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0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백두대간 민박집
사장님의 차를 타고 6시에 도래기재로 향했다.
이곳에 백두대간 수목원 조성사업이 진행중이란다.
야생식물 종자 100만점이상을 저장하기위한 아시아 최고의
지하 터널형 산림종자 영구저장시설(씨드볼트)도 건립한다고~
앞서간 많은 대간 종주자들을 부러워하며 구룡산을 오른다.
오늘 넘을 산들은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심하지 않다하여 느긋하게 걸어볼 심산이다.
오랫만에 10시간 넘게 걸었는데
아침에 잠이 좀 부족했으나 일어나는데 무리는 없었다.
그런데 구룡산을 오르기가 팍팍하다.
어째 머리도 멍하고 몸도 점점 무거워지며 걸음이 더디어진다.
초록의 그늘사초가 양탄자처럼 부드럽게 깔려있어
그냥 지나가기가 아깝다.
쓰다듬으며 누워서 뒹글면 스르르 잠이 올것만 같다.
벤치가 적당한 간격으로 놓여있어 자주 쉬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꽃을 취재한다.
어디서 왔는지...
아름다움의 비결은 무엇인지...
나비와벌 중 누굴 더 좋아하는지...
구룡산을 넘어 신선봉으로 가는길에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아침에 서두르느라 커피를 잊고 있다가 생각이 나니,
몸이 피로한 것도 머리가 멍한것도 커피 한잔이면 다 가실것 같아진다.
배낭에 코펠과 버너가 있는데...불법을 행하느냐 마느냐....
잠깐 고민했지만 산에서는 절대적으로 '화기엄금'임을 명심한다.
곰넘이재를 지나 신선봉에 올랐다.
몸이 무거우니 짐이 더 무겁게 느껴져, 서로 자기 배낭의
간식부터 먹자고 우기다가 아껴두었던 오이와 물병을 비웠다.
날씨는 더워지고...눈 꺼플이 작동을 멈춘듯 감각이 없다.
계속 걷고 있는데 어이없게 졸음이 몰려와 하품나는 산행중이다.
벤치가 나오자 마자 드러누워 눈을 붙였다.
10여분 후 다시 걸으니 한결 몸이 가뿐하다.
고대하던 깃대배기봉을 다 못가고
널찍한 공터에 벤치가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 먹을 반찬이 모자라 민박집에서 좀 얻고 싶었으나,
식당을 겸하고 있는데 밥을 안 사먹는것도 미안하여 그냥왔다.
물 말아서 남겨둔 김치에 먹고 또 벤치에 누웠다.
부스럭 소리에 벌떡 일어나니 남진하는 두분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지나가신다.
개운해진 몸으로 깃대배기봉을 지나니
여기 저기 야생화 군락지가 펼쳐진다.
연 보랏빛 엘레지의 요염한 자태하며 노랑무늬 붓꽃,
노오란 피나물꽃, 하이얀 홀아비 바람꽃?작은괭이밥? 이 지천이다.
한 마리 나비가 된듯 이꽃 저꽃으로 날아다니며 환호 연발~
대간길이 이렇듯 아름다우니 지쳐쓰려질 망정 다시 걷고 걷는 것이리~
멋진 나무들과 기암괴석, 희귀생물, 야생 동.식물, 아름다운 길과 산골마을...
꽃들이 펼치는 봄 축제에 들떠 힘든줄 모르고 태백산에 올랐다.
진달래가 방긋웃으며 여기저기서 손을 흔들어주고,
주목이 천제단, 장군봉에 한눈 팔지말고 주목하라 한다.
작년 겨울 눈꽃 축제때 친목회에서 상고대를 기대하고 이곳에 왔으나,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에 치여 눈 쌓인 길에서 우왕좌왕~
점심먹을곳도 마당치 않아 눈밭에서 쪼그리고 앉자
곱은 손으로 어렵게 밥을 먹었었다 빨치산처럼ㅋㅋ
우리 보다 늦게 도래기재에서 출발하였다는
대간종주 보충팀 8명을 만났다.
사진촬영을 부탁하자 부부가 같이 종주하는게
멋지다며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내준다.
모처럼 뿌듯하고 으쓱한 기분~^^
예정시간 보다 많이 지체되었으나 유유자적~
진달래와 야생화 군락, 주목나무 군락을 탐방하며,
태백산에 반하여 명산 순위를 다섯 손가락안으로 꼽는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더니 산중이라
벌써 구름이 몰려오고 안개가 숲을 점령한다.
유일사 사거리에서 화방재로 내려오는길에도
야생화가 카펫처럼 깔려있어 11시간 20분 산행이 즐거웠다^^
경북과 충북을 넘나들었던 마루금이 이제는 강원도로 들어섰다.
강원도...켜켜로 쌓인 추억과 재회 할 다음 산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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