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1일
1주일만에 다시 비박을 준비하여,
새벽차로 양양으로 가는 마음이 무겁다.
재충전과 산행에 따른 사전조사, 준비시간이 부족한데다
토요일은 폭염, 일요일엔 태풍으로 인한 비바람을 예고한 날씨 때문이다.
양양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거금 4만 천원을 들여 구룡령에 내렸다.
산림청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싸인을 한후,
구면인 노점상과도 인사를 나누며 들머리로 들어섰다.
날씨는 맑고 좋은데 바람 한점이 없어
오르막길에 금방 땀범벅이 되었다.
배낭무게도 어께와 목을 못살게 괴롭히기 시작~
이틀연속 밤늦게까지 일을하고 온 남편은, 나보다 더 힘든 기색으로
오르막위의 쉼터마다 베낭을 부리고 짙은 숨을 토해낸다.
집주변에 있는 야산을 연결해 놓은 듯한 이름 없는 봉우리와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는 구룡령~조침령구간.
눈길을 끄는 꽃이나 열매도 별로 없고, 기암괴석이나 고목도 없으니
슬슬 졸음이 엄습해와 잠자리를 물색하며 느릿느릿.
앞서 지나갔던 산악회팀원들은 갈전곡봉에서 하산한다고,
음식을 펼쳐 놓고 흥겨운 잔치한마당이다.
한잔하라 권하는 막걸리를 산행에 지장있을까봐
사양하고 가는 길 내내 후회막급ㅋㅋ
닦아도 닦아도 땀은 흐르고, 먹어도 먹어도 배는 고프고,
마셔도 마셔도 갈증은 가시지않고, 가도가도 길은 끝이 없고...
♪고달픈 대간길을 올려다보며 아~아~ 걸~어야야하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모퉁이 그늘아래서 비박용 돗자리를
깔고 누운지 1분도 안되어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난다.
20여분 동안 잠은 못들고 눈만 감고 있었어도 한결 가뿐하다.
가지고 온 물을 다 마셨는데 갈증이 심해, 라면 끓여 먹으려고
받아온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캬아~ 물맛 조오타!
맷돼지가 힘이 남아도는지 등산로를 따라 밭을 일궈놨다.
이럴때 상추씨나 배추, 고추, 오이 모종을 심어놓고 가면
담엔 도시락 반찬 걱정은 안해도 될건데ㅋㅋ
짐작에 2km정도 남았으니 하산길이 분명한데,
오르막이 나오고 내리막인가 하면 또 오르막...
아따 환장 하것네~
아침 10시 20분에 산행시작했는데 긴 해가 꼬리를 감추고,
어두침침해진 8시에 조침령에 당도.
씻고, 식수를 구하고, 저녁 먹고 비박텐트를 쳐야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천지분간이 안 된다.
지도를 살피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봐도 뭐가 뭔지모르겠다.
헤드렌턴을 켜고 임도를 따라 한없이 내려오니 조침령 터널이 있는데,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내비를 켜보니 터널지나 진동 삼거리다.
지나가던 택시가 터널 안에서 후진을 하더니 우리보고 타라한다.
부부가 여행왔는데 평소 산행을 많이하는지라
우릴 보고 그냥갈 수 없었다고.
진동 삼거리에 내리니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앗싸~ 드디어 찾았구나
두리번거리며 계단을 발견하여 계곡에 내려서니 넓은계곡에 우리뿐이다.
오메~좋은것!
맘놓고 알탕하고, 물병 채우고, 라면 끓여 먹고 주변정리 말끔히~
터널을 지나 임도를 따라 조침령까지 다시 가려면,
날이새겠다 싶어 지나가는 차에 손드니 재까닥 선다.
역시 부부가 여행왔다가 민박이 없어 찾으려 간다며,
터널지나서 우릴 내려주고 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세상이 각박하네!
시골인심도 옛말이네.
도움받지도 말고 도와주지도 말고
니것 너먹고, 내것 나먹고 살아야하네!
다들 그렇게 말들하는것 같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이었을뿐~
세상은 아름답고 세상인심은 그보다 더 아름답다는걸,
백두대간이 아니었던들 나도 잘
몰랐을거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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