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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백두대간 북진(終)

백두대간....(14구간 - 피앗재산장~천황봉~문장대~밤티재~늘재 18.6 km 9시간 3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5. 3. 11.

2015년 3월 7일

 

입춘이 지나면서 예년과 달리 따뜻한 날씨가 계속 되자, 3달째 발이 묶인 백두대간을

향한 마음이 부풀기 시작했다.

집 주변의 크고 작은 산을 다녀보니, 눈도 거의 녹고 활기찬 새소리와 부드러운 바람이

봄소식을 전해주었다.






몇몇 산악회와 아무개가 눈 쌓인 겨울을 뚫고 백두대간을 진행했다는 정보를

들춰보며, 대간 날짜를 앞당기고자 남편과 의논을 했다.

깊은 산에는 아직 눈이 무릎 높이로 쌓여 있으니, 서둘지 말자는 남편을 졸라

2월 중순쯤으로 날을 잡았으나, 주말에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온다하여 연기 했다.

그 후로도 주말마다 눈,비가 오거나 중요한 일이 있어서, 조바심치다가 

드디어 3월 7일 새벽에 음식과 옷가지를 싸들고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늘재에 차를 두고 다정님의 차를 타고 피앗재 산장으로 이동하여헤어졌던 스틱과

손을 잡고 7시 15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날이 환하게 밝았고, 눈속에 찍힌 발자국이 안내하는 천황봉가는길 능선엔  눈이 많이

녹았으나, 음지쪽엔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었다.

 


천황봉이 가까워지자 군데 군데 산죽이 시퍼렇게 진을 치고 있었다.

어느 고개를 올라서자 아담한 천황봉 표지석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진찍어줄 사람이 아쉬운 참에 기다렸다는 듯 부부 등산객이 올라와

사이좋은 부부포즈를 서로 사진에 담아주었다^^

 




지난해 4월에 법주사에서 천황봉을 거쳐 문장대까지 남편과 산행했던길이

대간길과 겹쳐져 다시 걸으니 친근함이 느껴졌다.

물러가는 겨울을 아쉬워함인지 따뜻한 봄에 감격함인지 길바닥에 눈 녹은 눈물이

줄줄 흘려내렸다.

우뚝우뚝 서 있는 바위들을 지나 문장대에 진입했다.

점심을 먹거나 사진을 찍거나 일행을 부르거나하는, 시끌시끌한 등산객들의 

생동감이 봄으로 다가왔다.

 




차례를 기다려 인증샷을 하고 남편과 나는 재빠르게

감시초소와 출입금지 구역을 눈여겨 보았다.

이를 어쩌나~

관리 직원이 두명이나 나와서 쓰레기를 줍고 다니며,

비탐방 구간을 멀리 바라보곤 하는게 보였다.

 





딴청부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국공파가 전망대 계단을 올라가는 사이,

007 작전으로 슬그머니 울타리를 넘었다.

바위 밑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헬기장을 지나, 푹푹 빠지는 비탈길을 겅중겅중 뛰어

감시 카메라도 재끼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눈이 덮여 있어서 길을 찾을수가 없어 가슴이 덜컹했는데, 아래쪽에서 올라온

큰 발자국 하나가 눈에 번쩍 띄었다.

발자국을 따라 내려가 암릉구간에 당도하였으나 눈 앞이 깜깜해졌다.

밧줄이 있어야 할곳에 눈만 그득하니...진퇴양난...

겨우 밧줄을 찾았는데 묶인 자리만 보이고 긴줄은 눈속에 묻혀 얼어붙어서 무용지물...

스틱으로 몸을 지탱하며 간신히 내려갔다.

다시 이어지는 암릉...이번엔 밧줄이 나와 있어 잡고 내려갔다.






좁은 구멍바위를 억지로 빠져나가고 또 엎드려서 굴바위를 빠져 나가며,

빠져 나가려는 정신줄을 붙잡았다.

아~ 이래서 출입금지를 시켰구나!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고 덤볍다가 혼쭐이 났다. 

 




고생끝 행복시작은 아직도 멀기만 한지, 험한 지역을 한참 더 간 기억은 있는데

점심을 어디서 먹었는지...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밤티재 부근에 당도하여 감시초소를 돌아가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찻길을 건너 산에 올라서, 늘재로 이어지는 대간길에 접어들었다.

 



9시간 15분 만에 늘재에 도착하여 긴장에서 놓여나는 순간 뭔가가 허망했다.

3개월간 비탐방구간을 통과해야 할 숙제을 안고 노심초사했기에,

밤티재에서 인증샷이나마 남겨야 할것 같았다.

차를 타고 다시 밤티재로 가서 초소앞의 승용차와 철책, 동물이동 통로를

사진에 담고 유유히 범행 현장?을 빠져 나왔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