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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17번째/ 테라디오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베르시아노스 데 레알 카미노 약 23km 6시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6. 7.

2018년 5월2일 수요일

 

 

우리들이 배낭을 챙기는 기척에 아래칸에서 잠자는

외국 女도 잠이 깼을 텐데 일어나지를 않는다.

캄캄한 방안을 더듬어 물건을 챙기다 물병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세 사람이 도둑 고양이처럼 화장실도 살금살금 다녀온다.

맘 편히 준비하려고 복도로 세 사람의 배낭과 물건들을

모두 옯기고 나니 그때서야 일어나서 방안의 불을 켠다.

한 사람 때문에 세 사람이 불편을 겪는것을 알면서도

모르는체 하다니 왠지 얄밉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출발 준비를 마친 많은 순례자들이 

현관문이 잠겨 있어 복도에서 대기중이다. 

6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메모가 현관문에 붙어 있다.

잠이라도 좀 더 잘 걸~

 

 

 

우리가 머문 알베르게가 마을 못 미친 벌판에 휑덩그렁하게

서 있는 건물이라서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를 알아보고 싶었었다. 

아침에 도착한 마을에는 알베르게나 바 가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을 같다.

 

 

 

동그랗던 보름달이 어느새 이지러져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지금쯤 한국은 점심시간이 지났겠다.

우리가 40일 동안 한국을 떠나 맘 편히 순례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큰딸내외와 아들 덕분이기도 하다.

 

 

 

40일 동안 떠나 올려면 준비 할 것이 많아 준비 기간도 길다.

큰 딸 내외가 이것거것 알아서 챙겨주고

여행 경비도 찬조를 많이 해줬다^^

 

 

 

따로 나가 살고 있는 아들은 요즘 주말마다 빈 집에 들러

청소 하고 화분에 물주고 남편 차도 들여다 봐 준다.

 

 

 

제일 막중한 임무를 띠고 현장에 투입 된 막내 딸내미ㅋㅋㅋ

늘 어리고 철부지 같아 보였는데 짐 지어진 제 몫을

빈틈없이 철저하고 야무지게 이행하고 있다.

 

 

 

언제쯤 철이 들까 염려되는 자녀가 있다면

한번쯤 먼 여행을 떠나 보낼일이다.

게으름 피우고 까탈스럽고 엄살 많던 철부지는

아픔을 견딜 줄 알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며

남을 배려 할 줄도 내일을 준비 할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옷을 늘 똑같이 입고 같이 다니는

두 순례자는 자매인 듯 보인다.

우리와 만날때 마다 웃는 얼굴로

'올라, 부엔 카미노~" 인사를 주고 받는다.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광고하던 바 에 왔다.

정성 들여 예쁘게 꾸민 바 가 마음에 든다.

 

 

 

날씨가 추워 따뜻한 차를 주문하고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를 먹는다.

 

 

 

우리가 여유를 부릴 땐 시간도 느릿느릿 가면 좋겠다.

 

 

 

사진 촬영을 하며 느리게 걷고 있는 나에게

혼자 걷던 외국 男이 카메라를 내밀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두 컷을 찍었는데 잘 나왔는지 확인을 못 해봐서 궁금하다.

우리도 가끔 가족사진을 부탁하여 찍고 나서

잘못 찍한 사진을 보면 속상할 때가 있다.

 

 

 

기대 했던 한 장 뿐인 사진이 잘못 나오면

그곳에 다시 가서 찍을수도 없고

소중한 추억이 잊혀져 안타까울 일이다.

 

 

 

 

 

 

사이군에 들어와 약국에서 딸내미의 물집 패드와

어께 근육통에 붙일 찜질파스를 산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배낭 커버를 씌우고

비옷은 꺼내서 커버 안에 넣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 바 를 지나쳐 왔는데

딸내미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한다.

한참을 걸어도 마을이 안 나타나니

딸내미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어께가 아프다 하여 무게가 나가는 옷 보따리와

화장품 파우치를 아빠 배낭에 옮겨 넣었다.

 

 

 

발에 모터를 달아 놓은 듯 앞에 가는 순례자들을

앞지르며 전력 질주 하는 딸내미~

 

 

 

딸내미 따라 잡느라 남편과 내가 기를 쓰고 쫓아 간다.

어께가 너무 아파 공터의 벤치에서 좀 쉬어가고 싶은데

딸내미가 쌩하니 지나가 버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행이 바 가 나와서 모든걸 수습한다ㅋ

 

 

 

시원한 콜라와 바게트 샌드위치

간편해서 나중에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

 

 

 

일찍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는 순례자들이 늘어 간다.

안에서는 바삐 청소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쓰레기를

들고 나온 관계자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호스피탈레로가 줄지어 선 순례자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엄청 친절하게 알베르게를 소개한다.

우리 차례에선 영어를 할 줄 아느냐 묻더니,

조금 할줄 안다는 대답에 걱정 말라며 천천히 설명을 해준다.

뒷 순번의 순례자에게도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하려하니

외국 男 " 이미 들어서 다 알아요, 내가 저분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드릴수도 있어요" 하며 웃음지으신다.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 ㅎㅎㅎ"하고 호스피탈레로도 웃으신다.

 


 

오늘도 무사히 따뜻하고 편안한 안식처로

인도해 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녁식사와 아침을 무료로 제공하는 기부제 알베르게

식사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딸내미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두 아가씨에게 말을 시키더니 계속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셀러드를 먹을 만큼 덜어놓고 옆 사람에게 넘긴다.

부족하면 두번 세번 더 가져다 먹는다.

 

 

 

가지를 고기와 볶아 만든 소스로 비벼먹는 파스타

맛있어서 나중에 직접 해먹어 보려고 맛을 기억해 둔다.

 

 

 

디저트 요플레를 먹고...

한국인 한 분도 자리하고 있다.

 

 

 

기타 반주와 노래를 신청해 듣고,

호스피탈레로가 순례자들을 축복해주며

먼 훗날에도 이 길을 걸었던 소중한 추억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낌없이 내주고 꼼꼼하개 돌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닥청소를 맡아 한다.

 

 

 

**3인 하루 지출내역

바 -9.1/ 7.9 유로

알베르게 - 기부제

약국 -15.0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