에 돗나물이 지천이다.

남편한테 오늘은 내가 남아서 돗나물을 뜯을 테니 

수양산 정상에 올라 사진 좀 찍어 오라 했더니....




잠시후 내 스마트폰 패턴을 몰라 

사진을 못 찍는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목청껏 설명을 해줘도 안들린다해서 

전화걸어 알려주는데도 안된다고 그냥 내려온다.

에고에고 내 팔자야~

복도 지지리도 없어서리 일급비밀만 탄로내고 

끙끙대며 올라가 인증샷~^^



범죄없는 입석마을로 내려와 집구경도 할겸 

물병을 채우러 남의집에 불쑥 들어갔다.

아줌마가 방안으로 들어오라고 성화시다.



땀과 송화가루로 덤벅이된  몸이라 물병 2개를 건네주고 집구경~

넓은 텃밭의 채소와 꽃잔디가 화려함을 더해주고 마당 한켠엔 

원두막도 설치하여 전원주택으로 탈바꿈한 농가를 부럽게 돌아본다.




국수봉 오르는 길에 쓰러진 나무가 등로를 가로막고 있어서 

돌고, 넘고, 기어서 빠져나가느라 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ㅋㅋ 그늘찾았네.



점심을 먹는데 600고지에 가까운 산들을 연이어 4.5개 넘고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계속 넘어온지라 지쳐서 밥이 안 넘어간다.

어제 채취해서 밤에 섦아 가져온 향좋고 달착지근한 두릅만

초고추장에 몇번 찍어 먹고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누워있어도 정신은 말짱하여 일어났더니 

현기증이나고, 땀이 흥건하다.

가슴도 갑갑하며, 산탈때면 빨갛게 달아오르던 

얼굴이 하얗기만 한것이 수상하고 이상하다. 


어제 저녁 라면을 급하게 먹고, 

오늘 새벽에 억지로 먹은 밥이 얹힌듯~

산은 무지 험하고 높은데 날씨도 더워 

몸이 엎친데 덮친격이라 무조건 월봉산은 패스~


간식으로 뭐라도 먹어야할텐데 

당기지가 않아 배즙으로 연명하고...

 

활공장에 서니 한옥마을과 호남고속도로가 보인다.



동물 이동통로로 쉽게 길을 건너 

한시름 놓이지만 아직도 남은 길은 멀기만 하다.

사이다 한캔만 있어도 몸이 호전될것 같은데 구할길이 없다.


최고봉이 얼마나 높을라나 걱정스러웠는데 

어영부영 잘 올라 왔다 휴~~


유둔봉 표지판이 세조각으로 깨져 

흩어져있는걸 주워 맞춰서 인증샷.



다행히 후반부 부터는 완만한 오르막과 

평탄한 길이 계속되어 중간 탈출을 면한것 같다.



저 산이 439봉 같은데 기어서라도 넘어야 할것 같군!


이제는 굴러가도 되겠지 ㅋㅋㅋ



길도 평탄하고 취나물이 많아 나물을 뜯으며 슬슬 내려간다.


나물뜯으며 만났던 광주에서 오신 부부가 뒤늦게 내려오셔서

조금만 기다렸으면 차를 태워 줄건데 택시를 불렀다고 야단이시다.



차를 회수하여 백양사 휴계소에서 사이다 한캔을 사 마셨더니

큭~하고 트림이 나면서 막힌 속이  뚫렸다 시원하게~

뜨끈한 갈비탕 국물로 허기진 속을 달래고....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려니 맨발이다.

신고 있었던 슬리퍼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휴계소에서 식사 후, 한숨자고 온다고 

차 뒷문을 열고 들어가 의자에 누웠었는데...

바로 의자에 오르느라 신발을 밖에 벗어둔것 같다 ㅋㅋㅋ

등산화가 아닌걸 다행으로 알아야지~

그리고 자연산 산나물을 얻었으니 퉁쳐도 되겠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