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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백두대간 북진(終)

백두대간....(13구간 - 화령재~봉황산~비재~형제봉~피앗재 16.16km 7시간 40분 소요)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1. 29.

2014년 11월 23일



어제 저녁 피앗재 산장에 들어서자 백두대간 리본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방안에는 홀대모들의 응원과 추억들이 벽에 빽빽하게 각인 되어있었다.

만난적이 없는 친근한 닉네임에 진한 동지애를 느끼며 잠시 흥분에 몸이 떨렸다.

화령재와 큰재까지 왕복 2시간 20분 정도의 먼 거리임에도 차를 회수하도록

애써주신 다정님이시기에 피앗재가 홀대모들의 안식처로 각광 받고 있는것 같다.

다정 다감님이 백두대간을 완주하시고 산이 좋아 속리산 자락에 터 잡고,

표고버섯을 재배하며 홀대모들을 뒷바라지한지 8년째라 하신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얻어온 김치와 마늘쫑, 

뽕잎 장아찌로 도시락을 싸서 화령재로 갔다.

도로 따라 조금 걷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산속으로 접어드는 대간길.

마른 덤불속에서 갑자기 꿩 한마리가 "푸드덕~ 꿩 꿩" 하며 날아 올라 깜짝 놀랐다.

"우리 보다 쟤가 더 놀라서 도망가네~" 하며 남편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날씨는 포근하고 낙엽 쌓인 길이 폭신하여 

기분좋게 산을 오르는데 앞서 가는 사람이 있다.

헉헉대며 숨을 몰아 쉬던 60대 아저씨가 산꼭대기에 있는 

산불감시초소에 근무하러 가는중이라 하신다.

출근길이 대도시 못지 않게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 피곤하시겠다.

근무 시간에 산불감시하시는지 감시받으실까 궁금키도하다ㅋㅋ




갈수록 바위도 나타나고 큰 봉우리도 떡하니 버티고 있어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실감케 한다.

봉황산 가는 길가의 넓적한 돌팍위 마다 

호박고구마 색깔의 짐승똥이 전시되어 있다.

어느 놈의 소행인지 밝히고 싶어 두리번 거리니 참나무가 참아라 한다.

갈잎이 나뒹구는 길위에 아직도 반질 반질하고 땡글땡글한 

도토리가 많은데, 다람쥐는뭐하는지 코빼기 본지가 오래다.

산속에도 택배 바람이 불어 굴속에 들어 앉자 

바람이 택배 해준것만 받아 먹고 사는가?




앞서 가는 남편이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나무 뿌리에 걸려 

비틀거리고 낙엽에 미끄러져서 기우뚱거리곤 한다.

조심하라고 하니 "내가 앞에서 위험한 장애물을 미리 막아주는거야~"하며 큰소리다.

목에 나침판을 걸고 폰에 4000지도를 깔고, 대간 지도를 복사해 끼고있어도

갈림길에서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걸 내가 두 세차례 바로 잡았다.

남자들이란......폼생폼사인가 보다.

비재넘어 갈령가다 길가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나자 단체 등산객이 몰려온다.

조금만 늦게 먹었더라면 다 짓밟힐뻔했다 ㅋㅋ 

 





고대하던 형제봉 정상석이 큰 바위 위에 있어서

암벽타듯하여 올라가니 우리뿐이다.

비좁아서 사람이 많을때는 줄서서 기다려야 될것 같다.

이제 파앗재가 15분이면 간다하여 다왔구나 했는데, 

가도가도 내려가는 길이 없다.

혹시 바위에서 내려올때 잘못하여 왔던 길로 다시 가는건 아닐까

의심하며 비슷비슷한 산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는다.

이정표가 나와 살펴보니 1.56 km 55분 거리인데 지도에 잘못 표기되었다. 






만수리로 내려오니 산골마을 길 옆엔 맑고 널찍한 계곡물이 흐르고,

가지가  찢어지게 열린 감나무가 그림같이 서있고....

감색 지붕의 굴뚝에선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강아지 한 마리가 다가와 맴돌다 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그 속에서 놀던때가 그립습니다~'





장작 난로 옆에 둘러 앉자 다정님이 손수 끓인 김치찌개와 

표고버섯 숙회 안주에 막걸리로입가심했다.

정겨운 대화와 따뜻한 밥을 서로 나누니 십년지기는 된듯싶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설핏 잠이 깼는데 빗소리가 들린다.

아침엔 그치기를 바랬는데....계속온다.

사정이있어 출근을 못한다고 뻥치고 하루 더 산행하기로 했는데,

하늘이 허락치 않으니어쩔 도리가 없다.

안개 구름이 자욱한 속리산 천왕봉쪽을 넘겨다 보며 아쉽게 차에 올랐다.

스틱을 놓고 갔다는 다정님의 전화를 받으며 눈이 쌓이기 전에 

조만간 속리산으로 다시 돌아올 명분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