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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16번째/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테라디오스 데 로스...26.8km 6시간 3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6. 6.

2018년 5월 1일 화요일

 

 

어제 디아(마트) 에서 한국보다 싼 우유와 계란, 요플레,

물, 바게트빵 등들을 잔뜩 사와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주방에서 물을 끓여 컵라면과 빵을 먹고,

파스타면 남은 것은 주방에 두고 가기로 한다.

무겁기도 하거니와 다음에 오는 순례자 중

꼭 필요한 사람이 쓰게 하기 위해서다. 

 

 

 

남편이 냉장고에 두고 간 음식과 식재료들이 많다하면서

모두가 우리처럼 먹고 남은 걸 두고 간것 같다고 한다.

호기심에 열어보니 이것저것 많은데 배가 불러

탄산음료 1개를 꺼내 배낭에 넣었다. 

싱크대 옆에 있는 크래커 통도 우리랑 같은 방에 묵었던

순례자가 두고 간 것이 분명하여 조금 덜어 내어 맛봤다.


 

 

한참을 걸어 가던 남편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아까 우리가 냉장고에서 꺼내온 음료수 주인이 있을지도 몰라~

주방을 나오면서 얼핏 보았는데, 어떤 사람이 아침에 먹을려고

냉장고애 넣어 둔 것을 꺼내는것 같더라고."

아~~~맞다. 어쩐지~~!!

우리 이거 어쩌면 좋지?!

 

 

 

순례자 한 사람이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내가 냉장고를 열고 탄산음료 꺼내는 것을 봤을거다.

다시 가져다 놓을 수도 없고...

길 위에 두고 갈까?

 

 

 

찜찜하지만 그냥 갈 수 밖에.

'잘 모르고 한 일인데 뭐!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 지' 하며

애써 우리의 행동을 합리화 시킨다.

 

 

 

저 만큼 앞서 걷고 있는 분이 왠지 눈에 익는다.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풍경

 

 

 

이 길은 17.5km 가 중간에 마을이 없는 무인구간이라 한다.

아침에 2시간쯤 걸으면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딸내미 땜에 최대한 발걸음을 빨리 하는 수 밖에.

남편은 어쩔 수 없으니 노상방뇨를 하라지만

명색이 숙녀인데...씨도 안 먹히는 소리다.

 

 

 

앞에 가시는 대구 아저씨를 따라 잡아

한 동안 얘기를 나누며 걷는다.

박학다식 하시고 외국물을 많이 드셔서

세계정세와 지리, 역사를 환히 꿰고 계시다.

우린 명암도 못 내밀고 고개만 쉼없이 끄덕인다.

 

 

 

화장실도 없고 먹거리도 부실하지만

들판에 자리잡은 간이 바 에서 쉬어 간다.

 

 

 

대구 아저씨는 우리보다 3일 정도 늦게

순례길을 걷기 시작 하셨다고.

하루에 40km 아상 시에스타 시간에도 걸었는데

아무도 걷지 않는 시간에 혼자 걷는게 좋더라고 한다.

 


 

시간상으로 짐작해 보건데 무인지대가

끝나려면 1시간은 더 가야 할것 같다.

 

 

 

화장실이 급한 딸내미에게 너무도 다행스럽게

생각보다 빨리 바에 들어섰다.

시원한 음료와 처음 맛보는 뭐시기(이름을 까먹었음ㅋ) 를

맛있게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우리가 순례길 걸은지 벌써 16일째다.

암울한 날들을 견디고

까마득한 거리를 절반가량 줄였다.

 

 

 

걷기 시작한지 1주일 정도 지나면 몸이 적응되어

아무런 걱정없이 즐겁게 순례길을 걸을 줄 알았다.

여전히 무릎과 종아리, 발목, 발바닥이 아프고,

허리와 어께도 자주 아프다.

 

 

 

 

알베르게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 할때가

제일 좋은데 샤워 후, 드러누워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손 빨래하랴~ 슈퍼 찾아 다니랴~

음식 만들어 식사하고 설겆이 하랴 바쁘기만 하다.

짐 정리하고 일기 몇자 적을라 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고 몸은 녹초가 된다.

 

 

 

'내일은 힘들어서 못 일어날지도 몰라'하고 누워도

신기하게 아침이면 눈이 떠지고

새로운 힘과 기분으로 길을 걷게 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난생처음 해보는

귀하고 소중한 경험이기에

지금의 힘든 여정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걷는 것이리라!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이 넘 넘 아름답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사하고픈 마음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아름다운 손길로 가꿔 낸 

순례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결리고 아프다.

빨리 알베르게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뿐 .

 

 

 

햇볕이 뜨거워지니 얼마전까지 추워서

고생하던 때가 오히려 더 나았지 싶다.

사람마음이 이렇게 간사해질 줄이야~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가 깨끗하다 하여 들어간다.

우리와 같은 알베르게에 들어 온 순례자들이

모두 처음 보는 얼굴 들이다.

 

 

 

널어 놓은 빨래를 바람이 

떨어트렸나 가끔씩 살펴본다. 

 

 

 

주방이 없고 마을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순례자 메뉴를 먹기로 한다..

 

 

 

셀러드

 

 

 

배가 고팠는지 모두들 맛있게 남김없이 먹는다.

우리끼리 지내기 위해 좀 더 비싼 4인실을 배정 받았는데

이미 외국 女 한사람이 아래 칸 침대에 들어 와 있다.

다른 곳에서는 싼 가격에 4인실을 배정 받고도

우리끼리만 지낼 때가 많았는데...

이제까지 아래칸 침대에서 지냈던 딸내미와 나

둘 중 한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야 한다.

이런날도 있구 저런날도 있지 뭐~!

 

 

 

**3인 하루 지출내역

바 -6.5/ 2.1/1 유로

알베르게 -30유로

저녁식사 -3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