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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3일째/ 라라소아냐~팜플로나 15.8km 6시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5. 29.

2018년 4월 18일 수요일

 

첫날 악천후 속에서 몸을 혹사하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이튿날 27km를 걸어 

남편은 몸살기가 더한것 같고  딸내미 발바닥도 물집이 잡히고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래서 등산화 신을때와 처음 발을 내딛을때는 '악~'소리을 내곤한다.

진퇴양난이지만 점차 단련이 되어 익숙해질거란 희망을 안고

오늘은 계획을 약간 수정하여 팜플로나 까지만 가기로 한다.

 

 

 

라라소아냐 알베르게 앞

 

 

 

6시에 일어났으나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어 좀더 누워있다가

6시 30분에 불을 켜고 배낭을 꾸려 꼴찌그룹에 합류~

 

 

 

맑고 깨끗한 아침공기을 맘껏 들이 마신다.

딸얘는 비염이 있어 늘 휴지를 달고 살았는데

공기가 좋아서 그건지 증상이 많이 호전된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인공눈물을 며칠째 안 넣어도 불편하지 않다.

 

 

 

둘이서 다정하게 걷는게 보기좋다.

이번 기회에 부녀 사이의 돈독한 정이 깃들기를~ㅋㅋㅋ

 

 

 

수량이 풍부하여 어딜가나 우릴 따라 다니는? 물줄기

우리가 물줄기를 찾아 다닌건 아니니 맞는 말이지~

 

 

 

젖은 수건을 말리기 위해 옷핀으로 달고 다니는 남편

 

 

 

남편은 큰 개울만 만나면 좋아하며 사진을 찍어 달란다.

냉.온수를 펑펑써도 눈치가 않보이고 화장실 변기물도 거세게 나와서

막힐 염려없이 시원시레 빠지는 물많은 나라 스페인이 부럽다.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아스팔트길을 한참동안 따라 걷는다.

 

 

 

 

 

 

 

아침을 못먹었으니 "바"가 있기를 기원하며 마을에 진입한다.

 

 

 

경치에 반해 걷다보면 남편과 딸내미가 뒤쳐져서 보이지 않는다.

길바닥에 물이 고여있는 진창길이 많아 더디게 걷는 딸내미.

골라 딛는 곳이 하필 물구덩이라 발이 젖어 양말을 갈아 신는다.

 


 

순례자를 위한 수도시설

식수로 접합하다는 안내문인 듯~

 

 

 

시골 마을을 지날때마다 수퍼가 있나

살펴보지만 쉴곳도 마땅치 않다.

갈림길표시와 지도가 벽에 붙어 있는

마을에서 어느쪽으로 갈까 망설인다.

간식을 먹으며 순례자들이 오기를

기다려 많이 가는 쪽을 택한다.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갖춰져 있는 순례자를 위한 쉼터 

 

 

 

초록물결처럼 일렁이는 밀. 보리밭

 

 

 

굴다리도 지나가고

 

 

 

숨 가쁘게 오르막을 오르고

 

 

 

 

 

 

 

규모가 큰 마을에 들어선다.

 

 

 

한국어와 영어가 통하지 않는 바에서 어렵게 주문한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바게트 샌드위치

딸내미가 사진 먼저 찍고 먹어도 된다는 싸인을 할때까지

양손 붙들고 얌전히 기다려야 된다 ㅋㅋㅋ

 

 

 

좀 쉬었다가 출발하려면 딸내미가 치르는

의식이 끝날때까지 또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벗고 있던 발에 바세린을 정성스레 바르고 발가락 양말을

열 발가락에 차례차례 끼우고 신발을 조심스레 신고....

그다음 부터는 내가 나서서 기다리다 지친 표를

안 내려 노력하며 신발끈을 묶어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준다.

주변에 앉자 있던 순례자들이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아 있을때가 부지기수이다 ㅋ

 

 

 

겹 왕 짱 벚꽃?

 

 

 

플라타나스나무 같은데 몸뚱이만 남은

기묘한 모습의 가로수 길

 

 

 

약국에 들러 거금을 주고 산 물집 패드

 

 

 

 

 

 

 

오늘은 짧은 거리를 가기 때문에

시내관광을 두루하며 여유있게 걷는다.

 

 

 

봄꽃들이 만발한 성곽

 

 

 

이슬 맺힌 풀밭과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가 있는

그늘을 벗어나면 햇볕이 따갑다.

 


 

이 도시는 유적지나 관광지가 많아

관광객들이 붐비는 듯 하다.

아는게 별로 없는 우린 순례길

표시만 따라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시골이나 도시나 공간을 두지 않고

건물들을 붙여서 지은것이 특이하다.

 

 

 

요 근방 어디쯤에 있다는 공립알베르게를

찾으러 동분서주하는 딸내미

모든걸 딸내미에게 일임하고

손놓고 기다리는 남편

 

 

 

 

 

 

 

안내센터에서 설명을 듣고 지도도

받아왔지만 갈곳이 어디묀지... 

지도를 들고 있는 우릴 보고 지나가던

외국인이 열성적으로 길을 찾아주려 애써주신다.

결국 핸드폰 내비를 켜고 알베르게를 찾아냈다.

 

 

 

침대가 따닥따닥 붙어있고 수용인원도 많아 좀 불편하지만

편의시설과 가까운 곳에 큰 수퍼가 있어 좋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시간이 널널하여 손빨래하여

양지바른 뒤뜰에 널어놓고 몸도 볕에 말린다. 


 

 

주방이 넓고 점심시간이 지나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마트에 저녁 먹을거리를 사러 간다.

요플레와 빵, 음료수, 바나나, 계란, 샌드위치등을 사고 있는데

남편이 씨리얼과 우유가 싸니 사 가자고 한다.

양이 많아 한번에 먹을수도 없고 배낭에 짊어지면

무거울 뿐더러 오늘은 먹을거리가 많으니 다음에 사자고 설득~

 

 

 

 

 

마트 옆 골목에 있는 중국인 가게에서

 '辛 라면' 2봉지를 사 와서 끓인다.

 

 

 

어제 먹고 남은 비빔밥도 배고플때 먹을려고

배낭에 넣어 왔으니 꺼내 놓는다.

 

 

 

오랫만에 매운 음식을 먹으니 입안이 얼얼하다.

재채기를 해가며 먹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들어오기에

재빨리 환풍기를 틀고 창문을 열어 놓는다.

 

조금 있으니 알베르게에 주비리에서 잤던

순례자들이 줄줄이 들이 닥친다.

며칠전에 우리 침대 윗칸에서 썼던 낯익은 브라질 남자와

부산 아재 두분도 들어오셔서 반갑게 맞이한다.

또 다른 한국인 순례자 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세명의 친구가 함께 온 한국 줌마들이 주방에서 신라면 끓이는 걸 보고

부산아재들과 다른 한국인들이 라면을 사러 우르르 물려간다. 

 

 

 

남편이 계속 열이 오르고 얼굴도 부어 올라서

시에스타 시간이 끝나고 약국엘 갔었다.

영어와 스페인어, 손짓 몸짓을 동원하여 증상을 얘기하고

약을 조제해 달라하니 원인을 알수없다면서 해열제만 권해준다.

약기운에 남편은 늘 초저녁에 곯아 떨어지고

나와 딸내미는 할일이 많아 피곤해도 밤늦도록 잠을 못 잔다.

내일 걸을 거리와 알베르게를 검색해보고 와이파이가 있는지

마트나 주방이 있는지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기 때문~

비상식량준비와 세탁물체크, 지출내역 정리와

끄적끄적 몇자 적는 일기쓰기를 마치면 몸은 녹초가 된다.

 

 

**3인 하루 지출 내역

공립알베르게 -24유로

바 -8.9유로

마트 장보기 -14.33 유로

해열제- 0.65유로

물집패드 -1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