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2일
돌다리도 안전한지 두둘겨보느라 무슨 일이든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손만 아파했던 나!
그러니 언제 한번 미쳐볼새가 없이 고무줄 없는 빤스를 입은것 마냥 활발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아, 때로 뭔가에 미쳐 정열을 바치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었다.
아픈 다리가 걱정이면서도 다시 백두대간을 떠날 작정을 하고,
날씨와 교통, 숙박, 산행시간을 검색하고 연구하느라 정신없는 내가
요즘 백두대간에 재대로 미쳐가고 있나보다.ㅋㅋ
김장철이라 주변 사람들은 김장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데 난 2박 3일 먹을
도시락 반찬 때문에 더 골머리를 앓는다.
칼로리 많고 간편하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목삼겹살 장조림을 해야겠다.
새벽 3시에 집을 나서서 5시 30분에 큰재에 도착.
캄캄한 하늘에 별별 별들이 별나게 많다.ㅎㅎ
바로 머리위에 있는 북두칠성을 몇 십년만에 다시 찾은 것 같아
반가움에 호들갑을 떤다.
불빛따라 산길 걸으랴, 하늘의 별바라기하랴, 멀리 시내의 야경 구경하랴~
별난 새벽 산행이다.
회룡재를 넘어 개터재로 가는데 서서히 주위가 밝아지며 귀밝은 개들이 짖는 소리가 난다.
시끄러웠던지 잠을 깬 소들이 개소리 말라며 임~마 임~마 길게 나무래는 소리도 들린다.
경운기를 타고 가는 부지런한 농부가 산에서 번쩍번쩍하는 랜턴 불빛을 보고,
옛날 같았으면 도깨비불이라 할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제일 늦게 일어난 듯하여 부끄러운지 햇님이 낯을 붉혀 하늘이 벌겋게 물든다.
백학산을 오르는데 윗왕실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는 인천 산악회팀이 꽃사슴,
노루, 토끼, 날다람쥐들 처럼 우르르 몰려 오더니 금새 톳껴버리고 꼬리도 안보인다.
지기재 가는 길에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폈는데....
아뿔사! 밥만 가져오고 따로 담은 작은 반찬 가방을 놓고 왔다~~헐~~
순간 서로 목소리부터 높여 갑론을박 책임소재를 따진다.
울그락불그락, 펄쩍절쩍 뛸지경에 다행히 보온밥통에 담아온 목삼겹살 장조림 발견~
생각해보니 남편 배낭에 넣은 반찬이 늘 엉망으로 뒤섞여 있어서
내게 넣으려고 했는데 빼놓고 그냥 온것 같다.
"그래도 고기반찬이 따라와서 열반찬 안부럽네~ㅎㅎ
3일 먹을 반찬 다 가져왔음 무거워서 더 혼났겠다 그지?
저녁엔 민박집에서 김치 얻어 먹으면 되겠지 뭐~"
이로써 긴장완화, 휴전협정, 평화유지에 힘쓰며 한솥밥을 먹는다.
신의터재 가는길에 뒤에서 휙 치고 나와 지나가는 사람이 낯설지 않다.
"아저씨~ 여원재에서 만났던분 맞죠?"
"아, 아~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지난 여름에 여원재에서 만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행하다가 4구간에서
물, 간식, 체력이 바닥나 광대치로 혼자 탈출한다하여, 함께 대안마을로
밤길 더듬어 내려가느라 고생 꽤나 했던 청주 아저씨!!
그리 혼이 나고도 혼자 계속 대간 하는걸 보면 이 사람도 단디 미친 것 같다.
잠시 같이 걸으며 안부를 묻고, 산행 정보를 나누며 신의터재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전보다 더 작아진 배낭과 홀쭉해진 뒷모습을 보이며 앞서 가신다.
약속을 안했어도 또 어드메서 우연히 만나 공유한 옛추억을 펼쳐볼수도 있겠지....
지나가는 마을마다 정성들인 포도나무 하우스와 과수원과 감나무가 많다.
상주지역의 모동 포도로 유명한 곳이라 전해들었다.
수확하지 않은 감나무의 홍시가 군침을 흘리게 하지만
감히 손을 못 대고 걸음을 재촉한다.
윤지미산 가느라 작은 봉우리들을 수없이 넘은것 같다.
대간길중 중화지대라 제일 쉬운 길이라지만 10시간 넘게 걸으니
오르막이 나오면 미리 힘이 빠진다.
갑자기 능선 아래쪽에서 쏜살같이 뛰쳐달아나는 잿빛 짐승이 순간 멧돼지임을 알겠다.
등산을 많이 다닌 사람들도, 앞에 있던 남편도 아직 멧돼지는 본적 없다며 행운이란다.
산에 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산도 우리를 위해 이벤트를 많이 준비한것 같다.
조금전부터 흐려지는듯 하더니 비가 오기 시작하여 우비를 꺼내 입는다.
윤지미산 내리막은 까마득한 급경사라 밧줄에 의지하여 발 디딜곳에 시선집중.
화령재에 내려가기 전에 날이 저물까봐 불안불안 하였는데 땅거미가 내리는
5시 40분에 도착하여 분위기 잡고 사진까지 찍었다.
35.2km를 12시간 10분 동안 걸어 안산, 즐산한 감회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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