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6일 일요일
일찍 잠자리에 들어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
밤 10시라 마음이 넉넉하고 자유롭다.
온도를 최대한 높혀 뜨거워진 방바닥에 널어놓은
옷들과 젖은 신발을 잘 마르도록 뒤집어 놓고 금방 또 잠이 들었다.
설핏 잠이 깨어 뒤척거리다가 3시 49분에
다시 젖은 물건들을 골고루 펴놓고.... 쿨쿨쿨~~
컵라면과 김밥을 먹고 일찍 숙소를 나섰으나
택시를 불러도 오지를 않아 승주읍사무소까지 걸어나갔다.
읍내에서도 차가 없어 우왕좌왕 아까운 시간을 몽땅 허비하고....
어르신이 알려주신 바로 코앞 정육점에 적힌 개인택시번호를 발견했다.
7시 다 되어 송치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제 걸었어야 했던 길인데 하며 걸어 보니
계속 오르막이라 무리해서 걷지 않길 잘했다 싶다.
산길과 도로를 번갈아 걸으며 고도를 계속 높여간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뽀송하게 마른옷을 입고 걸으니 기분이 좋다.
병풍산 갈림길
산에 오르다 보면 항상 해뜰 무렵에
기온이 낮고 안개가 끼는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현상 때문인가?
농암산 삼각점
바위에 누렇게 말라붙어 있던 이끼에도 초록의 봄 기운이 뻗친다
초반부터 계속 오르막이라 힘들었는데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 나오니 반갑다.
죽청치
우측 아래 청소년수련원으로 내리가는 길이 있다.
미사치 방향으로 오른다.
갈매봉
3시간 여를 걸었으니 쉬어가기로 한다.
철쭉군락인데 산이 높아 봄이 못 올라오고 있나보다.
마당재
넘어야 할 산
뒤돌아 넘어 온 높은 산을 담아본다.
낑낑거리며 계속 오르막을 치는데 마당재에 오른
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우릴 추격하고 있다.
앞 산은 왜 이리 높기만 할까!
오늘도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흐리다.
갓거리봉 방향
앞이 트인 전망 좋은 곳에서 쉬어가야지~
어제와 오늘 중 처음 귀한 등산객을 만났다.
순천에서 오셨다는 분이 삷은 계란을 주셔서 같이 먹으며
한참동안 산행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도 주고 받았다.
이 분은 몸이 아파 혼자 산에 오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약초나 버섯 등을 채취하러 다니기도 하신다고....
곧게 놓인 도로가 시원스레 내다보인다.
암릉을 오른다.
산불 감시초소와 이정표가 있는 갓거리봉
갓거리봉 정상 688m
뭐 먹을 게 없을까 하고 뒤적뒤적이는 남편ㅋㅋ
마주하고 있는 산과 산이 끝없이 계속 되는 듯 보인다.
쉰질바위
갓거리봉 미사치 등 이름이 토속적이다.
어디보자~ 여기가 어디냐면,
순천.광양간 호남고속도로 인가보다.
애써 올라갔는데 다시 내려가려니 왜 이리 아까운지...
미사치
순천시 황전면 회룡마을과 서면 심원마을
갈림길 있는 사거리 안부다.
왠지 멋져 보인다.
나무와 길과 사람의 조화
3개면 경계에도 서 본다ㅎㅎ
비상 의약품이 골고루 갖춰져 있는 것이
자물쇠로 잠겨놔서 그대로 있는 것인가?!
깃대봉 정상
삼각점과 계족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실질적인 여수지맥 분기점이라 한다.
임도를 몇 차례 가로질러 830봉과 월출산에 오른다.
형제봉 2.2km
아침에 먹은 라면이 체한 듯 한데 계속 오르내리니 지치고 잠이 온다.
비몽사몽 졸음 산행중~
머리도 어지럽고 가슴도 찌르르한게 좀 그렇다.
삼각점
가파른 오르막 앞에서 힘이 드니까 한숨부터 나온다 ㅋ
걔단에서 바라본 봉강면 전경
형제봉 정상 861.3m
가야 할 산줄기
하얗게 눈 덮인 도솔봉이 보인다.
성불사로 탈출 하자 할까 계속 망설이다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작정한다ㅋ
지금 웃는게 웃는게 아니여~
등주리봉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등산객 일행을 만났는데
선두에 선 J3클럽이 반가워 인사를 나눴다.
매화마을에서 성불사까지 일반 산행을 따라 오셨다고~
3시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라 걱정이 되었었는데
간간히 눈발이 날리고 있다.
고도가 높아 여긴 어제도 하루종일
비가 눈으로 변하여 내린것 같다.
도솔봉 정상
에고에고!
허리가 안 펴진다.
갈수록 태산....
눈덮인 설산이 보기는 좋다.
이 옹색한 바위틈에서 자리잡은 걸 보니 너도 대~단하구나!!
눈과 진흙으로 내리막길이 아수라장이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도솔봉
헬기장에서 바라 본 따리봉
참샘이재
여기서 논실로 탈출하면 좋겠는데...
따리봉을 따라 갈까말까?!
남편따라 따리봉 간다이~
도솔봉보다 낮은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네~
먼저 올라간 남편이 스틱을 흔들어준다.
싸락눈이 내리면서 날씨가 춥고 어두워지려한다.
따리봉 정상 1127.1m
아무리 힘들어도 인증샷은 해야지~
가파른 내리막을 어둡기 전에 내려가야 한다.
한재가 보인다!!
12시간 산행...세 손가락안에 드는 힘든 산행으로 꼽는다.
논실마을까지 2.2km를 걸어 내려가야한다.
날이 어두워져 헤드랜텐을 켜고 구불구불한 시멘트길을
지루하게 걸어 40여분만에 논실마을 버스정류장에 닿았다.
광양가는 버스가 있어 8시 10분 차를 기다려 타고
광양에서 순천까지 택시로 이동 서울가는 10시 30분 차표를 끊었다.
터미널 앞 한식집에서 육계장으로 언몸과 허기와
긴장을 풀어내고, 사이다 한캔으로 막힌 속도 뚫었다.
심야우동 버스의 안락함을 만끽하며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