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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13번째/ 부로고스~ 온타나스 30.8km 7시간 3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6. 5.

2018년 4월 27일 토요일

 

 

처음 30.8km 걷기에 도전한다.

배낭 한 개에 무거운 짐들을 옮겨 넣고

온타나스까지 보내기로 한다.

택배 최장거리가 25km라 1유로를 더 넣고

겉봉투에 애교맨트를 적는다^^

 

 

 

갈 길이 멀어서 일찍 출발한다.

고대도시의 성문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부로고스 대학도 지나고 공원도 지나간다.

 

 

 

도심에서 1 시간 정도 걸어 나와 흙을 밟으니 좋다.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춥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무인지대를 10km 가량 걷는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캄캄해진다.

봄철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하였는데

아직까지 운좋게 비를 피해 다닌 것 같다.

 

 

 

배가 고파 바 를 찾아본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보다는 바 에서 파는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올땐 긴장감과 기대감 상승~

 

 

 

모든 순례길은 종탑을 지나간다.

 

 

 

어제 아침 출발하면서 장갑을 끼려고

아무리 찾아봐도 장갑이 없었다.

싸구려 장갑이지만 얇고 질겨서 오랫동안 끼어도

보풀이 없고 닳지도 않으며 항상 그대로였던 장갑.

늘 끼던 장갑이 없어지니 맨손이 허전하고

그냥 다닐 수가 없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었다.

 

 

 

밤 늦게 짐을 정리하며 작은 가방을 무심코 열어보니

밑바닥에 깔려 있어 흥분된 목소리로 딸내미를 불렀다.

딸내미가 화들짝 놀라며 무슨일이냐고 되물어서

장갑을 찾았다고 알려주었더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권이나 여행경비, 핸드폰을 잃어 버린 줄 알고 깜짝 놀랐단다.

한 명이 작은 실수로라도 이것들을 분실하면 여행은 커녕

집에 돌아가기도 어려울 판이니 늘 조심스럽긴 하다.

 

 

 

작고 아담한 성당 안을 잠깐 구경 하고 나오니

남편과 딸내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휘적휘적 걷고 있다.

여권과 핸드폰, 여행 경비 보다 우선인 우리 세 사람 .

한 사람이라도 잘못 되거나 길을 잃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질 텐데...

이제부턴 한 눈 팔지 말아야지!

 

 

 

 

 

 

날아가지도 않고 앉아서 뭘 생각하노?

 

 

 

나무 한그루가 있음으로 해서 풍경이 달라지고

나무 한그루가 그늘이 되어주고

나무 한그루 있어 위치를 파악 할 수 있으니

나무 한그루에서 모든게 시작된다.

 

 

 

비가 우리를 피해 다니나 보다.

하늘이 맑게 개고 있다.

 

 

 

혼자 걷고 있던 아저씨를 따라 잡았는데

알고 보니 대구에서 오신 한국인이다.

4년전 4월에 순례길을 걸었고 4년만에 또 오셨단다.

전세계 구석구석 많이 다녀보셨는데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오로지 산티아고 순례길 뿐이었다고.


 

 

기계로 초지에 농약을 치고 있다

 

 

 

담장 너머 현관 앞에 놓인  깜찍한 장식품

 

 

 

어디서 나타나는지 늘 한 발 앞서 가는 말 탄 순례자들

 

 

 

한글로 쓴 시가 있는 '바'

여자 두분이 운영하는 듯하고

한국인 순례자들이 많이 다녀간 듯 보인다.

 

 

 

점심

 

 

 

순례자들의 양상

뚜벅뚜벅 걸어 가는 순례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자

자전거를 끌고 가는 순례자

수레를 끌고 다니는 순례자

 

 

 

 

 

 

가방 한 개를 배달시키고 빈 몸으로 걸으니

뭔가 할일을 안 하고 농땡이를 치는 듯 했다.

딸내미가 맨 배낭을 뺏어서 맸는데

무개가 줄었어도 오래 걸으니 어께가 아프다.

발목이 아프다는 딸내미에게

다시 건네줄 수가 없어 참고 간다.

 

 

 

마을은 나올 기미도 없고 끝없는 초원만 이어져서 실망했는데

언덕에 올라서니 종탑이 보여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종탑을 중심으로 들판 한가운데

오롯이 파묻혀 있는 듯한 마을

 

 

 

블로그에서 보고 배낭을 보낸 알베르게를 

마을 끝까지 찾으러 갔었다.

다시 초입에 자리잡은 알베르게로 들어가 보니

홀에 배낭이 와 있어서 한 시름 놓는다.

산불까지만 걷겠다던 줌마 3인방이 5km를 더 걸어

이곳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다시 만났다.

 

 

 

순례자 메뉴를 신청한 순례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저넉식사를 한다.

각종 야채를 채썰어서 나온 셀러드의 양이 푸짐하다.

 

 

 

찌게 국물에 볶은 볶은밥과 흡사한 '빠이야'

이 곳은 양으로 승부하는가 보다.

한국인들이 많이 자리하여 있으니

외국인이 줌마 3인방에게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리들(쪼~금)하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보여주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줌마 1인이 재치있게 "Do you speak korean?"

하고 물으니 "No~" 하며 어께를 움추린다ㅋㅋㅋ 

줌마 3인이 쏙닥쏙닥 서로 얘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들과 안면이 있는 외국인을 가르키며 언제 만났던

누구인데 생각나느냐고 물으니 줌마 1인이

"몰라~ 

외국인은 몇번 봐도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나 챙기기도 바빠.

나는 나만 잘 챙기만 돼~"ㅋㅋㅋ

 

 

 

디저트까지 맛있게 먹고...

빨래를 걷으러 나가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도 비가 올거라 해서 배낭 한 개를 부치기로 한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바 가 문을 안 열면 남편이 미리

비상식량을 못 챙기게 했다고 타박할까봐 걱정이다.

나가나 들어가나 여자들은 밥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 3인 하루 지출내역

바 -7.4/ 2.4/ 4.5유로

알베르게 -24유로

저녁식사 -30유로

슈퍼 -3.95유로

배낭 -6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