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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백두대간 북진(終)

백두대간....(18구간 - 하늘재~포암산~대미산~황장산~벌재 27.1km 13시간 4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5. 4. 2.

2015년 3월 29일

 

 

 

4시에 알람을 맞추었으나 2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아직도 한 밤중이라 뿌듯해져 베개에 다리도 올려주고, 뜨거운 방바닥에

 

어께도 지져주면서 다시 달콤한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닭우는 소리에 어스름이 물러가고 히끄무레 날이 밝는다.

 

버너에 밥을 해서 도시락을 싸고 누룽지도 긁어 먹고 든든해진 몸으로 5시 10분 출발~

 

벌재에 차를 두고 하늘재로 이동하는 거리가 꽤 먼데도 민박 주인아저씨의

 

귀농생활담을 들으며 가니 어느덧 하늘재다.


 

 

6시에 울통불통한 돌들이 깔린 산길로 들어섰다.

 

이정표와 만나 산등성이를 구불구불 돌아서 포함산에 올랐다.

 

비가 오려는지 안개에 가려 시야가 뿌연하다.


 

 

포함산 내리막을 내려와 얕트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룰루랄라~

 

낙엽쌓인 흙길을 밟는 폭신한 감촉!

 

만수봉 갈림길에 이르러 '2008년부터 2017년 까지 휴식년제를 시행하므로

 

10년 동안 입산금지' 라는 안내문이 길을 막는다.


 

 

이정표와 리본도 자취를 감추고 멀쩡한 대간길만 외로이 길게 뻗어있다.

 

어느 산악인이 '산이 거기 있어 간다' 라고 했듯,

 

마루금이 거기 있는데 아니 갈수가 없다.

 

일반 등산객들이 발길을 끊었는지 인적도 흔적도 없다.


 

 

가도가도 이정표가 없으니 여기가 어디인지 저기가 거기인지 당최 알수가 없다.

 

다행히 오래되지 않은 대간꾼들의 스틱자국을 발견하여 위안이 된다.

 

어림짐작한 부리기재를 넘고 대미산을 가늠하며 오르막을 오른다.

 

생각보다 험하지 않아 오늘 산행이 수월하게 느껴졌다.


 

 

대미산 가는길에 간식을 먹으며 쉬는데, 산새들이 저희들끼리 낮게 날아다니며

 

노래하고 웃고 재잘거리는 듯한 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간만에 대미산 정상석이 이름을 알려주어 통성명을 했다^^


 

 

지도를 보며 길을 숙지하고 다시 미지의 길을 간다.

 

숲속으로 길고 가느다랗게 뻗은 길 

 

따스하고 편안한 길을 걸으니 행복하다.

 

부부가 함께 산행을 맘껏 할수 있는 건강에 감사한다.


 

 

간신히 감시자의 눈을 벗어난 리본을 가뭄에 콩나듯 발견하곤

 

적어도 여기까지는 재대로 왔나보다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길이 좋아서인지 오늘은 둘다 통증을 예상했던 다리가 아프지 않으니

 

구간 종주를 거듭할수록 관절근육이 단련되어가는 느낌이다.

 

꽃눈들을 틔우려고 부리부리한 눈을 달고 길을 막는 꽃가지를 헤치며,

 

길을 내려오다 백두대간 중간지점 표지석을 만났다.


 

 

지난 여름휴가때 처음 지리산에 발을 들여놓은뒤, 마치 50여년 인생길을

 

축약해놓은 듯한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어왔다.

 

포기하고도 싶었고...잘 시작했다고 자화자찬도 해가며

 

같은곳을 바라보며 부부가 함께한다는게 뿌듯하기도 했다.

 

아참, 종주 마지막날 쓰고싶은 말들인데...그만 아껴놓자!


 

 

차갓재를 지나 작은 차갓재로~


 

 

지나다보니 어젯밤 민박했던 안생달 마을이 보인다.

 

백두대간이 아니면 언제 이렇듯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볼수 있으랴~


 

 

황장산에 오르기 힘들다 했는데 정상에 가깝도록 별 무리없던 길이

 

암벽으로 돌변하여 더럭 겁이 난다.


 

 

암벽을 오르기도 힘들지만 능선에 발디딜곳만 달랑있고 양쪽이 절벽이라

 

고소 공포증이 엄습하여 간신히 발을 떼어놓는다.

 

암벽이 끝났나하면 또 나타나곤하는 통에 잘나가다 피박에 광박을 쓴 기분이다.


 

 

황장산 정상에서 10시간 만에

 

처음으로 안생달마을쪽에서 올라온 등산객 1명을 만났다.  

 

입산을 통제하여 멀리 돌아오느라 진땀을 뺏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은 좀 쉬울줄 알았는데.....

 

언제 한번 대간길이 우릴 쉽게 놓아준적이 있었나!


 

 

리본을 발견한지가 한참이 되었는데 가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계곡으로 빠지는 것 같다.

 

날이 저물고 내려온 길도 한참된것 같아 그냥 하산할까했는데 조금더 가다

 

불안하여 다시 되돌아섰다.


 

 

추워서 바람막이를 입었었는데 긴장하여 땀이 비오듯한다.

 

산행시간이 12시간이 되어가니 힘도 빠지고 지치는데 40분정도

 

알바를 시켰으니 황장산이 환장하게 '쓰리고'를 씌었다고 할밖에....

 

스틱자국이 나있는 길로 접어들어 이마에 불밝히고 상현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벌재에 내려오니 7시 40분이다. 


 

 

에고에고~ 오늘도 무사히 종주를 마치게 해주셔서 감사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