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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4일째/ 팜플로나~푸엔테 라 레이나 24.1km 8시간 2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5. 30.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어젯밤 늦도록 끼리끼리 어울리는 순례자들의

흥겨운 목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왔었다.

특히 부산에서 오신 분이 활달하여 한국인과

외국인을 한자리에 끌어들여 까미노의 밤을 즐기는 듯 했다.

소통도 어렵고 내성적인 성격에 몸도 피곤하여

잠자리에 들었으나 왠지 우리만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남들은 식구끼리 온 우리를 부러워 하던데.... 

 

 

 

 

6시 40분 출발~

썸머타임이 적용되어 밤에는 9시가 되어도 날이 환하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해가 떠오른다.

 

 

 

순례길을 따라 잘 가꾸어진 공원을 구경하며 걷는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는 우릴 보면서

 "올라~ 부엔 까미노" 하며 축복해 준다.

 

 

 

골목골목에서 나온 순례자들이 몰려들어 순례길이 북적인다.

올라~ 헬로우~ 굿모닝~ 부엔 까미노~~ 

시선을 주고받으며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순례자들

아직도 우리는 입에 붙지 않은 영어, 스페인어 인사가 어색하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한없이 걷는다.

울산에서 오신 부부를 만났는데 다리가 아파 배낭을 배달시키고

천천히 걸으며 배가 고파 '바'가 나오길 학수고대한단다.

 

 

 

 

싱그러운 밀, 보리 밭

 

 

 

 

 

 

 

꼬불꼬불 부드럽게 이어지는 순례길

 

 

 

남편은 어제보다 컨디션이 나은 것 같다고 하는데

얼굴은 눈 주위까지 발갛게 부어올라 차마 볼수가 없다.

나도 오늘 아침엔 2층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발목이 시큰하여 가슴이 철렁하며 서글펐다.

 

 

 

길가에 물줄기가 흘러들어 요리조리

피하면서 걷느라 더 힘이든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니 힘이 솟는다.

 

 

 

바 가 나오면 우선 음료와 간식를 주문해서 먹으며

화장실에 다녀 온 다음 와이파이를 켠다.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카톡으로

소식을 전하다 보면 30여분이 훌쩍 흘러가 버린다.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와 딸내미가 좋아하는 크로와상 

내가 달고 사는 탄산음료 등이 단골메뉴~

 

 

 

딸내미는 잠깐 동안이라도 양말을 벗고 있어야 쉬는 것 같다고~

 

 

 

 

 

 

 

난 선두대장

남편은 본대장

딸내미는 후미대장

 

 

 

진창길에서 쩔쩔매는 딸내미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오르막에서 한컷~^^

 

 

 

600고지에 있는 페르돈 고개

부산 아재들과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순례자들이 뜸할때 기념 사진 촬영

 

 

 

태극기를 보니 반가워서 또 한컷 남기고.

 

 

 

급경사 내리막

 

 

 

자갈이 자글자글해서 위함천만한 길

오르막 보다 더 힘들여 내려오는 딸내미

 

 

 

앉을 자릴보면 궁둥이부터 디민다 ㅋ

 

 

 

 

 

 

 

 

 

 

기여히 진창길에 발을 담궈 버렸네~

 

 

 

 

 

 

겨우살이의 하얀 꽃송이들이 부케처럼 보인다.

 

 

 

종탑건물 주변에서 순례자들이 쉬고 있다.

햇볕이 뜨거운데 썬탠하는 분들도 많다.

 

 

 

말없이 다가와 사진 촬영에 협조하는 말

 

 

 

 

 

 

 

마을 사람은 그림자도 안보이는 시에스타 시간

 

 

 

누군가의 등산화가 전기줄에 걸려있다.

 

 

 

반듯한 생나무 울타리

 

 

 

살짝 선보이는 포도나무 밭

 

 

 

마을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한다.

 

 

 

푸엔테 라 레아나 알베르게 앞

샤워 후 손빨래를 해서 널고 동네마실을 나간다.

 

 

 

알베르게를 겸하고 있는 호텔 레스토랑

바 와 수퍼도 겸하고 있어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 먹을 수 있다.

줌바 3인방이 뒤늦게 알베르게에 들어와 만나니 반갑다.

 

 

 

오늘은 음녁 3월 4일~

남편의 61세 회갑날이다.

그동안 지인들이 함께 가자는 해외여행을

수차례 거절하고 생업에만 열중한 성실한 남편!

건강할때 해외여행을 해야한다고 이왕이면 순례길을 다녀오자고

잔뜩바람을 넣어 이곳에 왔는데 남편 건강이 악화일로다.

 

 

 

회갑을 기념한 순례여행도

회갑날의 성찬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남편이 안타깝다.

전천후 식성이라고 늘 자랑하던 남편이 입맛이 없어

뷔페에서 요플레와 과일만 조금 가져다 먹는다.

 

얼굴이 점점 더 붓고 열이 올라 약국에서 산 해열제를 먹고

일찍 자리에 누운 남편 얼굴에 찬 물수건으로 계속 냉찜질을 해준다.

딸내미가 아빠회갑날이니 서로 편지를 써서 교환하자는데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와 도저히 편지를 쓸수가 없다.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고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스러워 눈물만 난다.

빨리 호전되어 즐겁게 순례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남편과 딸내미를 향한 내 안의 사랑이

자꾸만 눈물이 되어 흐른다.

 

 

**바 - 4.7유로

알베르게 -30유로

저녁식사(뷔페) -45유로(아침식사포함)

레몬 음료 -1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