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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백두대간 북진(終)

백두대간 ....(15구간 - 늘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촛대봉~버리미기재 17.49 km 12시간 15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5. 3. 11.

2015년 3월 8일

 

어제 저녁 예약해둔 민박집에 난방이 안된다 하여, 버리미기재쪽으로 갔다가

마땅치 않아, 문장대쪽 산수장에 어렵사리 찾아들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밥해먹고 도시락을 싸서 나와 보니, 아직 어두워 다시 들어가

뜨끈한 방바닥에 40분간 몸을 더 지지고 6시 45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완만한 산길과 봄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큰 바위, 널찍한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가 툭 틔인 산아래 마을들을 보여주어,

다리쉼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은근 가파르고 체감거리가 먼 청화산에 올랐다












조항산 가는 길에 눈과 빙판이 많아지고 뽀족한 바위길도 많아졌다.

전날 늘재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던 분이 지나온 구간보다 앞으로의 구간이,

칼바위가 많고 길도 험하다 했었다.

그이는 얼마전에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100명산 중이라 하였는데,

어찌나 홀가분해하던지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바위틈을 오르고, 경사진 빙판길을 나무들과

손 꽉 잡고 악수하면서 내려갔다.









조항산 정상을 지나 고모치로 내려가며 아이젠도 없이,

절절매는 길잃은 등산객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야산을 가려고 했는데 이정표가 없어 헤맨다며 길이 미끄러워 난감해했다.

밀재에 내려와 여기저기 걸어놓은 입산 금지 경고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양지바른 산등성이에서 점심을 먹고, 어마어마한 바위들을 지나

대야산을 오르고 올랐다.

  







얼마전에 사고가 있어서 출입이 통제 된다는 소문이었는데 단체 등산객이

줄을 잇고, 대야산 명성을 듣고 왔다는 사람들도 많아 마음이 좀 놓였다.

작은 바위산으로 밧줄을 타고 건너갔다가 다시 가파른 내리막과 오르막을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내린끝에 대야산 정상석에 다달았다.














사진 찍고 간식도 먹고 난후, 갈길을 찾으니 사방이 절벽일뿐,

지도에는 나와 있는 길이 눈앞에는 안보이니 낭패였다.

희미한 흔적을 믿고 내려간 길이 골짜지로 빠지는 길이라,

다시 바위산을 건너 와서 발을 동동굴렀다.



하는수 없이 백두대간 완주를 하셨던 분들께 여기저기 전화를 넣었다.

가까스로 통화가된 선배분이 알려주는 대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았던,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4~5회 암벽 등반을 거듭하여 돌아갔다.

표지석 너머에 있는 바위 너머에 길이 있을것 같아 또 바위를 기어 올라갔다.

리본이 1~2개 펄럭이고 있어서 조심조심 내려가니 100 m 직벽이 나타났다.



직벽이라 눈이 쌓이지는 못하여 그나마 밧줄을 잡고 매달릴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발 디딜곳이 없이 얼음으로 도배 되다시피한 빙벽을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암담했다.

평소에 암벽 운동을 하는 남편도 힘겹게 몇 미터 내려가서 간신히 발을 딛고,

줄에 매달려 쩔쩔매는 나를 코치해 주었다.

한 고비 넘으면 더 큰 고비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슴은 콩닥거리고 발은 자꾸만 허공에서 허우적거렸으나  팔힘으로 버텨냈다.







아무개도 이 위험한 구간을 지나갔는지 검정모자와 발자국을 남겨놓고 갔다.

빙벽코스는 내려갔으나 밑으로 펼쳐진 급경사도 만만치 않은데,

밧줄이 없어 둘이서 번갈아 엉덩방아를 찧으며 쓸모 없는 땅을 몇 군데 샀다.

대야산 직벽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촛대봉을 오르면서,

넌 또 왜이리 멀고 험하냐고 투덜댔다.





등산을 온건지 암벽을 온건지...머리가 띵하고 숨은 가쁘고 팔 다리에 힘이 빠졌다.

에너지를 보충하고 또 바위산을 타는데 멀리 보이는 눈 쌓인 산줄기들과

우뚝우뚝 솟은 바위들은 멋져 보였다^^

곰넘이봉을 넘기전에 날이 어두워지면 어쩌나 걱정을 앞서우고

더딘 걸음이 뒷따라 가는데, 서산마루의 해는 서둘러 가버렸다.




바위를 넘어가면 또 높은 산이 버티고 있고, 산에 오르면 또 바위가

밧줄을 늘어뜨리고 누가 이기나 내기를 거는것 같았다.

곰넘이봉을 지나 어두워지고 있는 미끄러운 길에 땅을 더 사놓고,

불빛이 반짝거리는 곳으로 나아갔다.



버리미기재의 감시초소 앞인데 택시 기사님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도착하니,

기사님이 한 걱정 하시며 기다리고 계셨다.

장장 12시간 15분의 행군을 끝내고, 철책을 넘어서 택시에 탔다.

기사님이 백두대간중 가장 어려운 구간을 위험한 겨울에 넘어 왔으니,

이제는 고생 끝이라며 위로해 주셨다.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새 옷과 배낭이 나무와 바위에 긁혀서 올이 나갔다.

몸에는 멍과 상처가 훈장처럼 새겨져 상처뿐인 영광인지, 

영광의 상처인지를 따져보게 했다.

이틀간의 백두대간을 마치면 살좀 빠지겠지 기대했었는데,

팔, 다리가 각각 천근만근이라 몸이 2만 2천근쯤 되는것 같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무사히 돌아와서.....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