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0일
백두대간 다니는 우리부부가 다른사람 눈에는 꽤 여유가 있어보이나 보다.
정작 우리는 한 달에 한 두번 쉬는 주말을 끼고 어렵게 날을 받고,
교통비와 숙박비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 최소한의 경비로 마루금을 밟는다.
이번달에도 친정엄마를 뵈러가자며 동생이 "백두대간은 늘 거기있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아~"라고 하여 큰 불효를 저지르는것 같아 맘이 편치 않았다.
메르스공포까지 확산되어 길떠나기가 망설여지는 요즘인지라
걱정 근심을 안고 기대반 설렘반으로 집을 나섰다.
백봉령을 올라서니 얼마전까지 예쁜꽃으로 풀섶을 수놓았던 줄기딸기가
빨알갛게 익어 군침을 흘리게 한다.
새콤달콤한 맛에 반하여 자꾸만 딸기 덩쿨로 눈이 가고 손이 가는데,
산짐승들과 이길을 지나는 길손들도 기쁨을 맛보게 하고파 걸음을 재촉한다.
내가 좋아하는 찐분홍 싸리꽃이 다시 길을 막아 반가운 악수를 건네고,
같이 어울어져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에 산은 나무를 키워 수풀을 우거지게 하고,
색다는 꽃과 열매를 마련해놓고 우릴 영접해 주는듯 하다.
이번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산속에서 비박하는 경험도 해보고자
이틀동안 소요될 물품을 선별하여 배낭을 꾸렸다.
목과 어께를 내리 누르는 배낭무게에 온 몸이 뻐끈해져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느리게 걸음을 옮긴다.
비가 온다던 날씨지만 다행히 안개만 끼여서 시원한편인데,
땀이 비오듯하고 거친숨소리가 힘이든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다내고있다.
어느 순간 우루루 몰려와 우릴 따라잡은 산악회원 선두그룹이 앞서가더니,
한참후 나타난 후미그룹도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잘도 간다.
저들은 우리보다 젊고 짐이 가벼운 때문이라고...그리고 뒤쳐지면 불안하고
여러사람에게 민폐도 되니 빨리 갈수밖에 없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삼는다.
석병산에 오르니 마음이 넉넉해져 여유를 찾는다.
일월문의 신비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아침 10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해서 7시간 40분을 걸었지만, 삽당령에 도착하여도
아직 해가 남아있어, 비박할 장소를 찾아 내일 갈 구간을 더 가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3일 연속 강행한 산행이 무리였는지 다리의 정맥류가
붓고 쑤시고 아파서 고생했는데 다행이 회복되었다.
다시 걸으니 온 몸이 뻐근하고 무거웠는데 이제야 좀 풀려서
발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승기봉에 자리가 마땅하여 짐무게를 줄이고자 고안해 만든 비닐텐트를
얼기설기 치고 들어앉으니 보기는 그래도 꽤 아늑하다.
후두둑 빗방울이 듣기시작하더니 자작자작 내린다.
준비해온 주먹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땀으로 목욕을 대신 한걸로 치고 자리에 누웠다.
비닐천장 너머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하늘이 내다보인다.
별이 빛나는 밤이였으면....빗소리도 별빛 못지않게 낭만적이구나!!
'1대간 9정맥 > 백두대간 북진(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28구간 ; 대관령~선자령~곤신봉~노인봉~진고개 25.8km 8시간) (0) | 2015.07.07 |
---|---|
백두대간...( 27구간 ; 삽당령~석두봉~화란봉~닭목재~능경봉~대관령 27.1km 12시간) (0) | 2015.06.22 |
백두대간....(25구간 ;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대~상월산~백봉령 29.1km 13시간 ) (0) | 2015.05.28 |
백두대간....(24구간 ; 피재(삼수령)~건의령~덕항산~황장산~댓재 26.1km 10시간) (0) | 2015.05.28 |
백두대간....( 23구간 ; 화방재~만항재~함백산~매봉산~피재(삼수령)21.45km 8시간) (0) | 2015.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