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2일 토요일
오늘도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슬금슬금
짐을 싸서 나오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급히 배낭 커버를 씌우고 비옷을 꺼내기 쉽게 해둔다.
비가 오다말다 하여 비옷을 입을까말까 한다.
숙소를 나와 노란 화살표가 있는 길,
어제 호텔가는 길에 익혀서 친숙해진 길을 따라 간다.
아침 일찍이라 문을 연 바 가 없다.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어제 지나왔던 곳들과 비슷하다.
바 가 있으면 좋은 자리에 큰 주택만
덩그라니 자리하고 있다.
바 를 차렸으면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았을 텐데...
비 오는 날이라 춥다.
거대한 고목나무
비가 많이 올줄 알았는데 이슬비만 내리고
바람이 같이 불어줘서 젖은 옷을 금방 말린다.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 길
배낭 맨 어께만 안 아프면 만사 오케이 인데...
2식간 정도 걸으면 어김없이 어께가 아프기 시작한다.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 걱정이 많았는데
딸내미와 이렇게 특별한 시간을 함께 해서 좋기만 하다.
걱정거리들은 부딛쳐 보면 대부분 해결 되고,
더러는 시간이 해결해 주어서 정작 미리 걱정할 일은 없다.
걱정 하나 안 되었던 남편이 적응하느라 제일 힘들어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즐거워 하는 기색이다.
길목길에서 앞에 갔던 남편이 안 보여
큰 소리로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딸내미와 둘이서 앞, 뒤로 달려나가 찾았으나 헛 수고다.
순간 이대로 영영 못 만나게 될수도 있겠다 싶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여 동동거리고 있다.
남의 동네에서 체면이고 뭣이고 다 던져버리고
동네방네 떠들썩 하도록 남편을 불러 재낀다.
엉뚱한 길에서 남편이 나타나 위기를 모면하고
활짝 폈던 상상의 나래를 접는다.
10분도 안 되는 잠깐 동안이었지만 화살표를 잘못 보고
혼자 떨어진 남편이 애가 더 닳았을 것 같다.
'몽치면 살고 떨어지면 죽는다!'
출발한지 2시간 30분만에 바에 들어선다.
바 에서 쉬고 있는 한무리의 젋은이들 행색이,
깨끗하고 쌩쌩해 보여 몰래 천천히 뜯어본다.
무엇보다 하나같이 새 신발이고, 청바지 차람도 있다.
산티아고가 가꺼워지면서 100km만 걷는 구간 순례자들이,
늘어 날 거라고 했는데 그늘도 지금부터 걸으려는 것 같다.
같은 숙소에 들었던 칠순기념 순례자 한분이
바 를 기웃거리며 친구들을 못 봤냐고 물으신다.
잠깐 사이에 서로 헤어졌는데 보이질 않는다고 하셔서
오늘 가기로 예정된 마을이 우리와 같아 함께 가기로 한다.
우리와 가면서 안심이 되는듯
이런저런 애기를 하시는 어르신~
팔순기념에도 또 순례길에 오려고 생각 중엔데
그때는 가방을 보내지 않고 직접 매고 다닐거라 하신다.
가방을 보내고 가볍게 걷는 것이 좋기만 한 건 아닌가 보다.
가볍게 가방을 꾸려서 그날그날 걷다가 멈추고 싶으면 그곳에서
쉬어가면 되는데, 지금은 가방 있는 곳까지 가야해서 불편하신것 같다.
사리아
한국 라면을 판다는 슈퍼가 보여
안으로 들어가서 저녁에 먹을 장을 본다.
칠순 어르신이 딸내미에게 헤어진 친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면 좋겠다고 하신다.
해외로밍을 하지 않고 유심칩을 끼워 사용하는 핸드폰이
전화는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일단, 전화를 걸어본다.
전화가 걸려 바꿔 드렸는데 흥분하여
몇마디 하시다가 연결상태가 안좋아 끊어졌다.
딸내미가 다시 전화를 걸어, 우리와 같이
사리아에 계시니 안심하시라 전한다.
계속 친구분을 찾느라 그 분들은 사리아 못 미친 곳에 있다고
순례길이 지나는 슈퍼 앞에서 친구분만 기다리라 하신다.
시내를 걷다가 기념품 가게 앞에서 멈춘다.
산티아고에선 기념품 가격이 비싸니 미리 사는게
좋다고 하여 조개팔찌와 산티아고 기념뺏지 2개를 산다.
마침 휴대폰 충전기도 팔고 있어 당장 산다.
순례길이 시내를 벗어나는 줄 알았는데
계단으로 향해 간다.
기찻길 건너 산속으로 가는 길과
아래쪽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다.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숲길
비상용으로 가져온 가벼운 우산을
양산으로도 요긴하게 쓰고 있다.
12시가 넘었는데 바 도 보이지 않고, 목적지까지
얼마 안 남은것 같아 부지런히 걷는다.
뒤돌아 본 풍경이 멋지다.
마을 알베르게 알림판이 보이는데
소똥 냄새가 심해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다.
키크고 통통한 고사리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와 있다.
누군가 방금 두고 간 둣한
카네이션이 인상적이다.
풀밭에 사람은 없고 모자와 장갑이 얌전히 놓여 있어서
순례자가 잊고 간것 같아 찾아주려고 배낭에 달고 간다.
바 가 보여서 안으로 들어가 모자를 흔들며 용기를 내어
" Is this yours?" 물으니 모두들 고개를 살레설레 흔든다.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다른때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시간인데 '페레이로스'가 오리무중 이다.
구릉을 넘어가니 어느 집 대문간에서
기부제로 운영되는 식품코너가 있다.
약간의 동전을 기부하고 빵 두조각과
오렌지 한개을 가져온다.
페레이로스에 도착하여 알베르게를 찾아보니
사설 알베르게는 빈 방이 없다한다.
바 에 들어가 가까운 알베르게를 문의하여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공립 알베르게를 발견한다.
아무도 들지 않은 알베르게에 첫번째로 들어가 침대를 마음대로
골라 짐을 풀고 먹을 걸 모두 꺼내어 점심으로 대신한다.
시설이 열악한 알베르게라 순례자들이 꺼려하여
우리 세식구만 묵는게아닐까 생각되어 찜찜하다.
늦은 오후에 순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알베르게가 꽉 찬다.
전날 밤에 만났던 한국인 순례자들도 모두
들어 왔는데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흔적이 역역하다.
칠순 친구세분이 들어오시더니 연락을 취해주어 고맙다고
딸내미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으신다.
일찍 들어온 덕분에 우린 샤워 후, 손빨래하고
하나뿐인 냄비에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는다.
라디에이타를 틀어주어 따듯한 침대에서 여유롭게
순례자들의 부산한 저녁거리 준비과정을 구경한다.
**3인 하루 지출내역
알베르게 - 18유로
바 -6/2유로
기념품가게 -22.1우로
마트장보기 -8.3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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