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5일
올해는 산과 들에 풍년이 들어 열매와 알곡이 풍성하여,
넉넉한 인심에 입이 즐겁고 단풍 또한 곱게 물들어 눈이 호사를 누린다.
설악산, 선운사, 내장산 단풍 스케줄에 맞춰 단풍놀이를 하느라,
미뤄두었던 백두대간을 서둘러 떠나기로 했다.
수능일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날씨가 곤두박질을 쳐서 혹여 눈이 오거나,
기온이 더 떨어지면 백두대간은 엄두도 못내고 발이 묶일까 염려해서다.
금요일 저녁 퇴근후 난 급히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고,
남편은 잠깐 눈을 붙인뒤 새벽 3시에 추풍령을 향해 차를 몰았다.
2시간 만에 하산 지점에 도착하여 미리 아침밥을 먹고,
택시를 불러 우두령으로 갔다.
백두대간 전문 택시기사님답게 유익한 정보와 써비스를 제공해 주시고,
들머리에서 기념 촬영까지 한다음 우리를 놓아 주셨다 ㅋㅋ
어둑어둑했던 시야가 금새 밝아지고, 싸늘한 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어
중무장을 하고 6시 55분에 우두령을 오르기 시작했다.
높은 지대라서 그런지, 행여나 했던 단풍이 낙엽되에 발밑에서 바스락 거린다.
한참을 오르자 군데군데 하얀 눈이 쌓여 있는데... 믿기지 않아 다시 확인해 본다.
나무 가지마다 눈꽃도 피어있어 마중나온 겨울과 상봉한것 같다.
바람에 눈가루가 날리는것이 눈이 오는줄로 착각되어,
몇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르막을 올랐다.
바람재를 지나니 점차 바람이 자고, 땀이 나기 시작하여
한겹 한겹 옷을 벗어 젖힌다.
황악산을 넘어오는 사람들이 늘어가며 정상이 가까와진다.
운수봉도 오르고 궤방령을 지나 여시골산도 올랐다.
능선길을 걷다가 폭신해보이는 낙엽위에 앉자 점심을 먹는다.
밤을 넣어 지은밥과 새로 개발해낸 닭고기 장조림, 마늘과섞은
머위장아찌, 영양 계란 말이와 배추 김치로 포식을 했다.
낙엽쌓인 내리막길을 스키타듯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며 종종걸음으로
내려가는데, 1개 소대가 움직이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온 산에 퍼진다.
산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나 동물들이 겨울에 접어들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가며 마른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마을들을 구경하며 걷는다.
비탈에 선 예쁘고 기특한 소나무를 만나 말없는 대화를 나누고 가성산에 올랐다.
눌이산 가는 길에 서울에서 온 산악회 후미 팀원들을 만났다.
전날 출발하여 새벽 4시 30분부터 등산을 시작했다하니
쉬엄쉬엄 가느라, 선두와 간격이 많이 벌어졌나보다.
좁은길에서 앞을 가로막는 산악회팀을 계속 앞질러 가느라,
눌이산에서도 잠깐 쉰뒤 남은 간식도 안 먹고 발길을 재촉했다.
추풍령에 내려오니 4시....예정 소요시간보다 두시간여가 앞당겨졌다.
내일까지 쉴시간이 널널해져서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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