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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남한산성 대첩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6. 3. 21.

63친구들이 기대하고 고대하는 큰 행사(2013년 첫 등산 모임)에는

비님도 한 몫하시려고 벼르고 기다렸다는 듯...봄비가 촉촉히 내린다.

비오는 휴일 아침, 달콤한 늦잠의 유혹도 뿌리치고 동무들이 사방에서 남한산성을

포위하고 좁혀온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재빨리 남한산성 입구를 점령했다.

속속도착하는 차량과 등산복으로 위장한 무리들을 검문검색하여,

아군 13명과 접선 성공.

몇몇 요원들은 변심 및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비보를 무전기로 전해왔다.

비 온다고 고소해한 적?에게 곧 바로 인증샷<비오는 날의 인물화>를

전송하여 교란작전을 편후, 삼삼오오 얘기꽃을 피우며 남문을 향해 전진~

 

얕트막한 언덕길 양쪽에서 오색 등롱(사월초파일등)이 줄줄이 길안내를 하고,

봄비는 우리를 우산속 연인들로 변신시켜 준다.

나무 가지끝에 매달린 수많은 물방울과 초록 잎사귀,

군데군데 피어나는 분홍, 하양꽃들과 돌탑들에게

눈인사를 나누며 남문에 도착하니 두 사람이 낙오?되었다.

등에 진 배낭이 무거운지 앉을 자리를 찾던 동무들이

맞춤한 장소를 금새 수색하여 진지를 차렸다.

아뿔사! 아군의 보급품을 수송하던 동무가 눈 깜짝하는 사이,

인근의 산 줄기를 타고 도주하는 것을 발견...간신히 설득하여 한 자리에 앉았다.

 

용필 오빠의<바운스>를 깔고, 차려진 음식들을 맛보니 이름표가 붙여있는 듯하다.

김밥,닭발,열무김치, 겆절이, 유부초밥,곶감,오징어, 구운 계란, 모싯잎 떡과

과일에 뒤질세라 소주, 막걸리가 튀어나와 오늘도 진수와 성찬이 같이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2차를 위해 친구집에서 지지고, 볶고, 부치고, 삶고, 무치고,

버무리고, 끓이고, 구워져나오는 음식들 앞에선 조족지혈(새 발의 피)이다.

굿 보다는 젯상에 관심이 많은 동무들이, 그 음식 냄새를 좇아 오고 있다는 무전에

빈 그릇을 챙겨 우리도 풍겨오는 냄새를 따라 신속정확하게 친구집 거실에 입성했다.

 

한 동무가 "부인이 남편의 초등학교 친구들을 초대한다는 것은 신문에 날 일이다"

라고 하기에 내심 63카페라도 올려야겠다는 의무?를 짊어지기로 했다.

채소 부인의 준비한게 많다는 말대로, 듬직한 외동 아들의 결혼잔칫상을

방불케하는 음식들이 줄줄이 의식을 갖춰 차려지니 그 이름이<산해와 진미>이다.

채소 부인의 뛰어난 음식 솜씨하며 푸짐한 양, 다양한 메뉴, 후덕한 인상을

맨날 혼자만 보는게 아까워 기섭이가 우릴 불러 자랑하는구나 짐작되었다ㅋㅋㅋ

 

이걸 다 먹다 보면 배가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에 몰려들어 때마침, 

지원군으로 도착한 친구들에게 살며시 자리를 내주고 가까운 집으로 피신했다.

4시간후쯤 다시 복귀하니 그 사이 몇몇 친구들이

임무 교대하고 휴식에 들어갔나 보다.

1시간 정도의 산행후 장장 8시간 동안 먹기만 했을

친구들이 무사한걸 보니 정말 위대 한것 같다 ㅋㅋㅋㅋ

내가 없는 사이 나온 음식들이 더 어마어마 하더라는 정보가 있었는데,

8시간 동안 시식한 동무들이 음식평을 기록해주기 바라는 바이다 오바!!

 

집나온지 오래되었다는 친구, 약속이 있다는 친구,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는 친구들을 앞세워 노래방에 Go Go~

가수 뺨치는 노래 솜씨, 현란한 춤 사위....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도통 표가 안나니 수상쩍다.

분위기에 휩쓸려 목에 기름칠(맥주 투하)을 하며 시동을 걸어보나

몸 따로, 마음 따로~ 나는 언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까!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로다!!

 

2013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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