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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6일째/에스테야~산솔 28.1km 8시간 3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5. 30.

2018년 4월 21일 토요일

 

 

날로 증세가 악화되었던 남편이 병원약을 먹고 잔 다음

어제보다 더 심해지지는 않은 듯 보인다.

열도 조금 내렸는지 가뿐하다며 우유에

씨리얼을 말아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다.

우리가 배정 받았던 침대에는 콘센트가 없어서

주방에서 잠깐 충전하여 출발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하루를 쉬거나

버스로 이동하라는 카톡이 빗발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걸을 코스가 길어 고민이 된다.

남편이 다리는 많이 아프지 않으니 짐을 보내고

예정대로 가자고 하고 딸도 찬성하여 그대로 진행한다.

 

 

 

일요일엔 대부분의 '바' 나 수퍼가 문을 열지 않는다하여

어제 까르프에서 우유와 씨리얼, 컵케잌등을 미리 사왔었다.

남편의 배낭에 내일먹을 음식과 무거운 짐들을 빵빵하게 넣어

저녁에 들어갈 알베르게에 보내고 딸의 가벼운 배낭은 남편이 맨다.

 

 

 

쉬엄쉬엄 무리 하지 말고 걸어보세^^

 

 

 

순례자들이 철문안을 들락날락 하는 게 수상하다.

 

 

 

아~ 이곳이 바로 이라체 포도주 공장이구나!

마음껏 포도주를 마실 수 있다는 곳으로 유명한데

우리 몸 건사하기도 버거워 깜빡 잊고 있었다.

한쪽 수도꼭지에서는 포도주가 콸콸 나오고

다른쪽 꼭지에서는 물이 나온다 했는데....안 나온다.

많은 순례자들의 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중단해 버렸나?!

조금 아쉽긴 하지만 우린 술을 안 마시니 미련없이 자리를 뜬다.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곳에서 이쪽저쪽을 살펴보며

어느곳으로 가는게 유리 할지 점쳐본다.

 

 

 

순례자 한팀이 가는 방향으로 올라와 숲 속 길을 간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잘못 선택한게 아닌가

불안하지만, 오솔길이 맘에 들어 성큼성큼 걷는다.

 

 

 

시원하고 한적한 숲을 잠시 벗어난 길에 서니 

멀리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이 보인다.

 

 

 

노란 화살표가 안내해 주는 

숲길과 대로를 번갈아 걷게 되는 길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풍광들~

 

 

 

열심히 앞서 가는 남편을 불러 세운다.

몸이 좀 나아진 것 같다고 걱정을

덜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갈림길에 있는 나무가지 위에도

걸려 있는 노란 화살표

 

 

 

 

 

 

 

바 가 있을 법한 마을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바 에 들어가 

음료만 마실 때도 많다.

 

 

 

꽃 그늘 속에서~

 

 

 

 

 

 

 

갈라져서 걸었던 순례자들이 합류~

눈에 익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어디서 봤더라" 생각해봐도

어제와 다른사람이랑 짝이 되어 걸으니 볼때마다 헷갈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밀, 보리밭 길

 

 

 

들판 한 가운데 있는 간이 '바'에 몰려드는 지친 순례자들~

부산아재 패거리?들이 당도하여 안부를 묻느라 왁자지껄하다.

우리 옆 침대를 썼던 친절하고 싹싹한 일본여성

'시노부"와 인사를 건네고 우린 먼저 자릴 비운다.

 

 

 

등산화에 꽂혀있던 시든 꽃들을

싱싱한 꽃들로 교체해 놓고 간다.

 

 

 

"부엔 카미노"

순례길을 걷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누구나 주고 받는 인사말

좋은길 가세요~

순례길에 행운이 있기를~

 

 

 

 

 

 

 

눈은 시원하고 몸은 더워진다.

 

 

 

싹이 돋고 있는 둥치만 남은 포도나무

 

 

 

처음 보는 나무인데 확인해 보지는

못했어도 올리브 나무인것 같다.

 

 

 

로스 아르고스

이곳의 알베르게를 이용하는 순례자들이 많다.

 

 

 

넓은 광장에는 이 고장 사람들과 순례들이

점심식사를 하느라 붐빈다.

우리침대 2층을 썼던 브라질 男이 벤치에서

쉬고 있다가 우릴 보고 반가워한다.

딸네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발에 생긴 물집도 걱정해 주고 '부엔 카미노~' 한다.

며칠 연속 만났는데 항상 웃는 얼굴로

반가워하여 우리도 정이 간다.

필요할것 같아 미리 준비해 간 태극마크 '손톱깎기"를

주었더니 기뻐하며 자기는 줄게 없다고 미안해 한다.

 

 

 

 

오는 길에 수재빵집에서 구입한 피자빵을 먹는데

남편은 하몽이 비위에 안 맞아서 못 먹겠다고.

이건 아주 큰 빅 대박 사건이다.

이제까지 뭐든 안 가리고 잘먹다는 호언장담을 했던

울 남편이 스페인에 와서 무너질 줄은 정말 몰랐다 ㅋ

 

 

 

힘들어 하는 딸내미의 양말과 신발을 신겨준다.

 

 

 

처음 배달보낸 배낭이 과연 잘 도착해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7km 떨어져 있는

산솔로 걸음을 재촉한다.

 

 

 

고목이 된 아름드리 올리브 나무

 

 

 

 

 

 

 

난생처음 고생을 사서 하는 딸내미

5km 이상 걸어 본 적이 없을 텐데 5일 연속

걷고 있으며 오늘은 최장거리 28.1km에 도전 중~

왠만하면 아침 7시 전에 일어난 적도

거의 없을 텐데 5일 연속 6시전에 일어나고,

5kg 이상 되는 짐을 5일 연속 메고 다녔다.

까탈스런 애가 땅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있는것도 난생처음 일 터.

스페인에 와서 딸내미의 진면목을 보게 될 줄이야~~

한다면 하는 야무지고 끈기있고 착한 효녀!!

평소엔 안 하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ㅋㅋㅋ

 

 

 

 

하얀꽃이 흐드러지게 핀 완두콩 밭

 

 

 

멀리 보이는 산솔이 끌어 당기는 듯

오르막을 바쁘게 오르는 남편

 

 

 

산솔이 손 바닥만 하면 알베르게도 찾기 쉬울텐데...

위, 아래로 다니며 배낭 보낸

알베르게를 찾느랴 지친몸이 힘겹다.

 

 

 

알베르게 앞

당연히 배달되어야 마땅한 배낭이 홀에 놓여 있는데

잃어 버릴 줄 알고 있다가 찾은 것 처럼 무지 반갑다^^

 

 

 

물이 차가워서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인기 많은 족욕 풀장

      

 

 

편안히 시원한 공기 맛사지를 받고 있는 발바닥~

 

키가 훤칠한 외국인 남자가 딸내미를 보더니 

엄청 반가워하며 큰 소리로 외국어를 남발한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던 딸내미가 사태를 짐작했는지

외국어를 조금 보태더니 역시 놀랍고 반가운 기색이다.

4일 전 팜풀로냐에서 알베르게를 찾아 줄려고 지도를 들여다 보며

한참동안 동분서주해주셨던 분 임을 스스로 자수하여 알게 되었다.

그 때는 길찾느라 얼굴 들여다 볼 틈이 없어서 잘 몰라 봤는데

키 크고 잘 생기고 멋진 분이라 태극마크를 단 손톱깍기를 선물한다 ㅋㅋㅋ

 

 

 

 

남아 있는 우유와 씨리얼, 요플레로 저녁을 대신하려고 

홀에서 맛있어 보이는 크로켓을 시켜 같이 먹기로 한다.

상상과는 달리 크로켓 맛과 식감이 비호감 이었당

 

 

** 3인 하루 지출내역

바나나 2개 -2유로

오렌지 쥬스 -2.5유로

피자빵 -12유로

알베르게 -30유로

고로켓 -4유로

콜라 -1유로

가방 택배비 -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