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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22번째/ 아스토르카~ 폰세바돈 27.2km 7시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18. 6. 10.

2018년 5월7일 월요일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다 놓은게 많아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고 컵라면을 끓여서 같이 먹는다. 

남편은 샌드위치를 2개 먹고 요플레도 먹는다.

식탐이 많은 것도 양이 큰 것도 아닌데 늘 우리보다

더 많이 챙겨 먹어도 허기져 하는 걸 보면 대책이 없다.

 

 

 

먹고 남은 간식과 물을 넣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기가 살짝 겁이난다.

 

 

 

순례길 표시를 따라 가는 길이

어제 다녀 본 길이라서 익숙하다.

 

 

 

가우디 건축물 앞에 다시서니 새로운 감동이 밀려온다.

찰훍으로 빚은 것도 아닌데 어찌저리

부드럽고 매끈하게 잘 빠졌을 수가!!

 

 

 

갈 길이 따로있어 광장을 쓰윽 보면서

지나치는 건물도 예사롭지는 않다.

 

 

 

수레를 끌고 다니시는 나이 지긋한 순례자.

그런데 이 수레는 눈에 많이 익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에

나오는 수레와 흡사하다.

이 분도 그 책을 읽고 제작한 수레가 아닐까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가장 불편하고

아쉬운 것은 영어가 안 되는 나 자신이다.

내 나름대로는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인터넷 강의를

1년 넘게 들었는데 '소 귀에 경 읽기' 였나 보다.

말이 되어 나오는 것은 단어 몇개 뿐,

머리속은 엉클어지고 입은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세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대학교육을 받지 못해

못 배운 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엄마 없이는 뭐 하나

제대로 할 모른다고 야단 맞던 딸내미~

나이가 50이 넘었어도 뭐하나 제대로

못 하기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 인걸 몰랐다.

나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배우고 못 배우고의 차이,

경험자와 무 경험자의 차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멀리 하얗게 눈 쌓인 설산이 보이고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제법 큰 마을이었던 것 같은데

빈집들이 많은 걸 보면 우리의 시골 사정과 비슷한 모양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배낭 속에 있는

먹거리를 쉴때마다 부지런히 먹는다.

남편이 샌드위치 남은 것과 우유를 죄다 먹어 버린다.

아이러니 하게도 비상 식량을 확보하고 걸으면

무게 때문에 억지로라도 빨리 먹어 치우게 된다.

또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 싶으면 불안한 마음에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하며 또 사서 쟁이게 된다.

 

 

 

남편이 딸내미의 짐들을 덜어내어

자신의 배낭에 넣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바지 싸이즈를 잘못알고 적은 걸 사서 입고 와

몸에 꼭 끼어 불편했었는데 이제는 헐렁헐렁 해졌다.

집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잘 빠지지

않던 살이 빠지고 있는 것 같다.

 

 

 

빈집이 많은 마을들이 순례자가 늘어가면서

집들이 다시 지어지고 새로운 마을도 생겨났다고.

 

 

 

볼것도 별로 없고 길이 딱딱하여 발도 아프고

햇볕이 뜨거워 목도 마른 오르막 길

 

 

 

그늘이 없어 쉬지 못하고 걸으니

더욱 지루하고 힘이 든다. 

 

 

 

어께와 발목이 아파 점점 뒤쳐지고 있는 딸내미

 

 

 

우산을 배낭 어께에 고정시키고 빠른 걸음으로

앞지르기를 시도하는 순례자를 순순히 보내준다.

 

 

 

물이 많은 나라지만 바 에서는 물도 사 마셔야 한다.

이왕이면 시원한 탄산음료로 사 마신다.

 

 

 

마을이 크고 알베르게도 많아서 오르막을 오르느라

지친 순례자들이 하룻밤 묵을 알베르게로 찾아든다.

 

 

 

우린 5.8km를 더 가서 다음마을

알베르게에 들기로 한다.

물을 더 받아갈까 말까 하다가

무거워서 안 받아 가겠다는 남편.

 

 

 

설산이 계속 가까워 지고 있어서

자주 바라보며 걷게 된다.

 

 

 

돌딤길 걸어 올라가며 하늘에

떠 있는 멋진 구름들을 구경한다. 

 

 

 

작은 꽃송이들이 만개하여

주위를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이 나무들도 하얀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으니,

며칠 후에 오는 순례자들은 하얀 꽃길을 걷겠지...

 

 

 

가지고 있던 물이 뜨끈해져서

시원한 물로 교체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더위 때문에 기진맥진한 딸내미가

힘들어도 꾹 참고 묵묵히 걷고 있다.

순례길에서 훌쩍 커가는 것 같다.

 

 

 

지붕이 있는 그늘에서 순례자들이

나란히 앉아 쉬고 있다.

우리도 쉴 자릴 찾고 있었지만

비집고 들어 갈 수가 없어 그냥 지나간다.

 

 

 

고개 너머에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가 있는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 쓰러질 지경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딸내미를 지켜보며

부족한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며 힘겹게 산을 넘는다.

 

 

 

알베르게에 들어와 샤워 후 빨래하여 널고

남아 있는 비상 식량을 통통 털어 저녁을 먹는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아

물과 콜라를 계속 들이킨다.

한참후에 원주부부가 우리와 같은 알베르게로

들어와 주방에서 쉽게 밥을 지어 고추장에 먹는다.

밥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찰기가 없어 우린 밥을

안해먹는다 했더니 좋은 쌀을 추천해준다.

다음번에 다시 한번 밥하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남편은 일찍부터 침대에 누워있고

딸내미는 심심하다며 맥주를 마시자 한다.

알베르게에 겸해 있는 바 에서 산 맥주를

전망좋은 테라스로 나가 나눠 마신다.

 

 

 

우리가 걸어서 넘어 온 산과 길을 찾아 본다.

힘들었던 하루였지만 무사히 숙소에 들어

편안한 밤을 보내게 됨을 감사드린다^^

 

 

 

**3인 하루 지출내역

바- 콜라 1.3/ 물.콜라 3 / 탄산 1.2/ 쥬스2유로

알베르게 (아침포함) -28.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