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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행복을 꿈꾸다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0. 9.

문득 고개 돌려 창 밖을 보니 하얀 깃털 같은 함박눈이 나붓이 내리고 있다.

플라스틱 썰매를 끄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짓궂은 바람이 어느새 진눈깨비를 우우우~ 몰고오니,

함박눈이 정신없이 지상에 곤두박질친다.

저렇게 쌓이는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고 교통 대란이 일어나면,

"함박눈이나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했던 철없는 옥토끼 때문이라고,

욕들을 할거 같아 은근 걱정이 된다.

하지만 내가 빌어서 눈이 오는건 결코 아닐 것이다.

나는 교회도 안 다니고 절에도 안 댕겨서 기도빨이 안설 것이 뻔하다.

 

새벽에 일어나 집안일 돕고 먼길을 걸어, 학교에 가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몸을 비비틀며 종소리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하루가 1년 같았던 국민 학교 시절....

그땐 지루한 일상속에서 작은 변화만 있어도, 탄성을 올리며

길길이 좋아 날뛰곤 했었다.

비가 오면 물 장난 치며 노는게 좋았고, 눈이 오면 산으로 들로

발자국 찍으며 허대고 다니는것도 신났다.

제사가 돌아오면 떡 먹을 생각에 밤잠 안 자고 들떠 있고,

명절이 얼마 안 남았다하면 몇날 밤을 새옷, 새신발 꿈을 꾸며 가슴두근거렸다.

친척이 오시거나 동네 어른만 집에 오셔도 먹을게 생겨서 신바람이 났다.

 

내가 나이들어 가며 그때의 부모님 나이가 되어 그 심정을 헤아려 보곤 한다.

없는 살림에 제사. 명절. 손님 치레가 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웠을까!

할일은 많은데 날이 궂으면 얼마나 심란하고 꺽정스러웠을까!

손님상에서 눈치 없이 먹을것을 탐하는 자식들을 몰래 쥐어 박으며,

또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소갈 머리 없는 중정에(철없는 생각) 어른들은 뭐든 맘대로 하고, 힘든 일에도

힘든줄 모르고, 밤을 새워 일해도 안 졸립고, 안 먹어도 배가  부른줄 알았다.

눈을 뜨고도 제대로 못 보고, 머리가 있어도 깊은 생각을 못하고,

철없이 산 세월이 그래도 행복했었던 것 같다.

 

모든게 예전에 비해 편리하고 풍부해진 오늘날도

어른들은 별로 행복해 하지 않는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손님이 와도 제사. 명절. 김장. 기념일....

뜻 깊고 즐거운 날이지만 돈 걱정, 일 걱정을 앞세운다.

어떤 이는 걱정도 가불해서 곱빼기로 한다.

"철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세상 사는 낙이 없어서 일거라고 단정한다.

첫눈 온다고 문자 날리고  함박눈 내리면 눈 맞으며 매급시 동네 한 바퀴 돌고... 

길이 얼어 붙어 있으면 미끄름 타면서 소리지르며, 강아지 마냥 좋아하는

옥토낄 너무 욕하지 마시기를~ ㅋㅋㅋㅋㅋ

 

201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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