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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나 어렸을적에

비오는 날의 풍경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0. 9.

비가 내린다.

쿵쿵, 우르릉,우르릉~ 제법 사납게 겁을 주며 몰고 온 비바람 끝에는

가을이 실려 있다.

비바람이 지나가면 가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서겠지...

이제 햇살의 따가움도 바람의 쌀쌀함도 

짧은 순간 왔다가 서둘러 사라져갈 가을의 위세이려니~

덥다고, 습하다고 긴긴 여름에 넌덜머리를 치던 마음에 아쉬움이 깃든다.

영원히 짙푸르고 뜨거울줄 알았던 날들이 여름과 함께 멀어져 가겠지!

 

비가 오면 생각나는게 많다!!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친구도, 비오는날에 제격인 부침개와 막걸리, 수제비도...

그리고 비내리던 농촌의 풍경도~

그 옛날?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에

번뜩 잠에서 깨어 나곤 했다.

부모님은 이른 새벽에 벌써 논, 밭을 둘러보고 오셔서 비가 더 와야 한다느니,

비 때문에 다 된 농사 망치게 생겼다느니 하시며 부산을 떠셨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바지가랑이를 걷어부치고, 책보는 웃옷속 허리에 둘러

학교갈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한개 밖에 없는 우산은 농협에 가실 아빠가 쓰기로하고,

아빠는 금새 비료 푸대기를 거꾸로해서 목부분을 가위로 도려내거나,

한쪽 옆부분을 터서 오빠들의 고깔 우비를 만들어주셨다.

이웃집에 우산을 빌리러 가셨던 엄마는 1학년 꼬마를 달고 오셔서,

나랑 우산을 같이 쓰고 가라고 하셨다.

삽을 메고 논,밭으로 바삐오가는 어른들은, 더러 갈대나 짚으로 엮어 만든

도롱이를 쓰셨는데 이상하고 신기해 보였다.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은 학교 중앙을 가로 지르는 냇가에서, 발을 씻으며

불어난 황톳물을 건너뛰거나 물장난을 치며 시끌벅쩍했다.

빨라진 물쌀에 신발이 떠내려가 우르르 달음질치며, 따라가서 건져오기도하고

걸레를 빨다가 떠내려 보내기도 했었다.

수업시간중에 천둥,번개와 먹구름이 심상치 않으면, 멀리 사는 시골 동네 아이들은

일찍 돌려보내라는 교내 방송에, 오전 수업만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신이 난 우리들은 빗물에 깨끗이 씻긴 아스팔트 길을,

비 맞으며 맨발로 달리는 시원한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다.

동네에 들어서면 작은 또랑에도 물이 졸졸졸 흘러서, 동무들을 불러모아

둑을 막아놓고 송사리 잡는 재미에 흠뻑 빠지기도 했었다.

 

모처럼 일손을 놓고 집에 계신 부모님은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해놓으시고,

흰 고무신도 새하얗게 닦아 놓으셔서, 혹시 무슨날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물에 빠진 새앙쥐꼴인 우리들을 보고도, 야단도 안치고

감기든다 걱정해주시는 너그러워지신 부모님ㅎㅎㅎㅎ

더구나 애호박 부침개와 솥단지 개떡을 노릇하게 부쳐 큰 쟁반에 내주시니,

얼굴 가득 배시시 웃음이 피어나고, 행복이 어께 동무하고 앞문으로 들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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