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81세인 울엄마는 흔히 말하는 걸어다니는 종합 병동이시다.
울멈마 어릴적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보따리 장사 나가시는 엄마를 대신해
어린 나이에 길쌈과 바느질은 물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시고....
그 와중에 일제 강점기와 6.25동란을 온 몸으로 겪으셨는데,
굶주림과 참혹했던 고생살이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신다.
결혼후에도 궁핍한 시골 살림에 대식구들 뒷바라지하랴, 농사일하랴 허리가 휘는데,
가정사에 나몰라라 방관하는 남편(울 아버지)때문에 복장 또한 어지간히 터지셨단다.
이래저래 몸고생 마음고생에 허리, 다리, 어깨, 목, 머리...가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쑤시고, 결리고, 지끈 거려 약이 한보따리, 온몸은 파스로 도배, 핫찜질은 기본이시다.
얼마전부턴 치통으로 고생이 많으신데, 썩어서 부스러진 송곳니가 남보기 흉하다고
가짜 이빨이라도 끼었으면 하셨다.
서울에 올라오신김에 임플란트를 해드릴 작정으로 치과엘 모시고 갔다.
검사 결과 뿌리가 튼튼해서 기둥을 세워 씌우면 되겠다하여 한시름 놓았다.
치료 기간이 10여일 걸린다하니 그동안은 내려가시겠다고 안하시겠지....
내친 걸음에 오래 쓰셔서 뿌연해진 안경도 매번 다음에 바꾸시겠다하신 것을
확 바꿔드렸다.
상가 지하에 사우나가 있길래, 돈 많이 쓴다 걱정하시는 엄마를 밀고 들어가
"이럴때 쓸라고 다 같이 모아논 회비 많이 있어~
아무 걱정 말고 등맛사지도 한번 받아보셔"하고 맛사지실로 떠밀었다.
예전과 달리 못 이기는척 따라 주시며 생전 처음이라 어색한 웃음을 지으신다.
무슨 물건이나 마르고 닳토록 쓰시고, 자식들이 드린 쥐꼬리 만한 용돈을 아껴
적금 들어서 큰 일에 목돈으로 내놓으시던 울 엄마.
당신 위해선 일전 한푼도 아끼셨으나, 왜 좋은것 맛있는것이 싫고,
남들 꽃단장 하고 잘 사는 것이 부럽지 않으셨으리!!
썩 잘 살지 못하는 자식들 돈 쓰는게 미안해서 못 마땅한척 하시고,
싫다 싫어 하셨던 속 마음이 읽혀져서 죄송하고...고맙고... 가슴이 뭉클했다.
따뜻한 욕탕에 몸도 담그고, 뜨끈한 찜질방에 마주 누워 지긋이 눈도 마추고,
점심도 사먹고....울 엄마덕에 나도 부담없이 회비로 호강했다.^^
퇴근길에 찜찔팩과 찜질파스를 사들고 집앞에서 막 구워낸 붕어빵도
사서 감싸안고, 눈이 빠져라 나를 기다리실 울엄마를 그리며 달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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