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6일 수요일
집에 있을때나 지금이나 하루하루 시간이
왜 이리 빨리가고 바쁜지 모르겠다.
다른날 보다 일찍 일어나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서둘러 출발~
혹시 새벽별을 볼수 있을까 기대해 보지만
이미 날이 너무 밝아 하늘이 파랗다.
산티아고에 가까워져서 도심을 걸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컴컴한 숲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숲을 빠져나오니 동트는 아침이다.
시야도 트여 저 푸른 초원 위의 예쁜 집들을 구경한다.
고운 목소리로 지져귀는 새소리
짙은 풀내음과 꽃 향기가
길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숲길 지나면 작은 마을이 나오고
다시 숲으로 이어진 길을 걷는다.
여러번 만나 인사만 주고받던 꽤 무뚝뚝해 보이는 외국 男이
우릴 보더니 D- day is today! 하며 힘있게 걸으신다.
그분 홀로 멀고 긴 여정을 묵묵히 걸어오셨음을 아는지라
미리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축하해 드린다.
산길을 벗어나니 조개모형 표지석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제나 배낭을 보내고 성당을 들러보며 찬천히 걷는다는
제주도팀 중년부부가 다정한 포즈로 셀카를 찍고 있다가 비켜준다.
딸내미가 한달 동안 함께 길을 걸으며 지나온 마을이나
알베르게 중 기억에 남는 곳이나 음식 이름을 말해보란다.
생각나는 것은 많은데 이름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딸내미가 읊어대는 마을과 알베르게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머리속에 되새겨 넣었지먄 한 시간도 못 가 도루아미타불이다.
남편은 오늘도 발목이 부어 오르고 아파서
진통제를 먹고 조심조심 걷는다.
오늘만 걸으면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전날 미리와서 근처의 알베르게에서
머물었던 순례자들이 새치기를 하기때문ㅋㅋㅋ
순례길 초반에 만났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줌마 3인방과 친구와 함께온 40대 부산아재들
그리고 룸 메이트 브라질 男, 조 아줌마....
순례길 옆에 있는 마을길도 정성들여
꽃을 가꾸고 다듬어 놓아 보기 좋다.
오르막 길에서 바라 본 아랫마을 전경
산티아고 초입에 있는 육교를 건넌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 야곱과 별의 들판'의 합성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중심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도시다.
이곳에 있는 산티아고데콤포스탤라 대성당은
9세기 부터 현재까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불리는 유명한 성지 순례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순례길 표시를 따라 시내로 들어간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뾰족한 대성당 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해간다.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길을 지나~
대성당 건물이 어떤건지 두리번 두리번~
바로 이곳을 통과하면 산티아고 대성당을
마주 볼 수 있는 광장이로구나~
순간 울컥 해지는 걸 삼키며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통로로 내려간다.
아~~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아~~그런데 공사중인 대성당과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어쩔것인가ㅋㅋㅋ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폭죽이나 팡파레를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마지막이 이렇게 허무할줄이야~
힘든 여정을 뒤로하고 대성당 광장에 막 들어서는
제주도 어머니가 반갑고 대단하여 얼싸안는다.
3일 동안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본지라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을 더욱더 감격스레 축하한다.
뒤따라 들어오시던 제주도 아버지도
기뻐하시며 악수를 청하신다.
제주도팀은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셔서 유럽여행을
취소하고 입국날짜를 앞당겨 3일 후 한국으로 돌아가신다고~
성질급한 남편의 재촉에 오늘의 기쁨을 내일로 미루고
순례자 사무소를 어렵게 찾아 긴 줄 뒤어 선다.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수료증을 발급 받으려
줄지어 선 순례자들 중 아는 얼굴들에게 눈길이 머문다.
이탈리아 쌍둥이 형제의 축하 눈길을 받기도 하고
친절한 일본인 줌마께 축하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남편은 가지고 있는 스틱 2개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갈수 없다하여 스틱함에 떼어 놓는다.
한순간, 반가운 얼굴이 불쑥 나타났는데
딸내미가 유일하게 사귄 폴란드에서 온 '올라' 다.
우연과 필연의 재회에 놀라움과 기쁨이 배가 되어
순례길 완주를 서로 축하해 준다.
그녀는 막 수료증을 받아 나오는 쎄시와 대성당
12시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급하개 작별을 고한다
내가 받은 스템프를 꼼꼼히 살펴보고 출발지와
지나온 곳을 심사하여 수료증에 기재해 주신다.
빛나는 산티아고 졸업장을 받았네요~^^
순례길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살아가는 동안 순례길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행복한 순간 순간을 선사해줄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우리가족이
한발한발 최선을 다해 얻는 보물들~
마트에서 먹거리들을 잔뜩 사들고 알베르게를 찾아간다.
며칠전,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자축하기 위해 호텔을 예약할까
했으나 경비를 아껴 바로셀로나 여행비에 보태 쓰기로 했었다.
담벼락을 장식하는 예쁜 꽃과
꽃으로 장식 된 예쁜 돌담 ~
신학대학을 개조한 알베르게
웅장하고 넓어서 수용인원도 많고
깨끗하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좀 힘들다.
점심을 못 먹어서 서둘러 점심 먹을 준비를 하는데
마침 주방이 한가하고 넓어서 좋다.
간편한 컵밥을 데우고 라면을 삶아
어제 삶아 놓은 계란을 넣어 먹는다.
산티아고순례 완주기념 파티를 안 할순 없지 ㅋㅋㅋ
케잌을 대신하기에 손색 없은 티라미슈~
셋이서 먹다가 남편이 기권하고
딸네미와 둘이서 줄기차게 먹어도 남아도는 티라미슈다ㅎㅎㅎ
남편이 설겆이 하는사이 샤워를 마치고
빨래거리를 모아 세탁, 건조 시킨다.
편안한 침대에서 뒹굴며 한국에서 보내온
축하 메세지를 보며 순례길 완주를 실감한다.
곧이어, 감자와 양파 양송이 버섯, 마늘을 넣어 끓인
닭곰탕과 상추 겉절이가 있는 근사한 저녁밥상^6^
언덕위에 있는 알베르게 3층에서 바라 본 산티아고 야경
우리의 산티아고순례 여정이 끝이 난
지금 이순간이 저 야경과 같다고나 할까!
아름다운 여운이 남아 있고 항상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며 내일을 위해 편안한 안식을 취하는 밤!
특별할것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밤이 찾아오지 않고
낮 시간만 계속 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이 지쳐 쓰러질 일이다.
끝이 있으므로 시작 할 수 있는 용기도 낼 수 있는것이다.
당연하지만 감사하고 뜻깊은 산티아고 순례의 마지막 밤이다!!
**3인 하루 지출내역
바 -3.3유로
마트장보기 -19.93유로
바로셀로나행 보딩패스 출력 -1.5유로
일베르게 -42우로
세탁, 건조 -6.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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