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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도는 인생길224

산티아고 순례길...17번째/ 테라디오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베르시아노스 데 레알 카미노 약 23km 6시간 2018년 5월2일 수요일 우리들이 배낭을 챙기는 기척에 아래칸에서 잠자는 외국 女도 잠이 깼을 텐데 일어나지를 않는다. 캄캄한 방안을 더듬어 물건을 챙기다 물병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세 사람이 도둑 고양이처럼 화장실도 살금살금 다녀온다. 맘 편히 준비하려고 복도로 세 사람의 배낭과 물건들을 모두 옯기고 나니 그때서야 일어나서 방안의 불을 켠다. 한 사람 때문에 세 사람이 불편을 겪는것을 알면서도 모르는체 하다니 왠지 얄밉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출발 준비를 마친 많은 순례자들이 현관문이 잠겨 있어 복도에서 대기중이다. 6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메모가 현관문에 붙어 있다. 잠이라도 좀 더 잘 걸~ 우리가 머문 알베르게가 마을 못 미친 벌판에 휑덩그렁하게 서 있는 건물이라서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를 알.. 2018. 6. 7.
산티아고 순례길...16번째/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테라디오스 데 로스...26.8km 6시간 30분 2018년 5월 1일 화요일 어제 디아(마트) 에서 한국보다 싼 우유와 계란, 요플레, 물, 바게트빵 등들을 잔뜩 사와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주방에서 물을 끓여 컵라면과 빵을 먹고, 파스타면 남은 것은 주방에 두고 가기로 한다. 무겁기도 하거니와 다음에 오는 순례자 중 꼭 필요한 사람이 쓰게 하기 위해서다. 남편이 냉장고에 두고 간 음식과 식재료들이 많다하면서 모두가 우리처럼 먹고 남은 걸 두고 간것 같다고 한다. 호기심에 열어보니 이것저것 많은데 배가 불러 탄산음료 1개를 꺼내 배낭에 넣었다. 싱크대 옆에 있는 크래커 통도 우리랑 같은 방에 묵었던 순례자가 두고 간 것이 분명하여 조금 덜어 내어 맛봤다. 한참을 걸어 가던 남편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아까 우리가 냉장고에서 꺼내온 음료수 주인.. 2018. 6. 6.
산티아고 순례길...15번째/ 보아디아 델 카미노~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26.km 6시간 2018년 4월 30일 월요일 딸내미가 일어나더니 자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배낭과 소지품들을 챙겨 홀로 나간다. 새벽에 날씨가 춥고 비가 오는 것 같기애 난 뭉기적 거리고 누워 있는다. 딸내미는 세수한 뒤 얼굴에 애지중지하는 달팡크림 펴 바르고 썬 크림도 살결따라 여러번 덧 바르는 시간이 한 세월이다. 거기다 옷 갈아입고 양쪽 발가락에 바세린을 바른 후 발가락 양말에 발가락 10개를 차례로 끼우는데 반 나절. 양치하고 널브러진 짐보통이를 배낭에 집어 넣을 때쯤 이미 준비를 마친 내가 재빨리 나서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려고 신발끈을 매주고 슬리퍼도 배낭에 넣어준다. 배낭을 들어 어께에 매어주고 스틱과 장갑, 모자 등을 꺼내서 손에 쥐어 주고 드디어 출발~ 하지만 뒤에 쳐져서 마지막으로 .. 2018. 6. 6.
산티아고 순례길...14번째/ 온타나스~보아디아 델 카미노 29.6km 7시간 30분 2018년 4월 29일 일요일 6시 40분 출발~ 추워서 옷을 단단히 껴 입는다. 두꺼운 옷이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무거워서 괜히 가져왔나 했는데 요긴하게 입는다. 좁은 마을길을 벗어나 확 트인 들길을 걷는다. 자주 만나는 순례자들이 안 보이고 낯선 얼굴들 뿐이다. 어제 30km 이상을 걸었기에 앞 구간에서 걷는 순례자들과 합류 되어 그런가 보다. 순례자들이 많아서 인지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바 가 많다. 들어갈까 말까 엿보다가 조금 더 가기로 한다. 비가 온 다더니...여기도 일기예보는 잘 안 맞나? 멀리 보이는 뾰족한 산 꼭대기에 "성"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동화속 마을처럼 예쁜 마을~ 아침에 바 에 들를 시간 때쯤 한국은 오후 시간이라 얘들과 동생의 카톡을 확인하거나 연락을 취한다. 큰얘가 지극.. 2018. 6. 5.
산티아고 순례길....13번째/ 부로고스~ 온타나스 30.8km 7시간 30분 2018년 4월 27일 토요일 처음 30.8km 걷기에 도전한다. 배낭 한 개에 무거운 짐들을 옮겨 넣고 온타나스까지 보내기로 한다. 택배 최장거리가 25km라 1유로를 더 넣고 겉봉투에 애교맨트를 적는다^^ 갈 길이 멀어서 일찍 출발한다. 고대도시의 성문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부로고스 대학도 지나고 공원도 지나간다. 도심에서 1 시간 정도 걸어 나와 흙을 밟으니 좋다.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춥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무인지대를 10km 가량 걷는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캄캄해진다. 봄철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하였는데 아직까지 운좋게 비를 피해 다닌 것 같다. 배가 고파 바 를 찾아본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보다는 바 에서 파는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올땐 긴장감과 기대감 상승~ .. 2018. 6. 5.
산티아고 순례길...12일째/ 이타푸에르카~부로고스 19.4km 5시간 20분 2018년 4월27일 금요일 큰 도시인 부르고스에 들어가는 날~ 일찍 도착하여 관광을 하기 위해 일어남과 동시에 출발할수 있도록 준비 한 후 취침한다. 새벽 1시 55분 코골이 소리에 잠이 깨어 살펴보니 캐나다 아줌마가 심하개 코를 곤다. 우리식구도 피곤하면 코골이를 하여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할까봐 신경쓰여서 옆으로 누워 잘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이라 안심한다. 이 분의 코골이는 너무 심하여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6시가 되니 모두들 부시럭거려서 전등을 켜고 재빨리 짐을 챙겨 나왔다. 일출이 시작 되려나 보다. 집도 절도 없는 양들이 밤이슬을 맞으며 한뎃잠을 자고 있다. 양들의 침묵 계속되는 오르막과 자갈길 평원처럼 넓은 정상 어찌 이런일이! 미스테리 써클이라 명명된 원의 흰 자갈들이 파문을 일으키는 .. 2018. 6. 3.
산티아고 순례길...11일째/ 비야프란카 몬테스 데 오카~ 아타푸에르카 18.4km 6시간 2018년 4월26일 목요일 늘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시간시간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비몽사몽하는 이국에서의 서툰 잠. 오늘도 역시 번뜩 잠이 깨어 주위를 살핀 뒤, 다시 잠들려는 노력을 반복한다. 일찍 출발하려는 순례자들의 부시럭거림을 참으며 누워 있다가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보니 비옷들을 입고 나간다. 찬바람 불고 안개비가 내리는 캄캄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잠든 식구들이 깨지 않기를 바라며 침낭에 파고 든다. 날이 환하게 밝아서야 행장을 차리고 나선다. 어제 스틱을 바꿔간 사람이 많고 많은 알베르게 중에 우리와 같은 알베르게에 들어와서 스틱 1개을 되찾았다^^ 다행히 새벽녘 보다는 갠 날씨 마을 윗쪽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른다. 비를 피하기 좋은 쉼터가 있어 비상 식량으로 아침을 먹고 간다. 순례길에.. 2018. 6. 3.
산티아고 순례길...10일째/ 그라뇽~비야프란카 몬테스 데 오카 28.8km 7시간 30분 2014년 4월 25일 수요일 성당에서 7시에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면 너무 늦겠기에 과감히 아침을 포기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호스피탈레로 두 분이 출근을 하시더니 우릴 보고 아침을 먹고가라시며 분주히 아침상을 차리신다. 남편이 좋아라 하며 우유에 씨리얼을 타 먹고 바게트빵에 버터, 잼 등을 번갈아 발라 먹고, 과일과 크레커도 여러번 가져다 먹는다. 늘 아침 식사가 부실하여 불만이었던 남편이 호사를 누린다^^ 호스피탈레로분들이 베풀어주신 극진한 대접과 봉사를 받으며 유쾌한 시간을 보낸 알베르게를 떠날려니 눈물이 찔금난다. 호스피탈로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비상식량으로 갖고 다닌 파스타 면을 주방에 두고 나와 깊은 포옹을 하고 서로의 어께를 토닥인다. 태극마크를 단 손톱갂기를 선물하고 활짝 웃.. 2018. 6. 2.
산티아고 순례길....9일째/ 나헤라~그라뇽 28km 7시간 2018년 4월 24일 화요일 스틱 둔 곳에 있어야 할 스틱이 1개 뿐이다. 누군가 자기 것과 바뀐걸 모르고 가져 간 모양이다. 달랑 한벌 가져 온 스틱으로 이제껏 남편과 딸내미가 불편한 몸을 스틱 1개에 의지하며 걸어 왔는데.... 아쉽지만 잃어 버린 셈 치고 숙소를 나선다. 모처럼 컨디션이 좋다는 딸내미와 얼굴의 붓기가 많이 가라앉은 남편의 순조로운 출발~ 안개가 살짝 껴있어 날씨가 시원해서 좋다. 무르익은 까만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어느 가을 날 달콤한 포도향이 진동하는 이 길을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이 되면 이 포도밭들이 문득 생각 날 것 같다. 어께가 많이 아파 배낭 한 개를 배달 시켜 한결 가벼운 발걸음과 유쾌한 순례길~ 큰 수로가 마을로 이어져 있다. 꽃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아침에.. 2018. 6. 2.