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28일 일요일
두 달반 만에 다시 금북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동안, 시작한지 3년째인 호남정맥 남은구간을 완주하였다.
호남보다 더 강적으로 느껴져 엄두를 못냈던 낙동정맥도
잔머리를 굴리고 굴려 5월초 연휴에 다섯구간을 다녀왔다.
날씨가 많이 더워져 시원한 시간에 진도를 나가고자
새벽 3시에 기상하여 아홉고개에 도착하니 5시다.
분뇨냄새가 진동하는 축사 뒤로 돌아가니 밥주러
온줄 알고 소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깜짝 놀랐다.
길가다 갈림길과 여러번 만났는데
큰 길을 계속 따라가 본다.
벌써 찰랑찰랑하게 물을 가둬 놓은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그나저나 나무묘목이 심어진 밭 아래, 윗길을
아무리 뒤지고 돌아다녀도 이정표나
정맥리본이 보이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난향의 묘
동네분들도 난향의 묘가 있는곳을 모른다하여 헤매다가
모내기하러 나오신 어르신께 물으니 금방 알려주신다.
난향의 묘는 자신의 할머니 묘인데 어떻게 알고 왔냐하시며.
오디가 새콤달콤하게 익어가고 있다.
찔레꽃이 내뿜는 향기로 향수를 뿌려놓은 듯한 숲길.
꽃들이 환하게 반겨준다.
알바하느라 1시간을 탕진했는데도 정신을 못차리고
꽃과 열매에 취해 딴짓하고 있는 우리 두사람 ㅋ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사이길을 지나간다.
요즘 보기 드문 밀밭도 있다.
밀밭 가운데에서 밀어를 속삭일 시골 처녀, 총각 역시
요즘 보기 드물어서 쓰러진 밀들은 바람이 한 소행인 듯~
소나무 있는곳으로 정맥길이 있는데,
마을길따라 내려가다 되돌아 와서 찾아간다.
어지러운 길바닥에 피어난 양귀비 꽃이 돋보인다.
갈마고개
분홍 감자꽃이 유혹하여 감자밭에 들렀다가 간다.
포장도로 만나 좌측으로 내려가다 맞은편 산으로 오른다.
맹감나무 열매가 송알송알 열렸다.
이제야 정맥길다운 산길로 접어든것 같다.
금북정맥 표지판도 처음 만난다.
노란 시그널은 보이는데 길이 막혀 있어 돌고 돌아 간다.
161.9봉 삼각점
조망 보며 쉬어간다.
햇볕이 나서 더운 날씨지만
그늘지고 걷기 좋은길이 이어진다.
솔잎이 푹신하게 쌓여 있어서 더 좋은 길
숲을 꽉 채운 녹음
온갖 화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항선 철로 위를 달려오는 기차
와계교를 건넌다.
샛노란 꽃길따라 좌측으로 내려간다.
금계국
시그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 울타리집을 지나간다.
패랭이 꽃이 곱고 탐스럽다.
찔레나무도 길안내를 한다.
꽃길을 비집고 인삼밭 위로 올라선다.
21번 국도가 보인다.
꽃조개 고개
잡초인듯 보이는데 꽃색깔과 넘치는 생명력에 발길이 멈춰진다.
이번 구간 산행정보를 오래전에 미리 공부하고 메모하였더니,
진작에 다 까먹고 생각나는게 없어 알바를 일삼고 있다.
소나무 식당이 '민족 영성 기도원'으로 바뀐걸 또 까먹고...
계단 올라와서 길을 못 찾아 오락가락 하였더니
개들이 짖고 난리가 아니다.
주인이 나와서 우측에 등로가 있다고 알려주신다.
찾고 나면 쉬운데...
바로 코 앞에 두고 별 쑈를 다 했다.
바보 멍충이~
만해동상과 기념관을 여러 곳에서 본적 있다.
충남 홍성군 결성면이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고향이란다.
선답자들 블로그에서는 못 보았던 조형물이다.
엊그제 쯤에 조성하였나 보다^^
충남지역의 호국영령 기념탑
중령사
앉을자리 보고 다리 좀 뻗어본다 ㅋㅋㅋ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갈래인데
가까이에 있는 계단으로 오른다.
남산 정상직전에 있는 보개산 갈림길
정상에 올라 갈 생각을 미처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꽃길과 편안한 길을 계속 걷고 있다.
이렇게 편한 길만 걸으면 비탈길에선
배나 힘들게 느껴질텐데....
맞고개가 맞는지?
재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 안내도와
정자. 돌탑과 이정표... 없는게 없다.
금북정맥 수리고개
내포문화숲길. 내포문화역사인물길로 조성된 길이기도 한 듯~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진즉에 다 갈아 놓았네~^^
학창시절에 배웠던 조선 후기 문신
'약천 남구만'의 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도로 건너 도로 산길로
길위에 떨어진 아까시아 꽃잎
흰쌀을 뿌려 놓은 듯 하얗다.
임도를 따라 갈까하다가 30번 철탑 뒤 정맥길을 따른다.
모두들 어디에 있나 궁금하였는데
여기 모여 있었구랴~
29번 국도로 내려간다.
황곡 마을 표지석 앞 지하통로로 국도를 통과한다.
홍성민속 박물관이 표시되어 있나 찾아보니 여긴 없구만.
맞은편에 있는 표지판 방향으로 따라간다.
하고개
의병 기념비와 안내문 앞에 먼저 온
산객이 쉬고 있어 조용히 지나간다.
뭔일이래~
우릴 왕따시키고 자기네 끼리만 뭉쳐 지내고 있구만.
살포쟁이 고개
이름이 정겹다.
백월산 오름길 소나무위에 말벌집이 있다하여
살펴보려던 참인데 벌집이 떨어져 있다.
이후로 계속 찾아봐도 없는 걸 보니
이 벌집이 그 벌집이 아닐까 싶다.
햇볕이 뜨겁게 숲길을 달구고 있다.
가파른 바위구간
바위에 앉자 홍성시내 조망
좀 더 가까이 당겨보기도 한다.
백월산 정상 방향으로~
관리가 잘 된 널찍한 헬기장
정상 직전 도로만나는 지점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쉬어간다.
다행이 산길이 있어 반갑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통팔달~
시원시원하게 보여서 좋다.
넘실거리는 바다도 멀리 보인다.
하트모양 채석장?이 두드러져 보인다.
백월산 정상 돌탑이 보인다.
백월산 정상
고생해서 올라 온 기념으로 한컷!
산위의 산신각이 보인다.
양 바위 같기도 한데...
반대편에서 보면 강아지 바위 같다.
여기서도 잠깐 길을 찾느라
왔다리갔다리 다리 품을 팔고
그늘이 없으니 뜨거워서 피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지나온 백월산 정상을
조망하고 재빨리 내려간다.
에그머니나~ 여기가 어디여?
이정표와 시그널도 보이지 않고 지나는 사람에게
까치고개 방향을 물어보아도 모른다고 한다.
급히 메모지를 펼쳐보니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되돌아와 금방 보고도 그냥 지나친 팔각정 뒤로
정맥길이 있는 줄 이제야 알아봤다.
바위에 올라 길을 살펴보고 뒤쪽으로 내려간다.
한 동안 알바를 안하고 다닌 것이 우리가
전문가 수준이 되어서 그런 줄 자만한것 같다.
공부를 소홀히 하고 온 바람에 몸이 고생 바가지다.
폐 교회를 지나 까치고개로 내려간다.
까치고개
홍성 쓰레기 매립장 방향으로
꽃길에 정신을 팔며 간다.
가뭄이 심해 군데군데 말라죽고
시들해 보이는 꽃들이 안타깝다.
수덕사 방향 진행
땡볕~
바람이 불어와 고맙게 동행해 준다.
수리고개란다.
아까참에 지나온 곳도 수리고개라 했는디...
아직은 땡볕도 참을 만 하니
너무 불썽하게 보지 마시라.
이정도 땡볕은 충분히 각오하고 왔단 말이시~
부주의한 인간들 탓에 화마가 할퀴고 간
흉터를 안고 휑하니 솟아 있는 홍동산~
앞산처럼 수풀이 우겨지고 산짐승들이
둥지를 틀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홍동산 정상
정상 표지판
불에 그을린 듯 새까맣다.
강줄기가 논으로 변한 듯 하다.
사람이 사는 골짜기 마다
길과 들판이 다듬어져 있다.
산속에 자라잡은 수덕사가 보인다.
용봉산 갈림길
20분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남편은 꿈쩍 않고 꿀잠을 자고 있다.
땡볕에도 불구하고 여름산행을 강행하는 것은
낮시간이 길어 시원한 그늘에서 낮잠자는 맛이려니!
정상적으로 걸었다면 산행을
종료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낙동정맥을 4박 5일 다녀오고 나서는 방콕이 좋아서
주말에도 집에서 몸과 마음을 살찌우며 지냈다.
낙동에 비하면 금북은 아무때나 쉬엄쉬엄 다녀와도 되겠다고
쉽게 봤는데, 도리어 된통 당하며 혼쭐나고 있다.
긴가민가 하며 겨우 길을 찾아 왔다.
육괴정
느티나무 여섯그루가 있어 육괴정이라 하며
수덕고개라 부르기도 한다고.
마트에서 쮸쮸바 2개를 사 들고
덕숭산으로 향한다.
철조망 좌측 끝으로 들어가니 또렷한 길이 나 있다.
길이 여러갈레로 뻗어있어 계곡과 바위들을
이리저리 건너다니다 아무길이나 따라간다.
정상까지 1.5km라 했는데 가파른 오르막을
한없이 올라와 보니 이곳도 정상이 아니다.
금북정맥이 계속 물맥이고 있다.
물을 많이 가져와서 정말 다행이다 ㅋㅋㅋ
헤어졌던 정맥길과 다시 만나 정상에 오른다.
덕숭산 정상
정상석에 기대어 쓴웃음을 짓고 있는 남편
덕숭산 정상석이 내게 기대여 애교를 떨어도
곱게 봐주지 않고 삐진듯 무심해 보이는 나 ㅋㅋ
간식 먹고 쉬었다가 털고 일어나 이정표를 찾아보니
금북정맥 표시도 나분들 방향 표시도 없다.
표지기를 찾으러 이쪽저쪽 길따라
한참씩 내려가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지도를 꺼내서 살펴보니 좌측으로 꺾여져 있어
내려가 보니 시그널이 하나씩 보인다.
바위 넘어가는 길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큰 오빠시다.
뭐하냐고 묻기에 등산 왔다고 했더니
"산은 보라고 있는 것인디 뭐하러 힘들게 올라가~" 하신다.
산을 제대로 볼려면 올라 와 봐야 할것 아닌감유?!
드디어 알바도 끝내나 보다.
나분들 고개가 보인다.
알바포함 27km 12시간 산행
발바닥이 얼얼하고 무릎이 시큰거릴만 하다 ㅋ
45번 일반국도 우측으로 내려가서 굴다리를 건너간다.
예산가는 버스가 와서 무작정 올라타서 물으니
아홉고개에 있는 차를 회수하려면 덕산에서 내려 환승하라 하신다.
광천읍가는 버스가 떠나버려서 택시를 타고 아홉고개로 간다.
**덕산읍 -아홉고개 택시비 2만 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