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어제 산행이 무리가 되었는지
밤새 뒤척일때마다 무릎에 통증이 왔다.
오늘은 거리도 더 짧고 시간도 많으니
느긋하게 가자고 성질 급한 남편과 다짐을 한다.
코펠에 지은 밥이 압력솥밥처럼 맛있게 되었다.
숭늉과 누룽지까지 뽀땃하게 챙겨먹고
7시 20분에 카리브 모텔을 나섰다.
어제보다 날씨가 포근하여 간편복장으로 산에 오른다.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 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 동네를 한가운데 두고 빙 돌고 있는 듯하다.
지나온 길에 본 듯한 저수지와 비닐 하우스, 마을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간간히 소똥 냄새도 후각을 자극한다.
여기저기 공사장이 눈에 띄고 산을 깎아 만든 길이 산골 마을을 향해 가고 있다.
잡목이 우거져 여름엔 시야를 가리고 발길을 막았을텐데,
잎을 떨구고나니 쭉쭉뻗은 나무들의 날씬한 몸매가 돋보인다.
작점고개에서 쉬고 있는데 서울 잠실에서 60여명을 태우고 온 산악회 버스가 들어온다.
회원중에 오늘 회갑인 분이 계셔서 하산지점에 먼저와 만국기를 내걸고 행사준비를 한다.
시간이 있으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 먹으면 딱 이겠다.
용문산 가는 길에 점심 도시락을 깡그리 비우고 배낭을 베고 낙엽을 이불 삼아 드러 누웠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정말 깨끗하고 파아랗다.
용문산을 오르며 드디어 작점고개로 넘어오는 잠실산악회팀 선두를 만났다.
60여명이라 줄줄이 몰려올줄 알았는데 심심해질만하면 한무리씩 나타난다.
오르막에 쌓인 낙엽이 미끄러워 세 발자국 전진 한 발자국 후퇴를 거듭하게 된다.
눈 산행처럼 미끄러지지 않으려 힘을 쓰다보니,
무릎과 허벅지와 팔뚝 근육에통증이 심해진다.
내리막길에 왼쪽 무릎의 통증이 더 심하여 남편의 무릎 보호대를 했다.
국수봉에서 큰재로 내려가는 길이 급경사라서 살얼음판을 걷듯 발을 옮긴다.
남편은 다행히 무릎이 많이 회복되어 가뿐하게 앞서가며 잠깐씩 기다려준다.
비실이부부, 산똘뱅이부부, 아빠와아들, 무모한아빠와 똑똑한딸, 등이
리본을 달아 길안내를 해준 덕분에 알바 할 새도 없이 큰재에 내려섰다.
추풍령에서 차를 회수하여 집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부부간에 대화 다운 대화를 나눈다.
우리들의 노후...아이들 진로...연로하신 엄마...그리고 다음 산행에 대해....
부부가 같은 취미라서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음이 축복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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