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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15코스; 가탄~작은재~송정 10.6km 4시간 30분

by 막무가내 옥토끼 2021. 6. 16.

2021년 6월 12일 토요일

 

 

몇주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검진결과가

좋지 않아 어제 조직검사를 받고 왔다.

악성종양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만감이

교차하고 꾹꾹 눌러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진작부터 지리산둘레길을 가려고 택일한 오늘,

몸과 맘이 심란하여 최소하려다 그냥 길을 나선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가탄

스템프가 있는 수퍼와 15코스 시작지점 

 

 

화개천을 건너간다.

 

 

물위를 걸으며 낚시하는 사람이 있어 당겨 보는데

왠지 송어 낚시를 하는 소설속의 한장면이 연상된다.

 

뿌연하여 걱정했던 날씨가 이만한게 감사하다.

 

 

 

농작물과 함께 어느 농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밭에서 자라고 있는 채송화가 넘 이쁘다.

농부의 마음도 이처럼 이쁠터.

 

과일 나무중 제일 나중에 꽃이 피는듯한 밤나무.

그 아래에 떨어진 밤꽃과 찐~한 향기가 깔려있다.

 

지나온 가탄마을 전경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나서 고창에 엄마보러 갈건데 같이

갈래 말래?" 하고 3일전에 여동생에게 물었었다.

언니를 따라가면 고생길이 불보듯 뻔한데 혼자서 고창에 가기는

더 귀찮아서 사흘 밤 낮을 고심하다가 따라왔다는 여동생~ㅋㅋㅋ

 

날이 밝았는데도 바람이 자고 있나보다.

오르막을 오르니 땀이 나고 열불이 난다.

벤치가 없었으면 땅바닥에라도

주저 앉아 쉬어 가야할 판이다.

 

전날 밤에 우리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하동으로

내려와서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있는 여동생 왈,

엄마한테 가는 길이 왜이리 멀기만 하냐고..

고창엔 언제나 갈수 있냐고..

내가 이럴줄 알았다고...

열받았는지 오르막을 잘도 올라간다 ㅋㅋㅋ

 

덩달아 열나게 올라온 작은재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의 경계지역이다.

 

산수국

 

동생의 바램대로 오르막길이 아닌

완만한 우회길이 이어진다.

 

고개마루에 오르니 저멀리 섬진강과

추동마을 전원주택단지가 보인다.

 

앗~싸 산딸기!

잘 익은 산딸기를 한줌 따서 입에 털어 넣으니

새콤달콤한 산딸기 맛이 고단함을 날려보낸다.

 

기촌마을에 주차하고 반대방향에서

올라온 남편도 산딸기를 보고 열광한다.

 

 

지리산둘레길이 밤나무밭을 통과한다.

이 길을 열어주신 주인분께 감사드리며

밤꽃 향기에 취해 해롱거리며 걷는다ㅋㅋ

 

마춤한 안부에서 간식먹고

시원한 바람 맞으려 쉰다.

 

산과 밭, 길가에도 노랗게 익어가는 매실들이

가지에서 말라가거나 땅에 떨어져 딩군다.

일손이 부족하거나 상품가치가 없어

버려지는 매실 같아서 몹시 안타깝다.

  

빨갛게 익은 보리수

얼른 몇알을 따서 맛을 보니

산딸기 못지 않게 달콤하고 맛나다.

 

기촌마을

 

추동교

연곡사, 피아골 입구 

추동교를 건너 전원주택단지 옆길로 오른다.

 

 

추동교를 건너와서 본 기촌마을 

 

 

가파른 시멘트길을 따라 산길을 올라왔는데

의외로 민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여기 사시는 분들은 이렇게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오르내릴까 걱정되었는데 떡하니 자가용이 있다.

걱정도 팔짜라 별걱정을 다하고 있었다 ㅋㅋㅋ

 

이 곳은 뭐하는 곳인고?

 

 

계속되는 오르막

 

힘든 오르막은 이제 그만~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를 잇는 남도대교가 멀리 보인다.

 

 

동생한테 둘레길이라 많이 힘들지 않다고 했는데

이렇듯 가파른 오르막이 자꾸 나오면 어떡하누~

 

 

돌팍에 앉아서 잠시 쉬어간다.

 

 

 

목아재

이곳에서 목아재 ㅡ당재를 잇는 회기코스가 조성되어 있으나

2019년 6월 1일 부터 노선에서 패쇄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수목이 없는 장거리 포장도로와 급격한 경사도로로

안전과 피로도에 대해 많은 민원이 접수되어 패쇄하기로 했다고.

 

스탬프가 있는 목아재 쉼터

 

뒷편으로 삼도봉, 토끼봉, 백두대간 능선이

구름에 가려 아스라히 보인다.

 

임도를 가로 질로 산으로 오른다.

 

시원하고 걷기 좋은길~^^

 

 

송정에 주차하고 진작에 올라왔을 남편이 

오르막길에서 눌러 앉아 있어서 이제야 만났다.

 

다시 내려갈 길이라서 쉬엄쉬엄 오르다가

벤치에서 잠을 청했더라나 뭐라나~

 

가탄에서 송정까지 3개의 산을 넘어야 된다고 했으니

이제는 내리막길만 남은 셈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송정마을이 보인다.

 

 

마을은 가까이 있으나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밤꽃향기에 흠뻑 취한다.

 

오르막 길에서 힘은 들었지만 숲길이라 땡볕 아래를

걷는것보다 시원하고 좋았던 15코스~

집에 있었으면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맘 졸이고 

별별 상상을 다하며 눈물을 찍어냈을 텐데...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시름을

잊을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것 같다.

 

 

맑은 계곡물에 땀과 피로를 씻어내고

이제는 고창의 엄마품으로 달려가야지!

 

지리산둘레길 15코스를 마친다.

다음 코스 들머리는 우측 숲길로 이어지는 듯하다.

가는길에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와 따끈한 두부찌개를 시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번주 금요일쯤 나올 줄 알았던 검사결과가

예정보다 빨리 화요일에 나왔다.

문자로 보내온 검사결과는 양성 결절 !

조직검사할때 끊임없이 흐르는 내눈물을 보고

"암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요"

하며 위로해 주셨던 의사 선생님.

걱정하며 지낼것 같아 안심하고 지내라며

예정보다 빨리 검사결과를 직접 문자로 보내셨나보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실컷 울어보고 싶었는데

회사 근무시간 이라 문자만 거듭거듭 확인했었다.

넘넘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