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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1일째/생장피드포르~ 론세스바예스 25.1km 7시간 3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5. 27.

2018년 4월 16일 월요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는 별빛을 따라간 수도사들이

야고보의 유골을 발견한 곳이며, 로마, 이슬람과 함께 세계 3대 카톨릭 성지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파울로 코엘료 소설 '순례자'로 인하여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되었다.

 

 

 

 

 

여행작가 김남희씨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을 처음 읽으며

언젠가 나도 한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여유있는 시간, 돈, 건강의 3박자 조건이 갖추어지길 바라며

노력하고 꿈꾸었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8년만에 프랑스 바욘에 왔다.

 

 

 

3일 전 모스크바를 거쳐 13시간 넘게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 드 골 공항 도착.

파리 시청 근처의 한인민박에 머물며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 몽마르뜨 언덕,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 노트르담과 생샤펠 성당, 루브르 박물관, 팡테온 등 3일간 세느강 주변 관광.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려 뻐근뻐근하고 몽롱한 상태로

버스에서 내리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소낙비가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야지~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오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혼자는 엄두가 안 나 만만한 남편을 설득하였다.

61세 회갑 기념으로 해외여행 겸 물가싸고 안전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자고~ㅋㅋㅋ

 

 

 

 

이렇듯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31일간 서바이벌을 벌여야한다.

프랑스 생장 피 드 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폐인 북부를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에 입성하는 약 800km의 대장정.

 

 

 

프랑스 생장 피 드 포르 가는 차를 타기 위해

어두운 골목과 찻길을 더듬어 긴 다리를 건너 왔다.

 

 

 

2시간여를 기다려야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판기 커피를 뽑아 보려던 남편이 자판기와 씨름하고 있다.

 


 

생장 피 드 포르행 7시 40분 버스

신혼여행 6개월째에 순례길을 걸어보겠다고 온 신혼부부와

혼자 순례길을 걸으러 온 아가씨를 만나 함께 간다.

 

 

 

1시간 후 생장피드포르에 내려 이골목 저골목

순례자 사무소를 찾아 헤매고 있다.

 

 

 

순례자 사무소

순례자 등록 서류를 작정하고 알베르게에 들어갈때

여권과 함께 내고 스템프 찍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는 곳

기부금 내고 순례자의 상징인 조개 껍데기도 골라 배낭에 달고 다닌다.

 

 

 

순례자 등록후 순례자 여권 발급받아 찍는 첫 스템프

 

 

 

담당자분이 무척 친절히 순례길을 안내해 주고 피레네 산이 순례길 중

가장 경사가 심하고 거리가 길어서 오늘 걷기는 힘들다고 하신다.

날씨도 안 좋고 피곤하고 시간도 늦어 망설여 지지만

일정을 빡빡하게 짜서 오늘부터 걸어야만 한다.

말은 안 통해도 우리의 의중을 읽었는지 8km 지점에 있는

오리송 알베르게에 특별히 전화예약을 해주신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아자 아자 아자!!!

 

 

 

이국적인 풍경과 주택들을 둘러보며 오르막을 오르고

 

 

 

한국인을 만나 안심 되었는데 신혼부부는 내일부터 천천히 걷겠다하고

혼자 온 아가씨는 어느쪽으론가 날쌔게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

믿을 건 화살표 뿐인가 보다.

 

 

 

길가를 예쁘게 수놓은 야생화

촉촉히 내리는 비

초록의 싱그러움

그림같은 마을 풍경이 가슴에 밀려 들어온다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면서도 사진찍는데 여념없는 막내딸~

 

 

 

탄성이 절로 나오고 발길이 멈춰진다.

 

 

 

풀을 뜯는 소들도 멋져서 또 멈춰선다.

 

 

 

계속되는 오르막에서 외국인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꾸벅.

이건 아닌데...

그들도 뭐라뭐라 하면서 웃음지으며 간다ㅋㅋㅋ

 

 

 

아~ 오르막이 장난 아니다!

비도 장난아니게 계속내려 진창길이 되어간다.

 

 

 

안개까지 짙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다.

 

 

 

날씨가 좋았으면 야생화들이 피레네산을 온통 뒤덥고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즐길텐데 아쉽다.

 

 

 

높은 봉우리를 무사히 넘고 감격스러워하는 막내딸

파리와 바르셀로나 관광, 맛집 탐방을 미끼로

영어가 안되는 우리 부부의 가이드를 떠 맡겼다^^


 

 

평소에 등산이나 걷기같은 운동도 안하고 나름 귀하게 자란 막내인지라

혹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달고 온 게 아닌가 싶어 살짝 걱정이 된다ㅋㅋㅋ

 

 

 

 

초보이긴 우리나 저나 마찬가지인데 3일 동안 파리여행을

별탈없이 가이드하고 무척 어른스러진 막내가 기특하다.

3시간 걸린다던 오리송 알베르게에 빨리 도착되었다. 

본래부터 머물 생각도 없었고 1인 비용도 32유로라 비싸서

예약을 취소하고 다음 알베르게까지 걷기로 한다.

 

 

 

점차 거세게 비바람이 불어 옷과 신발, 배낭이 젖어들고

추워서 옷을 껴입고 걷는데 배가 고파온다.

남편 지인이 비상 식량하라고 준 미숫가루를

물에 타마시고 초콜릿, 땅콩을 조금씩 나눠 먹는다.

 

 

 

어디가 어딘줄 모르고 걷다가 산티아고 표지석을 만나니 반갑다.

산티아고 순례길 총길이가 약 800km인데 765km 남았다는 건가??

기록들이 정확하지 않는 것 같다.

 

 

 

오 마이 갓~!!

눈까지 우리의 앞길을 막아 악전고투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오리무중~

안개처럼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안감...

 

 

 

아침밥도 못 먹고 쉴데도 없어 다리 아파하며

악천후에 마냥 걷고 있는 딸내미가 넘 안쓰럽다.

 

 

 

눈 앞의 봉우리만 올라서면 내리막 길일것 같아 기를 쓰고 올라가면

높은 봉우리가 나타나 배도 안부르고 힘만 더 빠지는 골탕을 먹인다.

 

 

 

딸내미를 부축하며 자신도 아픈 다리를 끌며 느리게 걷는

남편과 딸을 보니 앞길이 암담하여 눈물이 찔끔찔끔.

집나오면 고생인데...이리 멀리까지 와서 어쩐다지....

 

 

 

위험한 길에서 건장한 순례자 분들이 지켜 서 있다가

안전한 길로 안내를 주고 격려해 주시니 큰 감동이다.

 

 

 

You can do it

그래 넌 할수 있어!!

 

 

 

미끄러운 눈과 진흙을 밟으며 조심조심

 

 

 

알베르게 표시를 보고 찾아간 곳들이 비어 있거나 흔적도 없어

앞서가던 빨간우비 여인들도 기진맥진하여 뒤로 처진다.

5시 30분에 론세스바예스 수도원 알베르게에 간신히 들어선다.

리모델링하여 200명 수용시설을 갖춘 넓고 깨끗한 숙소의

침대를 배정 받고 뜨거운 물에 샤워하니 살것 같다 휴~~

 

 

 

마을식당이 멀리 떨어져 있다하고 힘들고 지친 상태라

저녁밥은 순례자메뉴를 신청하니 7시에 식사 시간이란다.

배고픔을 참으며 누워 있다가 갔는데 잘 먹히지가 않아 깨적거린다.

 

 

 

갈릭스프가 따뜻한 국물이라 열이나고 머리가 아파서

저녁도 안먹고 자겠다던 남편더러 마시게 한다.


 

 

치킨은 잘라 보니 속이 잘 안익었고

 

 

 

생선은 비린내가 심하다.

 

 

 

내일 먹을 비상식량을 마련할 양으로 감자 튀김과

치킨 익은 부분을 잘라 지퍼백에 넣고

와인은 마실 사람도 없지만 혹시 돈 받을까봐 따지도 않았다.

오늘은 잠이 보약~

 

 

**3인 하루 지출액

알베르게- 36유로

저녁식사- 30유로

빨래 세탁, 건조- 3.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