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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울 엄마 영화관에 가다~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5. 1. 26.

쓰러져가는 오막살이라도 내집이 편하고 좋으실텐데... 여러날 우리집에

 

계셔서 지루하실 엄마께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까 궁리 궁리.

 

우리집은 몇년째 텔레비전 없이 살고 있어서 더 적적하시겠다 싶어 영화표를 예매~

 

미리 엄마께 얘기하면 휘휘 손이나 내저으며 안 가시겠다 할게 뻔할 뻔자.

 

무대포로 바람쐬러 가자 꼬셔서 도착한 색다른 분위기의 영화관 앞에서

 

"여그가 뭐하는 디 다냐?" 하고 물으신다.

 

"엄마 영화관에 가본적 있어?"

 

"내가 은제 그런디를 가봤것냐~

 

가만 있어봐라 젊었을적에 한번 가본것도 같은디 암것도 생각 안난다야"

 

"여그가 영화관인디 엄마랑 영화 한편 보자고~ㅎㅎ"

 

"아이고, 남사스럽게~ 다 늙어가지고 영화가 뭐다냐."

 

"참말로~ 뭐가 어쩌서?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오셨고만,

 

글구 남들은 옆에사람 신경도 안쓴당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를 보며 잔잔한 감동과 슬픔에

 

마음을 흠뻑 적시고 나왔다.

 

"엄마, 영화 본 게 어떠셨어?"

 

"이런 사람은 부부간에 정이 뭣인중도 모르고 살았다야,

 

내새끼가 이뻐도 잠잘때 엉댕이나 한번 두둘어주먼 그만이고."

 

"그러게... 나이 들어서도 서로 위로해주고, 뭐든지 고맙다고

 

표현하면서 사는것 보니까 좋아 보이고만~"

 

"느그들이나 그러고 잘들 살아봐라,

 

나는 지금도 느그 아부지를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야.

 

그 잘난 양반이 나한테는 어쩐줄이나 아냐?"

 

'이크~또 울엄마 18번 나오실라' 말꼬리를 돌리고 돌리며 맘이 쫄아들었다.

 

 

 

며칠 후, "뭔놈의 영화를 또 보로 간다냐. 돈들어가는디"

 

"저번에 보고도 그러네. 이럴땐 그 할머니처럼 '고마워요' 해야재"

 

"아이그 그래 고마우요ㅋㅋ 근디 난 안가고 싶은게 느그들이나 가거라이"

 

"영화표 아깝게 엄마 안 가시면 우리도 안갈라네"

 

우겨서 다시 한번 영화관엘 갔다.

 

6.25전쟁의 참상과 참담함을 딛고 살아가는 가장, 그리고 산업역꾼의

 

처절한 삶의 무게가 가슴을 먹먹하게 짓눌렸던 영화 '국제 시장'...

 

"엄마도 6.25를 직접 겪었다면서?"

 

"말도 말아라. 영화에서 보다 더 끔찍허고...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지야~

 

바로 눈앞에서 총 맞고 죽는 사람도 보고, 피 흘리고 죽은 사람들도 봤어야.

 

징글징글한 것을 봐논게 먹도 못허고, 잠도 못자고 놀래지드라"

 

 

 

걸핏하면 총 들고 미국 놈이랑 공산당들이 집집마다 들이닥쳐서

 

남자들은 군대에 끌구가고, 젊은 여자들은 겁간을 했다고...

 

그래서 숨어지내고... 피난가고... 처녀들은 아무한테나 시집 보냈다고...

 

울엄마가 바로 역사의 산증인이시구나!!

 

"그때 별별 고생을 다 하고 살아놔서 웬만한 고생은 고생같지도 않게 

 

뵈는 갑더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자살하는것도 이해가 안가고..." 

 

 

 

연세가 많으신데도 여전히 기억력도 좋으시고, 깔끔하시고,

 

자식들 신세 안지려고 애쓰시며 사시는 존경스러운 울엄마!

 

때로 엄격하시고 체면을 너무 중시하셔서 속으로는 반항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하신 엄마가 옳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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