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3일
7구간...남덕유분소~횡경재~못봉~갈미봉~뼈재 11km 5시간
연휴를 이틀 앞두고 차표를 미리 예매 할까말까 망설이며,
남부터미널에 들어가보니 뒤쪽 2자리만 남아 있어 급히 예매를 했다.
지난 산행때 무릎이 아파 고생한 남편이 관절 약과 닭발액기스를 복용하더니,
약효를 시험해볼 요량인지 다시 백두대간에 오르자 했다.
10월 3일 거창행 첫차는 급한 마음과는 달리 연휴라고,
쏟아져나온 차들에 막혀 가다서다를 반복하더니 1시간 늦게 도착했다.
놓쳐 버린줄 알았던 시내버스를 운좋게 잡아 타고,
남덕유분소에서 내려 횡경재를 향해 오르며 비지땀을 흘린다.
비오던날 암담한 심정으로 내려왔었는데 한달 반만에 다시 오르니 감개무량하다.
깔딱고개를 올라 중턱에서 점심을 먹고 횡경재에 도착~ 드디어 마루금을 걷는다.
빼재까지 약 11km를 5시간 동안 걸어가면서 사람 구경은 못하고,
우릴 기다린듯한 산밤을 주우며 못봉, 갈미봉을 넘어 저녁 6시에 빼재를 밟았다.
미리 연락한 민박집 차편으로 무주 구천동으로 이동~ 짐을 풀었다.
라면 두개를 끓여 도시락을 비우고 설거지를 남편에게 미뤘다.
군말없이 설거지하고 쌀씻어 놓고, 밥에 넣을 밤 까는 살림꾼 남편 ㅎㅎㅎ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에 나가야 되겠다 " 했더니,
"전에 잘 못해주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잘해야지~~" 하며 멋쩍어 한다.
"전에 특별히 잘못한것도 없는데? 다~ 먹고 살기 바빠 서로 못 챙겨준거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산간지역이라 더 떨리던 몸이 따뜻해진다.
4일 아침 6시 30분
8구간...뼈재~삼봉산~초점산~대덕산~덕산재~부항령 20.5km 9시간
빼재~부항령 20.5 km (9시간 소요) 길에 들어섰다.
삼봉산에 올라 겹겹이 어깨 동무하고 있는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큰 골짜기마다 논, 밭과 저수지. 길들이 어우러진 산골 마을이 정겹다.
갈증과 에너지를 보충하며 급경사를 오르내리며 새삼 다리의 소중함을 새긴다.
소사재를 내려와 그림같이 펼쳐진 소사 마을의 희고 붉은 들꽃과
훔쳐 먹으면 더 맛있을 사과 나무밭, 짙푸른 배추밭을 배경으로 폼을 잡아본다.
긴 오르막을 오른 보상으로 시원한 바람과 시원스레 펼쳐진
사통팔달의 전망, 그리고 랄랄라~ 내리막길이다.
초점산을 거쳐 대덕산에 올라 점심을 먹고 나니 하나 둘 사람들이 올라온다.
잘 아는사이 인양 인사를 나누고 덕산재로 내려오는데 일행을 놓치고,
헉헉 대며 뜨문뜨문 올라오던 이들이 우릴보고 부럽다고 한다.
어떤이는 부부가 밀어주고 땡겨주며 같이 다니는것이 부럽고,
어떤이는 내리막길에 있는 우리가 부러운것인지도 모르겠다.
완만한 능선길에 알밤이 자꾸 유혹을 해서 조금 줏으려 했더니,
나뭇가지가 머리를 쥐어박고 밤까시가 손을 찔러대며 동물들에게 양보하라한다.
마음을 비우고 가던길 갈수록 우두둑 떨어진 밤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밤바라밤~ 밤 하면서 기여히 베낭을 내려놓고 크고 통통한 밤을 줏어 넣는다.
묵직해진 베낭을 매고 얼름골 약수터를 지나 4시쯤 부항령으로 내려왔다.
민박집을 안내하기로한 택시기사님이 연휴라
가까운 곳에는 민박이 없다해서 난감해졌다.
시간이 많으니 우리가 찾아보겠다하고, 히치하이킹하여 마을로 내려왔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도하고 민박도 구하면서 30여분을 걸어,
번화가까지 갔으나 하룻밤 지새울곳이 없다.
경찰서가 보여 난생처음 겁도 없이 무작정 들어갔다.
"무슨일로 오셨어요?"
"저어~ 이 근방에 숙박업소가 없나요? "
"이곳은 작은 마을이라 없을걸요~ 멀리 나가서 구해보세요."
"우린 내일 새벽 산에 가야하니 이근처에서 자야되는데~
혹시 민박 못 구하면 여기서 밤샘하고 가도 되요?"
"안되는데....못 구하면 어쩔수 없죠....
잠깐 차에 타보세요~ 같이 한번 다녀봅시다."
경찰차를 얻어 타고... 덕분에 8백미터 거리에 있는 '복 민박'에 들었다ㅋㅋㅋㅋ
민박집에서 염치불구하고 "김치가 없는데 좀 얻을수 있나요?" 했더니,
손크게 썰어 오시고 찐밤과 캔커피, 요구르트까지 써비스 만점이시다.
잠깐 마음 졸였지만 결과가 좋으니 만고 땡이다.
남편이 저녁을 먹은뒤 밤을 선별하여 까고 자동으로 아침 준비도 한다.
5일 아침 6시 30분
9구간...부항령~삼도봉~심바골재~화주봉~우두령 19.5km 9시간 10분
풀숲의 이슬을 칼바람이 걷어내고 오르막길의 땀도 오그라들게 한다.
겨울에는 웬수같았을 칼바람이 때와 장소에
잘 맞춰 부는 바람에 백수리산 뽕닥지에 쉽게 올라갔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싸리나무, 하얀 갈대, 주홍빛 단풍나무가 가을을 장식한다.
오르막에서 앞서 가던 남편이 우회길로 접어들어,
1170봉에 못오른 실수를 자책하며 삼도봉에 올랐다.
삼도 (경북 김천, 전북 무주, 충북 영동)방향에서 개폼 잡으며 사진을 찍고,
모처럼 만난 반가운 사람들을 뒤로하고 밀목령으로 고고 ~~
밧줄을 잡고 암벽을 차고 내려와 화주봉가는 길가에서,
점심을 먹는데 민박집 김치가 밥도둑이다.
떼거리로 몰려오는 등산객들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뜬금없이 나타난 석교산을 지나 화주봉을 이제나~ 저제나~ 하며 걸었다.
앞에 가는 사람이 있어 화주봉이 어디있나 물으니,
석교산이 화주봉이고 우두령에 거의 다 왔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 가려면 차는 어디서 타야 돼요?"
"차 안가져 왔어요? 여기는 차가 안다녀서 곤란할텐데~"
"아저씨들은 차가져 왔어요?"
"우리는 차 가지고 왔지요~ "
"ㅎㅎㅎ 그럼 우리 좀 태워주세요~"
아직 산삼은 구경도 못했다는 착한 심마니 아저씨 두분의 차를 타고,
시골 논,밭의 곡식과 감이 익어가는, 성큼 다가온 가을 풍경을 감상했다.
거창으로 내려와 무주에서 잠자고 삼도에 걸친 산들을 오르내리고,
구미에서 성남행 버스를 탔다.
2박 3일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마음편히 귀가한 것은
이름도 성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 덕분이다.
비록 그 분들을 다시 만나지도 은혜를 갚지도 못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어려운 사람과 곤경에 처한 이웃에게 되갚아 가리라~~
행운과 행복이 함께한 3차 백두대간이 오래 기억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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