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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백두대간 북진(終)

백두대간....(5,6구간- 광대치~육십령~할미봉~남덕유산~무룡산~백암봉~횡경재)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4. 10. 9.

2014년 8월 15일

5구간...대안마을~광대치~백운산~영취산~육십령 24.11km 12시간


3박 4일의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고민을 했었다.

이를 계속 하려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장난 아니게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실감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14일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누룽지를 만들고, 생고기 대신 사태 장조림을 하여 배낭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두 자석 밖에 남지 않았던 심야 버스를 간신히 예매하여 함양으로 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 관심과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고장들이, 

이번 일로 특별하고흥미로운 여행지가 되어간다.

새벽 3시에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내리고 너무 어두워, 서성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우리 곁을 계속 맴돌던 택시 기사의 설득으로 4시 30분에, 

지난번 하산 지점인광대치로 향했다.

분명 내려올땐 외길이었던 곳이라 싶게 찾아갈 줄 알았는데, 어둠속에서 차로

휙 지나치는 마을과 산길이 생소하기만 하다.

두세번 갈림길을 잘못들어 애를 먹다 결국 택시를 돌려보내고, 

여명에 희미한 길을 찾아꼬불꼬불한 임도를  걸어올라갔다.

점차 비가 그치고 날이 밝아 눈에 익은 이정표를 발견한뒤, 미리 아침을 먹고

광대치~육십령 24.11 km (11시간 소요)를 걷기 시작했다.

월경산을 넘어 중재로 가는 길이 고무줄처럼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 했듯... 까마득한 거리와 높이의 

백운산 (흰구름산1279 m))으로극기 훈련가야지~

역시나 흰구름이 깔려 전망이 좋지 않으나 구름 나그네인듯한 기분이 좋다.

영취산을 향해 가는길에 길잃은 일가족 4명을 만났다.

우리를 따라오라하고 앞장서니 간 밤에 잠못자고 고생고생하며 

산에 온 보람이 마침내 생긴것 같다^^




억새와 산죽이 우거져 스틱을 수풀 헤치는데 유용하게 쓴다.

영취산(1076 m)에 올라 한켠에서 자리를 펴놓고 쉬며 점심을 먹었다.

이곳이 백운산보다 낮으나 더 유명한지 지역민들이 더러 올라왔다.

큰바위 전망대를 지나 깃대봉(1014 m)을 오르며 

자연과 내가 하나된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과 구름 사이로 모처럼 얼굴을 내미는 햇님...

오락가락하는 비와 안개, 오르막과 내리막길...

그리고 그 길위에 있는 우리 두사람.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나를 있게한 만사가 고마웁다!

이름없는 작고 큰 봉우리들을 넘고 넘느라 남편은 엉치뼈쪽과 무릎이 아프다하고,

발바닥이 불이나고 발목이 시큰거리지만 이번 산행의 주동자라 내색하지 않았다.




육십령(도둑떼가 많아 60명 이상이 모여서 재를 넘었다해서 붙여진 이름) 년 에

도착하여 터널을 사이에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 육십령휴게소가 있음을 알았다.

전라도 육십령에서 민박이 된다하여 2만원에 널찍한 방을 얻었다.

샤워하고 땀과 비에 젖은 빨래도하고 방에서 소꿉놀이 하는 기분으로 

라면에누룽지를 넣어 저녁을 해먹었다.

푸근해보이는 주인 할머니께서 이것 저것 편의도 봐주시고, 

얘기도 재미있게 하셔서 고창 엄마 생각이 났다.

김서방이랑 같이 산에 다니니 '빈차리' 같던 내가 건강해져서 좋다고....

젊었을때 부지런히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라며 항상 내편이 되어주시는 엄마~

피곤하여 쌀을 씻어놓고 잠을 잤는데 옆방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깼다.

청년 둘이서 3시에 일어나 산행을 하기 위해 짐을 챙겨 40분쯤 떠나고,

우리도 밥해서 먹고 싸고? 4시 30분쯤 헤드렌턴을 끼고 나섰다.

아침에 몸이 붓고 안좋으면 집으로 가자 했었는데 움직여보니 아직 써먹을만하다


2014년 8월 15일

6구간...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휴게소~무룡산~횡경재 약 25km 12시간

육십령~빼재 32.53 km (14시간 30분소요) 덕유산 구간을 가야하기에 물병마다

정수기물을 가득받아 배낭에 넣었더니 묵직하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덕유산으로 향하는 산꾼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머리를 지나 깜깜해서 길을 잃어 눈앞이 더 깜깜해졌으나 곧 리본 발견...

길이 잘 나있어 걷기가 수월한 것도 잠시, 바위와 깍아지른 오르막이 심통을 부린다. 

철계단이나 철봉을 설치해 놓았어야 마땅한 암릉구간인데, 굵은 밧줄만 달랑 묶어놓았다.

애꿋은 나무뿌리와 여린 가지들을 잡고, 모두들 살려달라고 매달렸는지 반들반들하다. 




한고비 넘으면 또 한고비 돌아오고...험하고 위험스러운 고비를 넘어가니, 빨간 글씨의

할미봉(1026 m)정상석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리 힘든곳에 다들 올라왔다간다고 곳곳에 리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어느새 날이 환해져서 우린 사진이라도 남겼는데, 앞선 사람들은 어두워서

신고식만 하고 갔을라나~




서봉 (=장수덕유산 1510 m)에 오르려면 내려간거보다

훨씬 더 다시 올라야하기 때문에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반갑지 않다.

몸도 날씨도 더워져서 산길에서 앞,뒤를 살핀뒤 과감히 옷을 벗고,

남편은 짧은 바지 나는 반팔티로 갈아입었다.

조용하던 산속에 사람들소리가 들리더니 뜯지도 않은

울트라바 한봉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맛에  우리가 산에 왔나보다ㅋㅋㅋ



서봉에 오르니 리본들이 팔랑팔랑 반겨주고,

구름에 휩싸였던 고담준봉들이 순식간에 베일을 벗는다.

이런 행운이 흔치 않다며 마냥 신나서 셔터를 누르는  카메라맨과 물먹은

솜뭉치 마냥 퍼져 있는 사람들의 땀을 바람이 날려보낸다.

휴일을 맞아 단체 등산객들이 밀려들고, 야생화들도 방긋방긋 웃어주어

남덕유산 가는길에 볼거리가 많아졌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겠지만,

남덕유산 정상을 300 m 위에두고 대간길을 따라 내려갔다.

맘이 찜찜했지만 오늘 걸을 거리가 만만치 않아 마루금만 밟기로 했다.

찐한 칡꽃향에 걸음을 멈추고...더 찐~한 더덕향을 좇아 두리번거리다가

향만으로도 건강해지는듯하여 대놓고 들이마셨다. 

삿갓봉도 100 m위에 두고 삿갓재 대피소로 내려가니 점심때가 조금 지났다.

반찬이 떨어져서 3천원짜리 고추참치 2캔을 사서 밥과 라면을 먹었다.


 

암만해도 갈길은 멀고 시간은 자꾸만 짧아져 속도를 내니,

몸이 왠간하면 쉬어가라고 신호를 보낸다.

무룡산(1491 m)을 내려와 백암봉(1503 m)에 올라

간식을 먹으며 다리쉼을 해주었다.

71세의 노장께서 10년을 벼르다가 오늘 세벽 3시에

영각사를 출발하여 백암봉까지 15시간을 걸어왔다고 자랑하신다.

이제는 함적봉으로가서 케이블카타고 무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고 

앓던 이를 뽑은것 마냥 시원해하셨다.



동엽령을 지나 횡경재로 가는길에 하늘이 어두워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 200 ml 가량 비가 온다는 예보인데,

지금부터 내린다고 남편이 겁나는 소리를 한다.

하는 수 없이 빼재까지 7.8 km를 남겨두고 3 km 아래의 송계사로 탈출을 감행했다.

돌투성이 비탈길을 정신없이 내려가며 이 길을 또 올라야할것인데,

내리막이 심하니 걱정이 쌓인다.

1시간 가량 내려오니 송계 계곡이 널찍하고 물도 많은데 날씨때문인지 조용하다.

'선녀와 나무꾼' 한편 찍고 싶으나 비가 내려 단념했다.




입구로 나와 남덕유분소에서 택시를 불러타고 거창으로 갔다.

시골이지만 이름만큼 거창한 읍이라서 심야버스도 있다.

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목욕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저녁식사로 남은 밥을 먹어치울 곳을 물색....모텔에 들었다.

탁월한 선택으로 민생고를 해결하고 모처럼 둘이서 편~히 쉬었다.

어느집 개가 3시간 가량 거창하게 짖어대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고 인내력을 테스트한다.

우린 인내심을 발휘하여 개소리를 견디고....

다음 구간 종주도 견뎌보자고 다짐하며 심야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