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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비가 온다...봄도 오려나?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0. 9.

아침에  출근하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가 오니 우산 챙겨가지고 나가~"

어제 그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내린다하니 "왠 비가 아직도야~" 반갑지 않은 기분이다.

우산을 챙겨들고 같이 집을 나선 딸아이가

"엄마, 오늘오는 비가 무슨 비인줄 알아?" 하고 묻는다.

"글쎄...뿌옇게 비오는것 같지도 않게 내리는데?"

"는 개~"

"는 개? 처음 들어보는데~"

"안개처럼 내리는 비라서 안개비라고도 할수있는데 우리나라 고유어래~!"

"그렇구나! 비 종류도 참 많고 이름도 이쁘다~"

"소나기,이슬비,보슬비,가랑비.장마비~또 있어?"

"여우비,장대비,봄비,꽃비,단비...소나기라는 황순원 단편 소설이 우리 학교다닐때 교과서에 나왔었다~"

정말 난 그때 "소나기"를 읽고  또 읽고 즐겨 읽었었다.

설레임과 애잔함이 묻어나는 소년의 풋사랑이 슬퍼서 가슴이 무너지고 여운이 오래갔다.

조약돌,징검다리,대추,옥수수대,황톳물....

"이슬비와 가랑비 얘기 해줄까~?"

"정말?"

"옛날에 7,8월에는 손님이 반갑지 않은때인데 어느집에 사돈이 다니러 오셨대~

날씨도 덥고 찬거리도 마땅치 않은데 장마까지 시작되어 사돈이 가지 않으니 얼마나 힘들겠어.

어느날 드디어 지루한 장마비가 그치고 가는비가 약간오기에

"사돈,비가 와서 가시지도 못하고 답답하셨쮸?

사돈 가시라고 가랑비가 오네유~"

했더니 "아니어유~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는구만유~"하더래 ㅋㅋㅋ"

"ㅎㅎㅎ 장대비는 ?"

"시골 살때 외할머니가 웃골밭에서 일하시다가

막 달려오면서 손을 휘저으며 소리소리 지를때 뒤따라오던 비 쥐 ~"

"문여사, 무은 말이여요?"

"ㅋㅋㅋ햇볕 쨍쨍하던 날씨가 갑자기,

방장산에서 시커먼 먹장구름이 밀려오면서 장대같이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었지...

외할머니가  마당에 널어 놓은 비 설거지을 하러 달려오시면서

우리한테 빨래 걷고 장꽝뚜겅 덮으라고 소리를 지르시곤하셨었어~"

" 피~잏ㅎㅎ."

 

비라고 다 같은 비가 아닌데 싸잡아서 비를 푸대접한게 무안하다.

연이어 내리는 비로 인하여 얼었던 지져분한 눈들이 말끔히 녹아내리고,

움추렸던 어깨와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몇차례의 눈보라와 강추위의 시샘이 남아있어

아직 봄이 오기엔 험난하지만,마음속에 봄빛이 물들어 가는

우리들의 응원에 힘입에 봄은 오고야 말리라~

 

2013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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