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2일
새벽 3시에 집을 나와 5시10분에 버리미기재에서 산행 시작.
'내가 일찌기 이렇게 바지런을 떨며 열성을 바친일이 있었던가!
누가 상 좀 안주나 ㅋㅋ
아참, 이곳도 출입금지 구역이라 잡히면 날벼락감이겠군!
헉헉:: 한참을 오르니 허기가 몰려오는데 헤드렌턴으로 길찾아 걷기 바쁘다.
바위가 앞을 떡하니 가로 막더니 길을 안내주고 골탕을 먹인다.
이놈의 골탕은 먹을수록 힘도 빠지고 배도 안부르다.
장성봉에 올라 일출을 보려했는데 버얼써 날샜다.
악휘봉 가는길에 아침을 먹고 조망이 끝내준다는 악휘봉에 올랐다.
산아래 안개가 얕게 깔려있어 아쉬움을 두고 삼거리로 내려와서 우왕좌왕.
리본이 이곳저곳에서 나붓끼니 우리가 왔던길과 가야할길이 헷갈린다.
가던길이 왔던길같아 다시 되돌아와서 낯선길로 꺽어 들었다.
그런데 백두대간 리본은 안보이고 무슨무슨 산악회 리본만 보이니 뭔가 수상쩍다.
또 되돌아 가자하니 지나온 바윗길이 겁나 그냥 가면 만나지겠지하고 걷는다.
바위가 밧줄을 내밀고 줄다리기하자고 덤빈다.
하나를 물리치고 나면 또 줄줄이 나타나는 바위들을
기여히 밟고 올라가 정성석 앞에 섰다.
어라~구왕봉이 나와야 하는데 마분봉이 뭐지?
구간 지도를 아무리 살펴봐도 마분봉은 없다 띵~~
혹시나했는데 역시나 길을 잘못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뿐 대책이 없다.
이왕 왔으니 사진에 담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길을 찾아 다시 전진한다.
능선을 따라 계속되는 바위길~
칼로 바위을 쪼개놓은듯 날까로운 바위틈 샛길을 빠져나가고,
넘고, 돌고, 타고, 딛고 가다가 더 기묘한 바위를 만났다.
영락없는 비행접시 모양이라 신기하여 또 사진에 담았다.
두런두런하던 등산객들을 만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변지도를 같이 보았더니, 건너편에 백두대간이 있다.
기가 맥히고 말이 막히고 머리속이 쑥대밭이 되어간다.
이 난간을 어찌 풀어가야 할련지....
악휘봉으로 되돌아가야 원칙이지만, 과감히 은티마을로 하산하여
지름티재로 올라 나머지 구간을 가야만 할 형편임을 어찌하랴.
마음을 가다듬고 마을로 내려가니, 은티주막 앞을 장식한 백두대간
선두주자들의 메세지를 담은 주전자와 알록달록한 리본들이 반가웁다.
이번코스가 길어서 은티마을에서 민박을 하려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상 야간 산행을
감행해서라도 하루에 끝내자했는데 결국 은티마을이 우릴 불러들인것 같다.
지름티재로 향하는 마을길을 걸으며 땡땡이치는 희양산 등산객을 만났다.
두 아줌씨는 봄나물을 캐서 다듬는데 수입이 쏠쏠 하겠다.
세명은 노닥거리고 있다가 집에가서 보여줘야 한다고,
백두대간 희양산 표지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아달라한다.
우리부부 사진도 품앗이로 찍어 주셨으니 밑진장사는 아닌것 같다 ㅋㅋ
희양산 암벽구간에 매달린 밧줄을 보니 대야산의 악몽을 꾸는듯하다.
대야산 직벽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아찔했으나 눈과
얼음이 없음에 안도하고, 안간힘을 써서 오르고 올랐다.
알바까지 해서 벌어놓은 갈길이 넘넘 멀어 희양산 정상과 구왕봉,
주치봉은 넘겨다 보기만하고 이만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백두대간이 아니고 백두대강(건너띄고 대충)을 하는건지도....
사다리재 못 미쳐서 탈진직전인 몸에 에너지보충을 하고 있는데,
딱 보기에 홀대모(홀로 대간하는사람)인듯한 분을 만났다.
우리와 반대로 남진중이며 우리의 목적지에서 출발하여 6시간 가량 걸어오셨다한다.
그러니까 우린10시간을 걸었는데, 그리고 지금 오후 3시인데,
앞으로도 최소한 6시간은 걸어야 한다는 말씀, 헐~~
이만저만한 사연을 안고 이만봉에 도착.
숨고를 새도 없이 해가 지기전에 백화산에 오르려고, 아픈 다리가
지친몸을 이끌고백여개의 난관을 뚫고, 지는해와 함께 백화산에 올랐다.
백화산 정상석을 안으니 너털웃음이 터졌다.
우리가 웃는게, 웃는게 아닌데....이제 부터 어둔 밤길을 2시간여를 더 걸어야하고,
설상가상 이곳은 눈이 많이 남아있어 걷기가 힘들텐데...웃음이 자꾸 나오누만.
땅거미가 내리는 황장산을 지나 이마에 불밝히고 완만해진 밤길을 걷는데 울컥한다.
지쳐서 뒤쳐지는 내게 끊임없이 물과 간식을 챙겨주고,
격려와 염려를 아끼지 않는 남편이 고맙고 든든해서.....
28년간 살아오면서 내게 서운하게 했거나 불쾌하게 했던 기억을
오늘부로 다 말소시켰는데 남편은 아마 모를거다.
조봉을 지나 하늘을 올려다보니 초생달이 별하나와 동무하여 마실나왔나보다.
둘이서 숨어있는 맑고 초롱초롱한 별들을 하나 둘 찾아냈는지
금새 하늘을 메워 별천지가 되었다.
고생은 되었지만 오늘도 별볼일 있는 뜻 깊은 산행을 기록하였다.
백두대간중 아직 진짜 힘들고 어려운 구간은 시작도 안했는지 모른다.
지나온 구간중 몇몇구간은 다시 가기가 망설여지지만,
남은구간은 뭣몰라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대로 계속 도전할것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화령터널로 이어지는 어둔길을
구비구비를 돌아 이화령에서 밤 9시에 16시간 산행을 마쳤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백두대간, 백두대강, 백두배간(두배로 길고 힘듦)을 했닿ㅎㅎㅎ
*마분봉-백두대간(소백산맥)이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북쪽821봉에서
삼각점을 이루고 남쪽으로 뻗어내려간 대간의 반대쪽인 연풍으로 가지친 지능선에 솟아있다.
주변에 악휘봉,구왕봉,희양산등이 있으나가장 짜릿한 맛을 느낄수 있는 숨겨진 명산이다.
692봉에서 정상 직전까지구간에는 기암괴석의 바윗길이 이어지는데
급경사의 바윗길과 바위길 틈새로 빠져나가려는 묘미가 있는
된비알 바윗길을 가면 '비행접시'모양으로 생긴 특이한 바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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