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돌고 돌리는 삶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1. 4.

며칠전...그날도 12시가 넘어서야 일을 마치고 들어온 남편이

쓸만한 가구를 누가 내다 놓았으니 가져오자고 한다.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던 나는 잠든척 아무런 대꾸를 안 했다.

아들이 벌떡 일어나며 "아빠 저랑 같이 가요"하며 따라 나선다.

기특한 녀석~벌써 아들덕 보며 산다. ㅋㅋㅋ

한참 후,현관문 여닫는 소리와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거실에 나와보니 별다른 훔집이나 얼룩도 없는 아담한 원목  장식장이 놓여있다.

"아니, 왜 이리 멀쩡한걸 버렸을까?" 오히려 의문이 든다.

아들이 자취생활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새 살림이 늘어 옷장이 필요하던 참이다.

아들방에 옮겨놓고 옷 수납장으로 써도 무난할듯~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있는 멀쩡한 가구들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날 골라온것들이 많다.

결혼해서 아이들 셋을 낳아 키우면서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다보니, 전자제품과 가구들이

고장나고  망가져서, 10년넘어 우선 장롱과 서랍장,TV,세탁기,냉장고 만을 새로 바꿨다.

그즈음 아파트로 이사를오니, 새 집엔 새 살림으로 채워야 된다는듯 

이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버리는 가구들이 넘쳐났다.

옆동에 사는 S언니는 새로 산 소파가 마음에 안 든다며 갖다쓰겠느냐고 물어왔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내 취향은 아니지만 성의를 봐서 접수했다.ㅎㅎㅎ

결혼할때 장만했던 책상은 베니다 합판을 붙여서 만든거라 여기저기가 들떠서 버리고

원목 책상 한셋트를 재활용품에서 골라다 들여 놓았다.


 

어느날은 출근하던 남편이 원목 책장을 낑낑대며 들고들어와서는

"여기 달린 서랍3개를 빼놓고 승강기앞으로 옮기는사이 어떤 사람이 그걸 들고 가는거야,

그래서 내가 먼저 찜한거다고 뺏어왔어." 하며 위기 일발의 무용담을 뽐낸다.ㅋㅋㅋ

애들이 크니 언니,동생이 같이 쓰던 옷장이 좁다고 옷장 타령을 한다.

속셈이 있어 "좀 기둘려봐~"하고선 관심있게 두 세 달을 지켜보니 원목 옷장이 눈에 들어온다.

문짝에 낙서가 좀 있어 지저분하고  안에 옷걸이 봉이 끊어져서 버렸는지 안보인다.

그래도 연륜이 있어 원목색이 곱고 튼튼해서 깨끗이 닦고,

옷걸이 봉을 가구점에서 사다가 메어 놓으니 원래부터 우리것인양 친근하다.^^

도둑질도 처음이 어렵지 재범은 한결 수월하듯 , 처음엔 남이 쓰던 물건이라

꺼름칙하고  남들이 어찌 생각할까.. 망설여졌었다.

써보니 돈도 아끼고  자원도 절감하고 쓰레기도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애용하게 되어 지인들에게도 공개하고 카페에 올릴 생각까지~


 

봄이 되면 화분이 필요해진다.

화분가게에 가야겠지만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날 아파트를 한바퀴 돌면,

어디선가는 마음에드는 화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덤으로 화분흙과 시들어가는 화초도 새식구로 들여온다.

부엌살림을 정리하는데 전자렌지를 올려놓고 쓸 탁자가 꼭 필요하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니 역시나 TV탁자로 보이는 원목 탁자가 떡 하니 나와있다.

쓰기편하게 양쪽 문짝을 떼어내니 수납공간이 넓어서 잡다한 물건을 놓고 쓰기가 편하다.

아래에 긴 서랍도 쓰임새가 많아 좋다. 


 

요즘은 어느집이나 물건들이 넘쳐난다.

냉장고가 두 세개씩 되지만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게 잔뜩 쟁겨서 있다.

신발장엔 신발이 꽉 차있고, 찬장엔 몇 년째 쓰지도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다.

옷장에도 입기는 그렇고 버리기는 아까운 어중간한 옷들이 빼곡하다.

그것들중 쓰여지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 새 물건에 밀려서....

"아나바다" 운동이 한창인때가 있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생활의 지혜와 알뜰함이 담겨있은듯~

어릴적 밥풀한알이라도 함부로 버리면,

천벌(벼락=환경오염,자원부족)을 받는다고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벼,보리, 콩 등을 이삭줍기 하라시던, 어른들의 가르침은

단순히 궁핍때문만이 아닌, 신이 주신 세상 만물에 감사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셨으리라.


 

본래부터 내 것은 없다.

세상은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르른 것이다.

인간만이 소유하고 쌓아두려 한다.

그런 인간마저도 부모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순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것...

사는 동안 필요한 모든것들은 조상과 자연으로부터 빌려쓰는것이다.

공기, 물, 햇살, 나무, 집과 편의 시설, 일용할 양식....

좀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서 건강하고 넉넉한 자연을

후손(자식)들에게 물려주는것이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될때는 소비가 미덕이라고도 하더군 !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좋은 물건을 자주 사들이고

싫증난 물건들은 내려 놓으시길...ㅋㅋㅋ

 

 

 

사족; 그렇게 아껴서 부~자 되었냐고?

         전혀~ 나는 쌓아두는걸 싫어한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부담없이 내려놓는다.

         빚은 안 지고 사니 가볍다. ㅎㅎㅎㅎㅎ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 엄마의 속마음  (0) 2015.01.17
마을 버스  (0) 2014.11.04
꽃소식  (0) 2014.10.09
행복을 꿈꾸다  (0) 2014.10.09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가봐~  (0)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