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6일 목요일
늘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시간시간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비몽사몽하는 이국에서의 서툰 잠.
오늘도 역시 번뜩 잠이 깨어 주위를 살핀 뒤,
다시 잠들려는 노력을 반복한다.
일찍 출발하려는 순례자들의 부시럭거림을 참으며 누워 있다가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보니 비옷들을 입고 나간다.
찬바람 불고 안개비가 내리는 캄캄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잠든 식구들이 깨지 않기를 바라며 침낭에 파고 든다.
날이 환하게 밝아서야 행장을 차리고 나선다.
어제 스틱을 바꿔간 사람이 많고 많은 알베르게 중에
우리와 같은 알베르게에 들어와서 스틱 1개을 되찾았다^^
다행히 새벽녘 보다는 갠 날씨
마을 윗쪽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른다.
비를 피하기 좋은 쉼터가 있어
비상 식량으로 아침을 먹고 간다.
순례길에 오기 전 가족 회의를 하였었다.
세 사람이 무사히 순례길을 마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협조하며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꿔 생각하자고 다짐을 두었다.
동전의 양면이 있고 옥에도 티가 있으므로
모든것은 생각하기 나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으리란
긍정적인 생각에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발걸음을 옮기며 이번에 우리가 3일 동안 여행했던
파리의 명소를 알아맞추는 추억여행을 한다.
딸내미가 이제까지 묵었던 알베르게가 있던 마을 이름도
알아맞춰 보라고 힌트를 주는데 금방 알려 줘도 생각이 안 난다.
세번 네번을 들어도 잠시 후엔 기억이 안 나니 멍청이가 된 기분이다.
역시 공부는 때가 있는 모양.
통나무로 장식 해 놓은 곳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새로운 볼거리에 웃음이 피어난다 ^^
각 나라의 순례자들이 솜씨를 더 한듯
가운데 부분에 태극기도 그려져 있다.
나무 토막들의 색다른 변신이 흥미롭다^^
빗방울이 굵어지기 전에 미리 대비
어차피 씻고 갈아입을 옷이니 젖어도 그만~
우선은 시원해서 좋다^^
해가 나서 젖은 비옷을 말리는 중~
잘 버텨내던 딸내미가 오늘은 춥고 목이 아프고 골반도 아프다.
종아리도 아프고 어께도 아프단다.
몸살기가 있는것 같아 저녁엔 몸살 약을 먹고 자야 할것 같다.
기온이 낮은 지역인지 춥다.
새싹들도 이제야 봄맞이 준비를 서두르는 것 같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고목나무에도 연둣빛 새 순이 피어나길~
종탑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전원마을을 향해간다.
야생으로 자라나 진한 색감을 자랑하는 튜립꽃
정성들여 가꾼 마을임이 엿보이는 예쁜마을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미세먼지에 뒤덥인 우리나라를 떠올린다.
어릴적에 보고 자란 우리나라 하늘도
이렇게 파란 하늘이었었는데....!!!
유럽에서 인류가 발견된 시기를 앞당겨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임이 밝혀진 '아타푸에리카'
알베르게에 주방이 있어 물을 끓여
컵라면과 바게트 빵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뱃가죽이 등가죽과 맞붙는 사태를 면한다 ㅋㅋㅋ
단층 침대만 있는 4인실
매번 불편한 2층 침대를 썼던 남편도
모처럼 1층 침대를 쓰게 되었다.
시에스타 시간이 끝나고 슈퍼를 찾으러
골목을 아무리 둘러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심증이 가는 골목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다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바 에 갔더니 슈퍼도 겸하고 있다.
몸이 회복 된 후 남편은 늘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식탐이 많아졌다.
외국에 나와서 까지 남편 밥을 챙겨야 하는게 부담스럽다.
여자들에게 여행할때 어떤게 제일 좋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줌마들은 밥 안하고 해주는 밥 먹고 다니는게 제일 좋다 할것이다.
리조또를 요리하던 이탈리아 분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어 일찍 저녁 준비를 한다.
양송이 버섯과 양파, 햄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를
남편에게 곱빼기로 안긴다ㅋㅋㅋ
큰 냄비에 가득 끓인 리조또를 들고 별관으로 간
이탈리아 사람 7~8명이 함께 모여 떠들썩하게 식사를 한다.
이어서 박수 소리와 생일 축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외국 순례자들이 종종 함께 모여
다 같이 식사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며칠째 한국인들을 못 본것 같아
우리만 외톨이 처럼 느껴지는 밤이다.
**3인 하루 지출내역
바 -3.1/4.4유로
알베르게 -21유로
슈퍼 -6.8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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