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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백두대간 북진(終)

백두대간...( 29구간 ; 진고개~동대산~두로봉~응복산~구룡령 23.5km 10시간 4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5. 7. 7.

2015년 7월 5일

 

새벽밥을 지어먹고 5시에 민박을 나섰으나

 차편이 없어 고민하던 중, 다가오는 자가용앞에 슬쩍 손을 들어본다.

기대도 안했는데 진고개정상휴게소에 올라가는

 대전아저씨가 차를 세우셨다.


처갓집에 오셨다가 산에 갈려고 혼자 나오셨다는데,

꼭 우리를 태우러 새벽댓바람에 달려오신것만 같다ㅎㅎㅎ

먼저 와 있는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엄지 손톱만큼 자란

넓은 배추밭 들머리길을 따라 동대산에 오른다.


아침부터 진땀을 빼면서 오르막을 치고나니, 여러개의 산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할 오늘 일정이 심히 우려된다. 


해가 일찍 떠서 한낮과 같이 밝지만 아직 아침 시간이라

숲속은 더 시원하고 지줄대는 새소리와 예쁜 꽃들이 활기를 더해준다.


오랜 풍파에 쓰러지고, 혹은 속을 텅 비운 거목들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기 자리를 지킨다.

듬직하고 멋지고 자연미가 넘치는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위대해 보인다.


하얀 차돌백이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땅에서 솟아났는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려고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것 같다.


두로봉에 올라 두루 살펴보고 출입금지 구역을 빠져나가

이정표도 표지기도 없는 길을 한없이 걸어가니 여기가 어드메인지 궁금타~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아서인지 원시림처럼 수풀이 우거지고 길도 좁다.


 

 가는 걸음걸음을 나무뿌리가 발부리를 걸고, 썩은 나무는 온몸으로 길을 막고,

나무덩쿨들도 덩달아 옷깃을 잡고 늘어진다.

국공파가 따로 없다.ㅋㅋ


기다시피 나무덩쿨사이를 빠져나가는데 앞쪽에서 인기척이 나서,

혹시 국공파일까봐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죽였다.

한참후, 빨리나오세요 하는 소리에 맘졸이며 나갔더니,

길이 좁아 먼저가라고 기다렸다며 나이드신 약초꾼?이 유심히 바라보신다.

그러게 죄짓고는 못살건네~


신배령에 도착하니 절반가량 온것 같아 맘이 가벼워지고,

예상했던것보다 길도 좋고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줄줄이 몰려온다.


 

다리도 아프고 허기가 져서 쉬는데 돈버리고 시간버리고,

힘만드는 이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ㅋㅋㅋ


평생에 한번 하기 힘든일을 부부가 건장해서 같이 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응복산에서 만난 아저씨가 덕담과 응원을

푸짐하게 해주고 견과류도 나눠주고 가신다. 


마늘봉과 1261봉 1280봉을 지나 약수산 500 m이정표를 지났는데,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약수산은 종적이 없다.


 

1km이상  족히 걸은것 같아 짜증이 날때쯤 약수산 정상이 나타났다.


 

구룡령에 내려오니 노점상이 친절과 시식을 앞세워 여행객들을 호객한다.

칡즙을 마시고 교통편을 물으니 택시를 불러야 할 상황이고,

 택시비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사람 저사람 의견을 듣고 나서 우리맘대로 하고자

그곳을 벗어나 지나가는 트럭을 히치하이킹하였다.

부천에서 왔다는 총각의 트럭 뒷칸에 올라타고, 시원시원한

강원도 산야를 눈으로 가슴으로 새기며 양양 버스터미널까지 달려왔다.


터미널 근처에서 목욕을 하고 기사님식당에서 백반을 먹으며,

어제 오늘, 많은 사람들이 베풀어준 친절한 마음씨를 되새긴다.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된 고운 마음씨가 다시 싹을 틔워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