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난히 긴 장마가 끝났어도 소나기의 게릴라 작전은 계속되고,
말복이 지났어도 폭염은 여전하여 밤에도 물을 열 대야를 뒤집어써야
잠을 이룰 수 있는 열대야이다 ㅎㅎㅎ
전력에 비상이 걸려 에너지 절약에 전력하다보니 세상이 온통 찜통이다.
불볕더위속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 막내딸은 학교로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발길이 바쁘다.
냉방병으로 코를 찔찔거리는가하면 땀띠로 긁적긁적 잠을 못 이루는 딸내미.
빨리 여름이 지나고 수능이 끝나기만 학수고대 할뿐,
덥고 힘들어서 뒷바라지는 뒷전이다.
주변의 내 또래들은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란 국가 시책에
호응하여, 자식 농사를 다 지어놓고 룰루 랄라하여 부럽기도 하다.
큰딸 낳고 둘째는 아들을 낳아 이제는 할일 다했다 했는데,
친정 엄마는 하나는 더 낳아야 한다고 성화셨다.
아들이건 딸이건 부담없으니 내말 듣고 하나만 더 낳으라고 꼬시기도 하셨다.
자식이 많아야 이런 자식도 있고, 저런 자식도 있으니 지혜로
하나는 더 낳아야 된다고 강조하셨다.
난, 요새 세상엔 둘도 많고 가르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엄마말을 귓등으로만 들었었다.
둘째가 다섯살이 되어가는데 고생스럽게 다시 배불러
애기를 낳을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제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란다"
"내가 다 키워주마~"
"낳기만 하면 5백만원도 주마" 하시는 감언이설에 세뇌되어,
어느새 이웃 사람들 부끄러워 불른 배를 감추고 다니게 되었다.
급기야 산달을 앞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하여 낳은 애가 막내딸이다.
친정 엄마께 셋째를 낳았으니 5백만원을 달라고 하면, 아기를 안고 얼르시면서
"니미가 내덕분에 너를 얻고도 고마운중을 모른다이~ 되레 나한티 5백만원을
줘야 되것고만! 안그러냐?ㅎㅎㅎ" 하시며 딴전이셨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막내는 벙긋벙긋 잘도 웃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임성도 좋아 마냥 사랑스러웠다.
큰애들에게는 용납이 안 되었던 온갖 저지레와 말썽과 어리광이
너그럽게 지켜보아졌다.
지저분한거든 뭐든 무조건 입에 넣고, 쏟고, 엎지르고, 주무르고, 기어서 혼자
옥상에 올라가 내려달라 소리지르고, 장롱속에 들어 앉아 있고, 벽지 뜯어내고,
여기 저기다 끄적거리고, 그릇 던져서 깨뜨리고, 과일은 껍질을 먹고,
벗어 놓은 신발 거실에 가져나르고, 화장하는거 흉내내고, 빼딱구두 바꿔신고
뒤뚱거리고, 동생 사달라고 조르고, 엄마가 하는일 제가 하겠다고 떼쓰고,
식구들 나가면 따라간다고 울고 불고, 길을 갈땐 높고 낮은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골라다니고.....어쩜 큰애들이 하던대로 그 과정을 빠짐없이
거쳐가며 성장하는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야무지고 욕심많고 먹성도 좋아 큰애들에게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주겠거니 기대를 갖게도 했다.
입학을 하면서 교내,외 활동에 적극적이라 내심 좋아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보다는 다른데 더 관심이 많고 열중하니,
성적이 오락가락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뭐든 열심히 하면 뭐가 되든 되겠지!
조금씩 마음을 비우고 엉덩이를 두드려준다.(딸애는 질색 팔색)
고3 에서 해방되면 훨훨 날아다닐듯, 꿈에 부풀어 몇 달후를 상상하며
히죽거리는 딸.
외할머니 덕분에 태어났으니 돈 벌면 자신이 외할머니께
5백만원을 드리겠다고 한다.
그때까지 외할머니는 꼭 건강하게 살으셔야 된다며,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겠단다.
내 배 아파 저를 낳은 것을 모를리가 없을 터인데...
저를 낳았을때 셋째라서 보험적용이 안되어 출산비도 많이 들고,
키우면서 요구사항이 많아 양육비도 들만큼 들었다.
앞으로도 대학가면 곱으로 쏟아부어야 될 터이다.
그럼에도 가끔 나한테는 "나를 그냥 낳아주지 왜 돈 5백만원 땜시 낳았어~"
"5백만원씩이나 빚지고 사는 기분이야~" 하며 투정이다.
아빠께도 저를 낳을 시간에 잠깐 동안 왜 자리를 비웠냐고 몰아세운다.
우리 부부, 저를 보며 어이 없어 웃고, 사랑스러워 웃고, 기특해서 웃고,
3 남매 어우러짐이 보기 좋아 웃는다.
옛말에 웃어른 말을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내겐 셋째가 생겼었다. ㅋㅋㅋㅋ
2013년 8월 29일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을 꿈꾸다 (0) | 2014.10.09 |
---|---|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가봐~ (0) | 2014.10.09 |
꿈꾸는 봄 (0) | 2014.10.09 |
비가 온다...봄도 오려나? (0) | 2014.10.09 |
이 생각...저 생각... (0) | 2014.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